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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자동차, 인터넷에서 "쌩쌩"
[포커스] 자동차, 인터넷에서 "쌩쌩"
  • 이정환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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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자상거래, 대기업까지 가세 선점경쟁…가격과 서비스 차별화가 자생력 판가름
“전자상거래는 이미 대세입니다.
자동차라고 예외일 순 없어요. 이제 허용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 자동차 전자상거래 사이트 리베로 www.libero.co.kr 유득찬 사장 말이다.
제조업체들이 전자상거래를 허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동차를 끌어다 팔 수 있다는 얘기다.


리베로는 제조업체들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대리점들을 통해 사들인 자동차를 인터넷을 통해 되팔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30여개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올 들어 5천여대 가량의 자동차를 팔아치웠다.
“최고 100만원까지 싸다”는 요란한 광고문구를 내세운 이들 사이트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규모인데도 제조업체들과 기존 오프라인 영업조직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최고 100만원까지 싸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거래를 하지 말라고 대리점들을 다그치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대리점들은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헐값에 자동차를 넘기기 일쑤다.
심지어는 공장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선점에 혈안이 된 전자상거래 사이트들도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를 잘 뒤져보면 차종에 따라 시장가격보다 100만원 이상 싸게 살 수도 있다.
현대차는 최근 자동차 전자상거래 업체에 자동차를 판매한 27개 대리점을 영업정지시키고, 2개 대리점을 폐쇄시켰다.
현대차는 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위장주문을 내는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판매노조의 한 관계자는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유통조직을 와해시키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대리점들을 비난했다.
그런데도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은 기가 꺾이지 않는다.
리베로 유 사장은 “거래를 원하는 대리점은 얼마든지 있다”며 “과도한 판매마진과 불합리한 유통체계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경쟁은 불리한 싸움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딜웨이 www.dealway.co.kr 이용석 사장은 “제조와 판매가 엄격히 구분된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제조업체가 판매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며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면 소비자들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제조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판매가 부진하다고 나무라면 대리점들은 인터넷 탓을 한다.
툭하면 “전자상거래 때문에 영업이 안된다”고 하소연이다.
대리점들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야단이고, 제조업체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거래하는 대리점들을 단속하겠다고 맞받아친다.
영업사원들 사정도 심각하다.
“시장가격이 무너지면서 대리점과 영업사원들 신뢰도 추락했어요. 여기저기서 덤핑을 남발하는 바람에 이제는 웬만큼 깎아줘도 좀처럼 만족하지 않아요. 우리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줄 알아요.” 현대차 대리점협의회 관계자 말이다.
“수익모델 없는 일시적인 세력다툼” 대리점들은 결국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 400여대리점은 지난 6월 자본금 30억원을 공동출자해 자동차 전자상거래 업체인 바이카 www.buycar.co.kr를 설립하고 오는 10월1일부터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바이카 홍정표 사장은 “대부분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막대한 자본금을 동원해 무리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수익모델이 없는 일시적인 세력다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홍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영세한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맞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장남인 정의선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오토에버닷컴 www.autoever.com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지난 4월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오토에버닷컴은 판매노조의 반발로 자동차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사업계획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현대차 쪽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오토에버닷컴이 직영점들을 연계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할 것을 기정 사실로 보고 있다.
현대차 판매노조 관계자는 “오토에버닷컴의 사업계획을 놓고 회사 쪽과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단순히 판매를 중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판매조직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가 바이카나 오토에버닷컴에만 자동차를 공급한다면 ‘판매제한’에 해당하는 불공정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바이카와 오토에버닷컴의 등장으로 현대차는 동등한 자격조건을 갖춘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도 결국 대리점 자격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이나 과도한 출혈경쟁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리점으로 인정해달라 자동차 전자상거래에 뛰어드는 곳은 현대차만이 아니다.
삼성화재가 최근 애니카 www.anycar.co.kr를 설립하고 활동에 들어갔으며, SK와 LG정유도 출사표를 쓰고 있다.
워크아웃으로 영업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차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인터넷쇼핑몰 buy.dm.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제일제당과 한솔CSN도 각각 오토포유 www.auto4u.co.kr와 오토스클럽 www.autosclub.co.kr을 운영하고 있다.
오토스클럽은 쌍용차와 정식으로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무쏘, 코란도 등을 시중가보다 45만원 정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등장하고 대기업까지 속속 가세하면서 자동차 전자상거래 시장은 또다른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이상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2003년까지 전자상거래 비중이 전체 시장의 4분의 1(136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내 자동차 전자상거래 시장도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막대한 광고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 출혈경쟁을 벌여왔으나, 그것은 제조업체들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 과정이었을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모델을 생각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가격 경쟁력 못지않게 서비스 차별화와 자생력 확보가 절실한 건널목에 와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전자상거래 업체의 생존전략
지난해 12월 문을 연 리베로 www.libero.co.kr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현대기술투자, 삼성물산 등에서 총 54억원의 자본금을 유치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리베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월평균 3억원의 광고료를 쏟아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런 리베로가 최근 전략을 수정했다.
수익성이 신통치 않은데다 자동차 제조업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리베로는 우선 할인폭을 대폭 낮췄다.
지난 7월만 해도 현대 EF쏘나타2.0 GVS(1409만원)를 살 경우 31만원까지 깎아줬으나, 최근에는 23만원으로 줄였다.
대신 자동차보험과 정비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리베로는 올해 340억원 매출에 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가격정책을 고수하는 업체들도 있다.
코리아카 www.koreacar.co.kr에 가면 EF쏘나타를 시중가보다 100만원 싸게(1309만원) 살 수 있다.
차종에 따라 최고 200만원까지 싸게 살 수도 있다.
코리아카는 대신 보험서비스와 할부금융을 패키지로 묶어서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차량판매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파생상품 판매를 통해 흑자경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오토스클럽 www.autosclub.co.kr은 모회사인 한솔CSN의 후광을 한껏 활용한다.
오토스클럽에서 제공하는 사이버머니로 한솔CS클럽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서로 매출을 올려주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딜웨이 www.dealway.co.kr는 ‘전국민의 영업사원화’를 표방하고 구매를 추천하는 고객에게 10만원의 사례비를 준다.
바이카 www.buycar.co.kr는 자동차 정비업체인 카머스와 업무제휴를 통해 서비스요금을 10% 할인해주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믿을 만한 통계가 없어 집계가 어렵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모든 사이트를 통털어도 한달에 1천대도 팔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토바이텔 www.autobytel.com이 연간 2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자동차 전자상거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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