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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왜 긁어? 톡톡 치면 터지는데...
[서베이] 왜 긁어? 톡톡 치면 터지는데...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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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원 규모의 신규 황금시장으로 떠올라… 과열경쟁-감독기관 부재에 따른 위험도 지적돼

자고로 고스톱이 ‘두드리는 맛’이라면, 복권은 ‘긁는 맛’이라고 한다.
물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설레는 마음으로 은박 표면을 긁는 추첨식 복권이 등장하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마우스가 동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복권도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으로 유통되던 기존의 복권 개념을 벗어나, 인터넷만으로 유통·판매되는 ‘인터넷 복권’이 불황기의 돈벌이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복권 발행자뿐 아니라 발행·유통 대행업체, 이동통신업체와 솔루션, 보안업체까지 몰려들어 인터넷 복권의 ‘떡고물’을 한줌이라도 긁어모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인터넷 복권시장의 ‘밥그릇’은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

우선 ‘인터넷 복권’의 범위부터 짚고넘어가자. 인터넷 복권은 기존 오프라인 복권 중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일부 복권과 복권의 발행·유통·판매가 모두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소위 ‘인터넷 전용복권’을 포함한 것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국민은행(옛 주택은행)의 주택복권과 또또복권,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플러스플러스복권을 포함해 총 6종이 있으며, 후자의 경우 제주도와 국민은행에서 각각 1종의 인터넷 전용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발행기관과 종류만 따지고보면, 인터넷 복권시장 규모가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소프트뱅크리서치가 지난 11월7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체 복권시장 규모는 4700억원 정도인데, 이중 인터넷 복권시장은 약 398억원으로 전체의 8.5%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장속도 면에서는 오프라인 복권시장과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국내 복권시장이 95년부터 연평균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해오다 지난해 들어 약 100억원, 올해 약 400억원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인터넷 복권은 올해 처음 등장한 인터넷 전용복권을 포함해 400억원 가량의 시장 규모를 보였다.
게다가 내년에는 1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연평균 250%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서 판매되는 인터넷 전용복권의 경우 각각 4배, 12배의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이 보고서는 내다보고 있다.



금융·보안·통신업체 등 앞다퉈 진출
인터넷 복권에 눈독을 들이는 각 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특히 인터넷 전용복권 시장으로 부산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올해 5월 지자체인 제주도가 처음 선보인 ‘인터넷 관광복권’은 발매 4개월 만에 하루 평균 10만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택복권으로 오프라인 복권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주택은행도 ‘인터넷 주택복권’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가 인터넷 전용복권에 발을 내밀 수 있었던 까닭은, 오프라인 복권과 달리 인터넷 전용복권과 함께 ‘수탁사업자’라 불리는 발행 대행업체가 등장한 데 있다.
발행기관이 가판대를 통해 판매하는 오프라인 복권과 달리, 인터넷 복권은 네트워크 구성에서 보안과 인증, 발권 시스템과 판매 채널 등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발행기관에서 이 모든 준비를 단독으로 처리하기엔 힘든 실정. 이에 따라 복권 발행에서부터 전체적인 사업 운영까지 맡아 처리할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미 인터넷 전용복권 사업에 뛰어든 제주도는 한국전자복권을, 주택은행은 타이거풀스아이, 로또, SK 등을 수탁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들 수탁사업자는 단독으로 혹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행에서 유통,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전용복권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조만간 인터넷 전용복권을 발행할 예정인 기관으로는 보훈복지공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과학문화재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있다.
우선 보훈복지공단은 예스아이비를 포함한 37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수탁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조흥은행을 포함한 14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수탁사업권을 획득했다.
나머지 발행기관도 이미 수탁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진행중에 있다.

참여업체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실로 다양한 업종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종 판매업체로 제휴를 맺은 업체를 살펴보면 확인된다.
여기에는 삼성·BC카드 등 카드업체와 야후·라이코스·하나넷·드림엑스 등의 포털서비스 업체를 비롯해, 인터파크·한솔CSN·LG홈쇼핑 등 대형쇼핑몰, 그리고 무선인터넷 복권시장을 노리는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에 이르기까지 전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업체가 맞물려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복권 판매 비중을 보면 주로 회원 수가 많고 인지도가 높은 이들 판매업체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판매채널 확보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복권사업의 특성상 수탁사업자나 솔루션 업체로선 이들 사이트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탁사업자는 이들 업체를 통해 복권을 판매하는 대신 복권 판매에 따른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판매업체로선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복권을 판매하고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수수료를 챙기는 ‘윈윈 게임’인 셈이다.
특히 인터넷 복권 판매의 50%를 차지하는 카드 업체에서 BC카드는 올해 말까지 약 55억원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약 6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복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인터넷 복권시장이 더욱 커진다면 그에 따라 보안이나 인증업체, 네트워크 업체와 금융기관, 포털 업체 등 여타 온라인 업체간의 ‘밥그릇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발행기관으로선 다양한 수탁사업자와 복수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열 막을 규제 기관 마련해야
하지만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모두 배를 채울 만큼 풍족한 땅으로 보기엔 인터넷 복권시장은 빈곤해 보인다.
이들의 수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 최초로 인터넷 추첨식 복권 판매사업을 시작했다가 일찌감치 복권 유통 분야로 발을 돌린 싸이프로의 최창열 마케팅실장은 '고객을 기다리는 오프라인 복권과 달리 적극적 홍보나 마케팅, 시스템 구축비가 드는 인터넷 복권사업은 매출액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
단순히 회원모집이나 홍보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가 없다'며 '각 업체들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비용까지 지출하며 과연 만족할 만한 수익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서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망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다.


복권 발행을 규제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없는 점도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 복권사업부 함융근 부장은 '예전에는 국무총리 산하 행정조정실이 복권 발행을 규제했다.
하지만 지금은 발행기관협의회의 자율 규제로 바뀌어,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무차별 복권 발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열경쟁으로 인한 중복 투자에 대한 위험도 있다.
한국타이거풀스아이 김종문 사장은 '1천억~2천억원의 초기 부담금이 투입되는 인터넷 복권사업에 인프라가 부족한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 경우 자칫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한 업체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거풀스아이 또한 지난 10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에러로 서비스가 8일간 중단된 적이 있는데다 서비스 재개시 후에도 복권 구매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복 투자를 막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문 시스템·솔루션 구축 업체나 유통업체끼리 효율적인 협력체제가 필수적이다.


인터넷 복권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사업 참여자나 주변 전문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터넷 복권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인터넷 복권시장은 업체간의 경쟁 양상과 구매자의 호응도, 서비스의 편리성과 적절한 규제장치 마련 등 다방면에 걸친 조화와 이해의 노력에 따라 열매의 성숙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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