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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상상 초월하는 꿈의 컴퓨터
[테크놀로지] 상상 초월하는 꿈의 컴퓨터
  • 장미경/ <과학동아>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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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 비트 중첩시켜 동시 계산… 상상 초월한 정보처리력, 차세대 컴으로 컴퓨터가 놀라운 속도로 업그레이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마치 반도체 칩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은 이론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가령 무어의 법칙이 그대로 지켜질 경우 2020년에는 한 비트당 필요한 원자 수가 하나인데, 원자 크기에서 나타나는 양자 현상으로 인해 기존 컴퓨터의 제작원리인 고전적 물리법칙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갈 것도 없다.
지금 당장 과학자들은 양자 현상을 어떻게 제거해야 할지, 그리고 메모리 용량을 과연 어떤 방법으로 늘려야 할지 고민하는 지경에 처해 있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꿈의 컴퓨터로 떠오르고 있는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현상을 피하거나 제거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이용하자는 적극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개념이다.
그럼 양자 현상이란 무엇일까. 원자 크기의 미시세계에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크기의 세상과는 매우 다른 일이 벌어진다.
공과 같은 물체 덩어리가 음파나 빛과 같은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기존의 결정론적 사고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양자 현상이라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이런 양자 현상에 이론적 근거를 둔 컴퓨터이기 때문에,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시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파동의 성질을 예로 들어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해보자. 기타를 치면 줄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는데, 소리에 따라 진동 모양은 각각 다르다.
하지만 그 진동이 각각 특정한 진동 모양을 갖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진동이 적절하게 겹쳐지고 조합되면서 하나의 진동을 만들어낸다.
같은 옥타브의 ‘도’음이라고 해도 피아노와 기타의 음색이 다른 것은 각 진동의 조합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파동에서는 진동수가 일정한 진동들이 서로 겹쳐지는 중첩이 일어날 수 있다.
중첩은 파동의 회절과 간섭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파동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다.
이제 이 원리를 양자컴퓨터에 적용해 생각해보자. 원자를 구성하는 핵이나 전자들은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마치 기타 줄의 진동이 겹쳐지는 것처럼 서로 다른 두 전자 상태가 겹쳐지는 중첩의 성질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두 상태의 시스템을 ‘양자 비트’ 또는 ‘큐빗’이라고 한다.
기존 컴퓨터에서 정보 단위로 사용했던 비트가 0과 1을 각각 나타낼 수 있는 데 반해, 큐빗은 두 논리 상태인 0과 1을 중첩시킬 수 있다.
즉 한 큐빗이 0과 1에 대한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령 10개의 비트라면 기존 컴퓨터에서는 2의 10승번 순차적인 계산을 반복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에서는 10개의 비트를 모두 0과 1의 중첩 상태로 만든 후 한번에 병렬 계산하면 된다.
사실 1982년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제시한 후 10년 동안 사람들은 양자컴퓨터의 실용성에 대해 의문과 조롱을 던졌다.
하지만 1994년 피터 쇼가 양자컴퓨터용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을 발표하고 나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알고리즘이 현대의 암호 체계를 완벽하게 격파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자컴퓨터의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 배열 분석, 신약 개발 등 최신 기종의 슈퍼컴퓨터에서도 수백년이 걸려야 해결 가능한 대형 난제에 대해 단 몇분 만에 해답을 제시한다.
또한 수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할 수 있으며, 기존 암호체계를 붕괴시키는 동시에 이론적으로 완벽한 또다른 암호체계를 제시한다.
선진국들이 양자컴퓨터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로 인해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란 아직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꿈과 환상에 그쳐야 했던 인간의 소망을 현실화시켜주는, 그 무엇보다 확실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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