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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삼성전자 주가 먹구름
[포커스] 삼성전자 주가 먹구름
  • 최정식(현대투자신탁증권)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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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일시적 수급악화 탓’ 설자리 없어
삼성전자는 한국기업의 대표이자 주식시장의 대표주자다.
시가총액으로는 9월8일 현재 39조6천억원(우선주 포함)으로 거래소 전체의 16.7%를 차지한다.
12월결산법인 제조업체 326사의 상반기 총매출액의 16%, 영업이익의 32%, 경상이익의 44%를 혼자 감당할 정도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상반기에 27.2%, 8월에는 30% 수준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그런 공룡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반도체 경기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반도체 경기는 이르면 연말부터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반도체 가격은 국내 애널리스트와 반도체 업체들의 긍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확연한 약세를 띄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주력제품인 64MD램 값(북미현물시장 최고가 기준)이 9월12일 7.79달러까지 떨어졌다.
PC수요 증가세는 둔화 반도체는 공급과잉 급락의 첫번째 원인은 반도체 수요의 약 60%를 차지하는 PC 수요가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에 D램 사재기에 나섰던 브로커들이 물량을 내놓고 있다.
또다른 하락 원인은 공급 증가다.
미국계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율은 60%에 이른다.
내년 설비투자는 35%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95년에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71%로 정점을 기록한 뒤 반도체 경기가 급냉했다.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 업체보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경기하락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다.
반도체는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이다.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에 비해 원가구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간 우열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
80년대 말 초호황을 구가했던 화학섬유는 대만 업체가 진입한 90년대 초반까지도 한국의 원가 우위를 낙관하는 분위기였지만, 결과는 한국 화학섬유 산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대만 업체들이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상품가격에서는 수요와 공급 어느 쪽이 과점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적인 수요와 공급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선두기업이기 때문에 불황이 와도 괜찮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려우면 다 어려운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국내 수급 악화 때문에 하락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은 국내 수급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삼성전자 주식을 주로 사고파는 사람은 외국인이다.
삼성전자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가격은 미국에서 결정되고, 이를 근거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한다.
국내 요인을 볼 필요가 별로 없다.
삼성전자 주가가 국내 수급 때문에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라면 기관수급이 악화하기 시작한 올해 초 주가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
기관은 올해 초 다른 주식은 일관되게 팔면서도 삼성전자 주식만은 움켜쥐었다.
수익전망이 나쁜 다른 주식을 팔아서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기관매수의 이유였다.
수급 호전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가격 하락 가능성과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
11월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이 가시화하지 않으면 공급과잉이 반도체 가격을 추가로 끌어내릴 것이다.
국내 경기도 반도체 경기둔화에 따라 급속하게 식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4분기에 삼성전자 주가는 20∼25만원의 박스권 움직임이 예상된다.
내년 1분기에는 15∼20만원대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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