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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프트웨어 '쾌청' 인터넷 '우울'
[IT] 소프트웨어 '쾌청' 인터넷 '우울'
  • 박규호(한겨레IT기업평가)
  • 승인 2000.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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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감소, 매출총이익 증가양상…둔화된 시장성장률 속에서 치열한 경쟁 분위기 탓
올 상반기는 거래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가 요동치는 시기였다.
주식시장 부침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과 여건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은행대출이나 채권발행이 어려운 벤처기업에게 주식시장 침체는 치명타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열광이 사그라든 지금, IT기업들의 실제 성과는 어땠을까? 급격한 시장 냉각은 합리적인 조정인가, 아니면 무분별한 과민반응인가?
한겨레IT기업평가센터는 2000년 반기보고서 분석을 통해 이를 진단했다.
분석대상은 거래소와 코스닥에 등록·상장된 12월 결산 IT부문 법인 가운데 통신업종을 제외한 80여개 기업이다.
업종은 인터넷,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 반도체장비 등 5개로 나눴다.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활성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된 업종이며 나머지 업종은 전통산업과 성격이 비슷하다.
올 상반기는 주식시장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종이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시기였다.
인터넷, 영업이익률 여전히 마이너스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일정한 이익률을 강요하는 주식 소유자의 압력이 뒤따른다.
기업이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중 가장 본질적 방식은 주력사업을 통한 이익창출이다.
주력사업을 통해 시장에서 얼마만한 매출을 만들어내고 그중 얼마만큼을 이익으로 챙길 것인가가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요소다.
이러한 내용에 가장 유사한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다.
이 지표를 통해 볼 때, 가장 안정적인 수치를 보인 것은 소프트웨어 업종이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지난해 상반기 이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여(99년 하반기에 6.32%로 흑자로 전환한 뒤, 올 상반기에 8.82%로 상승), 안정적인 이익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안정적인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침체와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99년 하반기에 17.83%로 흑자로 전환한 뒤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인 17.29%를 유지했다.
인터넷 업종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작년 하반기에 적자로 바뀐 뒤, 여전히 흑자로 돌아오지 못했다.
매출액 성장률은 전자상거래 등의 활성화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3% 높았다.
시장 영역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40%에 가까운 업체들이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비단 올 상반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빠진 사정에 기초해 올 상반기 닷컴기업 위기론이 대중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이것이 다시 자금조달 조건을 악화시켜 위기를 가중시킨 셈이다.
광고선전비는 꾸준히 늘어나 시장 확대에 기여했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는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하드웨어 소폭 하락 IT부문이면서도 전통적인 업종과 유사한 반도체, 반도체장비, 하드웨어 업종은 어떤 양상을 보였을까.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코스닥 시장에 등록한 반도체 업종 기업은 초대형기업과 중규모 기업이 섞여 있어 일률적인 업종별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곤란하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매출액을 더하면 조사대상 기업 총매출액의 60%에 이른다.
삼성전자만으로도 45%를 넘는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그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는 영업외수익을 초과하는 이자비용 때문에 안정적인 이익 유지가 어려웠다.
중규모기업은 개별 기업 사정에 따라 부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장비와 하드웨어 업종은 예상대로 진폭이 크지 않았다.
반도체장비 업종의 경우 매출액 성장률이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약간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보면 비슷한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경상이익을 유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축소됐을 뿐 영업외적인 요건까지 고려하는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수치를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하드웨어 업종은 시장이 확대되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에 해당하는 매출총이익이 증가했음에도 해당 사업을 통해 각 업체가 획득하는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평균적인 광고선전비 지출은 급격한 속도로 늘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에서는 대상 기업 중 20% 가까운 업체가 마이너스 수치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매출총이익률이 매출액 증가율에 못 미쳤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경상이익률, 순이익률이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IT부문,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엇갈려 통신업종을 제외한 IT부문 전체를 고려하면 어떠한 특성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자산·부채 측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까지의 주식시장 급성장과 올 상반기 침체가 대비되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이 1년 이상 보유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유가증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를 경계로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단기차입금의 경우에도 지난해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교할 때 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던 수치가 다시금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이는 장기차입금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큰폭으로 축소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자본금이 지난해 하반기와 거의 엇비슷한 규모를 보인 것도 눈에 띈다.
이러한 모습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많이 악화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IT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주요한 자금용도가 IT부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IT부문의 자금조달 여건이 전체 자금조달 여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매출액은 IT부문에 대한 수요 증가 둔화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성장률이 감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경상이익은 7% 정도 하락했다.
이는 주식시장 침체로 영업외수익이 줄어들고 자금시장 악화로 이자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자비용은 평균적으로 200% 이상 상승했다 광고선전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실제로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 비율이 2.43%에서 5.77%로 두배 이상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신규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업체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IT부문 경쟁이 좀더 거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과 ‘신생’의 안정적 조화는 두고봐야 올 상반기는 주식시장으로 지탱되던 IT부문이 독자적인 자생력을 갖춘 부문으로 성장할 것인가를 점검하는 시기였다.
그 결과는 신통찮다.
전통적인 부문과 새롭게 떠오르는 부문이 섞여 있는 IT부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여전히 시간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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