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07 (금)
[기획] 테헤란밸리의 날개 20대 CEO
[기획] 테헤란밸리의 날개 20대 CEO
  • 김상범
  • 승인 2000.09.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나이로 평가하는가, 능력으로 평가해달라”, 당당히 변화를 이끄는 주역들
“어린 나이에 사장을 하면 어려운 점이 없나요?”
“나이가 들어 사장을 하면 어려운 점이 없나요.”
“대학 때 전공은 뭘 하셨나요?”
“중간에 그만뒀는데 뭐 전공이랄 게 있나요.”
“대학졸업장 없이 사업하는 데 걸림돌은 없습니까?”
”대학 졸업하면 다 사업합니까.”

이쯤되면 짜증이 난다.
질문하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엉뚱한 주파수에 안테나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스무살 고개를 넘어선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의 당당함에 당황하곤 한다.
‘당돌하군’ 하며 자존심을 지키기도 멋쩍다.
그 순간 스스로가 구세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 너무 일찍 돈맛을 알았어. 저 나이에 조직을 알겠어, 경영을 알겠어. 나중이 걱정이야.” 속풀이라도 한바탕 하고 돌아서면 어김없이 뒤꼭지가 간지럽다.
“저런 생각을 하니 어른들은 안되는 거야. 도대체 나이와 사업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 야단이지.” 당당함, 열정, 그리고 꿈 20대 CEO. 그들이 테헤란밸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락하는 테헤란밸리에 20대의 싱싱한 날개가 꿈틀댄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 그들의 당당한 젊음이 무기력증에 빠진 테헤란밸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노머니커뮤니케이션 김병진(23) 사장, 인터넷컨설팅그룹 김상우(24) 사장, 베베타운 박신영(26) 사장, 월드포스팅 권은정(26) 사장, 두레소프트 박홍원(25) 사장, 드림인테크 정경석(27) 사장, 네오위즈 나성균(29) 사장 등 제법 이름이 알려진 20대 벤처 CEO들만 꼽아봐도 열손가락이 부족하다.
학교의 동아리방에서,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실 한켠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벤처업계에선 20대들의 열정이 용암처럼 들끓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기린아로 주목받았던 벤처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머니게임과 거품의 원인제공자로 손가락질당하고 있지만 그들은 눈하나 꿈적하지 않는다.
“다들 입만 열면 어렵다고 하는데 어렵지 않은 일이 있나요. 이만한 어려움에 비틀댄다면 바로 그 기업이 옥석 가운데 ‘석’이지요.” 점잖은 충고까지 던진다.
“저희는 처음이랑 똑같아요. 일을 하고 싶어 한 것이고, 그래서 즐거운 걸요.” 도무지 거침이 없다.
한몫 챙겨보자는 속물적 욕심이나 허영에 들떠 비틀대는 모습은 기우였을까. “돈이요? 제가 꿈꾸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에요.” 20대란 꼬리표를 달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벤처신화는 20대 CEO들의 것이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끈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사장(현 드림위즈 대표)도 20대 초반에 회사를 설립했고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도 이미 20대에 바이러스 박사로 이름을 날렸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 신화도 20대에 이뤄졌다.
한때 386이란 말이 유행했다.
거기에 빗대 279라는 말로 지금의 20대를 규정지으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꾸 선을 그어 설명하고 평가하려는 행태를 못마땅해한다.
기성세대의 줄긋기에 진절머리를 친다.
“나이로 구분지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능력으로 평가해야지 왜 자꾸 나이를 들먹이는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가볍고 진지하지 못하며 즉흥적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쉼없이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하고 있기는 20대나 30대, 40대 모두 마찬가지다.
시절이 좋아 아이디어하나만으로 20대 사장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평가는 왠지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그들이 몰고온 변화의 바람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대란설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 깊숙이 숨어 있던 ‘희망’처럼 테헤란밸리에는 여전히 젊은 기운이 숨쉬고 있다.
열정 하나만으로도 일어설 수 있는 그들의 순수함이 있기에 테헤란밸리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2000년 가을, 테헤란밸리의 20대 CEO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