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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론] 정보, 네트워크, 그리고 경제
[디지털경제론] 정보, 네트워크, 그리고 경제
  • 윤기호(서강대 교수)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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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기업·정부, 디지털 경제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전략 세워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확산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대한 성급하고도 과장된 기대가 한때 맹목적으로 전파됐다.
그러더니 이제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부정이 세계경제와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코스닥시장의 거품 붕괴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이고, 세계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던 미국 IT산업도 침체에 빠져 경기불황(recession)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노래를 틀고 있다.
도대체 디지털 경제, 인터넷 경제, 또는 신경제 등으로 부르는 새로운 경제현상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것들의 발전방향은 또 어떻게 될까? 인터넷과 관련한 새로운 산업의 등장으로 경제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요즘,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지금, 변화의 본질에 대한 한층 깊이 있는 이해는 다가올 경제질서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우선 ‘IT혁명’ 내지 ‘인터넷혁명’으로 지칭되는 최근의 폭발적인 변화는 역사를 통해 볼 때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사실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등장, 신생 기업 설립 열풍, 그리고 기업가치의 폭등과 폭락 같은 현상은 금세기 초에도 그리고 19세기에도 존재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에는 항상 주도적 산업군(leading sector)이 있었다.
1830년대의 의류산업, 19세기 후반의 전기·전화·철도 산업, 그리고 1920년대의 자동차산업 등이 그 예이다.
인터넷을 포함한 IT산업은 가장 최근의 주도적 산업군이다.
주도적 산업군에서는 항상 혁신의 폭증과 함께 혼란이 따랐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지만 철도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미국에서는 5천개나 되는 철도회사가 설립됐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2천개나 되는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이들 기업의 주가 역시 폭등했다가 2~3년 안에 80% 이상 폭락했다.
지금은 구경제의 표본으로 취급받는 이들 산업도 당시에는 신경제의 대표주자였던 것이다.
인터넷혁명이 18세기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진정한 기술혁명인지에 대한 판단은 궁극적으로 미래의 몫이지만, 필자는 현재의 IT 관련 기술혁신이 경제구조의 본질적 변화를 잉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즉 인터넷혁명은 우리 경제를 산업경제(industrical economy)에서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로 이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경제의 첫번째 특징은 ‘정보와 지식의 중요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특히 산업혁명 이후부터는 지식이 항상 장기적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지식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이디어에 기초한 무형재(intangible good)의 생산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총무게는 100년 전의 그것과 같으나 총가치는 20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품의 평균무게도 70년대에 비해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무게가 나가지 않는(weightless) 재화의 생산과 판매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경제에서는 무형의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디지털화하여 쉽게 전송·배포하는 행위가 경제의 중심부를 차지한다.
물론 디지털경제에서도 굴뚝산업으로 표현되는 기존 산업은 여전히 존재하고,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산업혁명 이후에도 농업이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즉 경제의 핵심축은 IT 및 인터넷 관련 산업, 즉 디지털 산업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드 롱(De Long)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산업혁명이 인간의 체력(물리적 능력:muscle power)을 확장시켰다면 인터넷혁명은 인간의 지력(정신적 능력:brain power)을 확장시킨다”고 표현한다.
디지털경제의 두번째 특징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도로나 철도, 전화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네트워크는 산업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디지털경제의 핵심 네트워크는 이런 물리적 네트워크나 실제 네트워크(real network)라기보다는 사회적 네트워크 또는 가상 네트워크(virtual network)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가상 네트워크의 예로는 아래아한글 사용자들의 네트워크 또는 매킨토시 사용자들의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가상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은 수요의 외부성(demand externality) 때문이다.
사람들이 특정 네트워크에 속할 경우 그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효용은 네트워크 크기의 제곱에 비례해서 증가하는데, 이를 메트칼프(Metcalfe)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와 더불어 가상 네트워크는 구축을 위한 물리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특징으로 규모의 경제, 잠금(Lock-in)효과, 선점효과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앞에서 제시한 특징으로부터 도출된다.
디지털경제는 ‘정보와 지식의 생산·분배·소비활동이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며, 또한 각 경제주체들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된 경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의 이러한 특징은 기업이나 소비자 나아가 정부에 새로운 이해와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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