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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멀티미디어 PDA, 열도 잠식
[일본] 멀티미디어 PDA, 열도 잠식
  • 최원준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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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고음질, 무선인터넷 접속 가능한 신제품 인기… 액세서리 시장도 형성 한국의 용산 전자상가에 해당하는 곳이 일본에도 있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여행할 때 한번쯤 들르는 코스인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이다.
일본 패전 이후 남은 군수품을 처분하던 지역이 상권이 커지면서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상가가 된 것이다.
아키하바라를 돌아다니다 보면 일본에도 개인휴대단말기(PD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어느 상가를 가나 PDA 섹션이 기본으로 마련돼 있다.
먼저 다양한 일본산 PDA가 요란한 광고 입간판과 함께 눈에 들어온다.
특히 시선을 끄는 제품이 샤프전자의 자우러스(Zaurus)와 소니의 클리에(Clie)이다.
이 두 기종은 공통적으로 멀티미디어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우러스는 별도 판매하는 외장장치를 이용해 어떤 동영상이라도 MPEG-4로 바꾸어 SD 메모리카드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메모리카드를 이용하면 320×240 그림 사이즈로 40분까지, 160×120 그림 사이즈로는 2시간까지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고화질 TFT 액정을 통해 TV보다 더 선명한 화면을 자랑한다.
리얼네트웍스 파일도 재생해낸다.
그리고 소형 자판이 뒷면에 붙어 있어 잡아내리면 키보드가 내려와 쉽게 자판을 이용할 수 있다.
팜컴퓨팅의 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클리에도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다.
MPEG, AVI, 퀵타임 파일을 고화질로 재생할 수 있고, 전용 이어폰까지 내세워 고음질을 엮어낸다.
그리고 사진 같은 정지화상 지원에 강하다.
일본 PDA의 색다른 특징은 무선인터넷 왕국답게 휴대전화와 연동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NTT도코모와 KDDI 등에 접속해 그림파일이 첨부된 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책(e북)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게 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에 익숙한 일본 사람들을 고려해 PDA의 다양한 기능을 무선과 연계하려는 시도가 전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세라에서 나온 QCP 시리즈 휴대전화는 아예 PDA가 주인지 전화가 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휴대전화 안에 팜 운영체제를 탑재해 모든 팜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해두었다.
일본 PDA의 또다른 특징으로, 휴대전화 연동과 디지털카메라 탑재 같은 부가기능을 본체에 탑재하지 않고, 별도 팩을 꼽아 쓰는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핸드스프링사 바이저 기종이 주로 쓰는 방식이다.
샤프의 자우러스도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카메라를 팩으로 꼽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답게 PDA에도 각종 장식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PDA 자체보다 가죽 포켓, 컬러 덮개, 펜, 각종 팬시 액세서리 같은 액세서리 비중을 크게 둬서 디스플레이 면적을 배당한 상가가 있을 정도다.
액세서리 산업이 PDA 주변 시장으로까지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키하바라에서 한국 전자제품을 보기란 가뭄에 콩나는 식으로 드물다.
삼성전자의 저가 VCR 정도가 전시돼 있을 뿐이다.
전자제품 왕국 일본에서 한국산은 거의 전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온 e메일을 확인하려고 전시한 많은 컴퓨터에서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지만 성사된 컴퓨터는 한대도 없었다.
돌아다닌 지 두시간 만에 애플컴퓨터센터에서 인터넷을 시연하는 PC에서 겨우 접속에 성공했다.
일본의 인터넷 인프라가 한국에 비해 얼마나 열악한지 느끼면서 묘한 우월감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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