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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나에게 꼭맞는 ‘맞춤의학’ 시대
[테크놀로지] 나에게 꼭맞는 ‘맞춤의학’ 시대
  • 허원/ 강원대 교수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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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차 파악해 최적의 의술 제공… 분자 수준서 질병 연구, SNP 활용도 기존에 암 치료에 주로 사용되던 화학요법의 항암제와 달리, 분자 수준에서 암세포의 증식과정을 파악하고 이 증식과정을 방해하여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항암제들이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인 제넨테크사가 개발하고 최근에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허가를 받은 ‘허셉틴’이라는 약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유방암을 치료하는 항암제이다.
그런데 화학요법에 사용되는 항암제와 달리 허셉틴은 약 25~30%의 유방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 나머지 유방암 환자에게는 소용이 없는 약이다.
그 이유는 임상적으로 같아 보이는 유방암이라도 25~30%는 HER2라고 이름 지은 특정한 유전자가 지나치게 많이 동작해 발생하는 유방암에 주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HER2 유전자는 대부분의 세포에서 성장과 번식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너무 많을 경우 과다한 양의 세포를 생성시켜 암을 유발시키며 암세포가 다른 기관에도 전이되도록 한다.
따라서 HER2 유전자의 과동작으로 발생한 유방암은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투여해 암세포의 지속적인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항암제 허셉틴은 HER2의 단백질과 결합하는 능력이 있는 단일 항체로서, 암세포 표면에 생성된 HER2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과 결합하게 된다.
항체와 결합된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은 세포의 포식 작용에 의해 세포 안으로 함몰되어 들어가 분해되어버린다.
세포 표면에 HER2 단백질이 사라지면 세포는 증식을 멈춘다.
혹은 암세포 표면에 HER2의 단백질과 항체가 결합된 상태로 있으면 혈액내 면역 작용의 결과, 암세포를 죽게 하고 이를 통해 치료가 진행되는 것이다.
HER2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에 대한 단일 항체를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한 것이 바로 허셉틴이다.
그렇다면 25~30% 환자에게만 소용이 있는 이 의약품이 어떻게 승인을 받았을까? 유방암 중에 HER2 때문에 발생한 유방암 치료에 기존 항암제와 같이 사용하여 향상된 효과를 보였으며, 만약 화학요법이 실패한 경우에 단독으로 사용해도 종양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효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셉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HER2 유전자가 과동작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제넨텍사는 이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의 소규모 기업인 다코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HER2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한 유방암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 킷을 개발했다.
이 진단 킷도 허셉틴과 같이 FDA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허셉틴은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세포의 증식 과정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생물학적 약제다.
화학요법에 사용되는 항암제와 같은 부작용이 없으며 새로운 형태의 암 치료제로서 암 치료를 위한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허셉틴이 단일 항체로 만들어지는 항암제라는 사실 외에 진단과 치료가 결합된 새로운 의약품이라는 점은 특이하다.
같은 유방암으로 임상적으로 진단되어도 분자 수준에서 보면 허셉틴이 도움이 되는 유방암과 도움이 되지 않는 유방암이 따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자 수준에서의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즉 어떤 질병이라 할지라도 임상적으로는 동일하지만 분자 수준에서 보면 몇개의 다른 종류의 질환일 수도 있다.
결국 분자 수준에서 질병을 잘 진단해야 성공적인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같은 약을 쓰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잘 듣고 혹은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는 치료의 개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허셉틴은 HER2 유전자의 과동작 현상을 먼저 진단하고 해당되는 환자에게만 치료제를 적용하는 진단과 치료를 결합한 치료제 시스템이다.
개인 차이를 진단하고 치료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진단과 치료제의 결합은 새로운 의약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치료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단과 치료를 결합시켜 개인 차이를 파악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려는 진단과 치료를 결합한 ‘진단·치료법’은 의료계에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암세포에서 흔히 발견되는 p53 단백질의 변형을 진단하여 사용할 항암제의 종류를 선택하는 방법, 개인차에서 발생하는 치료제의 적정량을 진단 처방하는 방법, 골수세포를 증식시킬 때 개인차에서 발생하는 증식 인자의 차이를 진단해 최적의 증식인자를 사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진단과 치료의 결합을 통한 진보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치료의 질적 향상 가능 전술한 바와 같이 분자 수준에서 질병을 연구하여 질병의 원인적 측면에서 개인 차이를 둔 진단과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본격적으로 사람 개개인의 차이를 연구하여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즉 ‘단일 유전자 다형성’을 조사하고 이를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로 구성하는 것이다.
생리적 측면 혹은 의약적 측면에서 사람끼리의 차이는 개개인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유전정보의 0.1%가 사람마다 달라지는데, 이것을 SNP이라고 부른다.
SNP는 개인, 인종, 생물간 유전체 정보 비교를 통해 차이점을 연구하는 것으로, 새로운 개념의 개인별 맞춤의학과 과학적 자료에 기초를 둔 예방의학 발전에 필수적인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SNP가 이렇게 의학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자의 유전정보로부터 SNP를 분석하고 이것과 연동된 임상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동일한 약품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효과가 나타나거나, 특정한 부작용이 생기는 환자군을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군에 따라 최소의 부작용으로 가장 적절한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는 자료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감기로 진단받아도 SNP 타입에 따라 서로 다른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SNP 타입에 따라 부작용이 많은 약품을 미리 알 수 있어 의료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NP는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어떤 SNP 타입은 여름에 배를 드러내놓고 자면 배탈이 날 가능성이 높거나 혹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거나 하는 개인적 특성을 SNP를 통하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일상적인 개인의 특성을 개개인의 SNP와 같이 조사한 통계자료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나아가서 개인의 폭력성이나 학습능력이나 학습장애 등 성격과 행동과 같은 사회성의 차이가, 만약 SNP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치료 수준을 넘어 많은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개인 맞춤 의학의 원조는 아마도 조선 후기의 이제마 선생이 주창한 ‘사상의학’일 것이다.
인간을 기질과 성격에 따라 주역의 태극설에 기초한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의 사상으로 나눈 것이다.
같은 병이라도 그 체질에 따라 약을 달리 써서 병을 고치는 의술을 사상의학이라고 한다.
사상의학은 SNP 진단을 통한 개인 맞춤 의학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SNP가 유전정보의 차이를 발생시키면 유전정보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변하고 사람에 따라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가 조금씩 그 특성을 달리해 장기의 능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상의학에서 폐, 간, 비장, 신장 네 장기의 차이로 사람의 체질을 분류는 것과 단지 접근방법에서만 차이가 있고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의학의 방향은 분명하게 개인 맞춤 의학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SNP를 분석하는 것과 같은 분석법이 없었던 과거에 개인 맞춤 의학이 사상의학이었다면 한의학에서 축적된 임상정보를 쳬계적으로 현재의 SNP를 분석하는 신기술과 결합시켜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개인 맞춤 의학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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