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14 (화)
[첨단기술주] 무선LAN 시장 ‘꿈틀’
[첨단기술주] 무선LAN 시장 ‘꿈틀’
  • 허도행(IT애널리스트)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른 아침 농수산물시장에 가보면 방금 산지에서 올라온 청과물이나 수산물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모여든 중간도매상들의 경매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대방이 보지 못하도록 모자나 손으로 가린 채 손가락으로 표시되는 무수한 호가들 사이에서 경매인이 최고가를 선정하면 경매가 끝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종종 경매참여인과 경매인간의 담합 같은 불미스러운 말들이 나오곤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도 얼마 뒤면 사라질 것 같다.
농림부가 광주광역시 광주청과물시장에 무선경매시스템을 도입해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4월 말까지 전국 23개 농산물시장에 확대되고, 내년 말까지는 전국의 모든 농수산물시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경매참여자는 이제 복잡하게 손가락을 놀리는 대신 개인휴대단말기(PDA)에 호가를 입력해 전송하면 된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선시스템이 바로 무선LAN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 출근하면 먼저 PC를 켜고 e메일이나 인터넷을 검색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근하면 신문부터 펼치는 게 일이었다.
이처럼 오랫동안 굳어진 패턴을 단번에 바꿔놓은 것이 바로 인터넷의 위력이다.
그리고 이런 인터넷을 모든 PC에서 동시에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유선LAN 덕분이다.
무선LAN이란 이런 유선LAN을 무선으로 대체한 것이다.
여기에서 LAN이란 근거리통신망(Local Area Network)을 가리킨다.
회사의 구내전화와 같이 일정한 지역 안에 있는 PC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것이다.
모든 PC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 경우 PC끼리 자료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유선LAN이란 일정한 지역 안에 있는 PC를 케이블을 통해 네트워크로 묶는 것이고, 무선LAN이란 케이블이 없이 전파를 이용하여 PC들을 묶는 것을 가리킨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얘기했듯이 무선은 유선에 비해 정보 전달 능력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무선은 인간을 선이라는 굴레에서 해방시키기 때문에 열등한 정보 전달 능력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움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선LAN이 무선LAN으로 대체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선의 정보 전달 속도는 유선에 비해 아직도 열악하다.
유선LAN이 일반적으로 100Mbps급을 제공하는 데 비해 무선LAN은 초기에 1Mbps급이 이용되다가 얼마 전에야 11Mbps급이 개발됐다.
장비가격도 유선LAN에 비해 비싸서 일반적으로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업무의 형태나 장소의 한계상 유선LAN을 설치하기 어려운 일부 백화점과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만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구축비용에 부담을 느꼈던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유선LAN이 강세를 보였던 대학교와 일반 기업에서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산 일변도였던 무선LAN 시장에 국산 솔루션 제조업체가 가세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선에서 해방돼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특별히 할당된 업무공간이 없이 넓은 공간에서 수시로 고객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곳에서 무선LAN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특히 이런 곳에서는 판매원의 이동이 많고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유선을 깔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소기업 IT화 사업에서 무선LAN이 네트워크 구축의 솔루션으로 등장하고 있다.
공단지역의 경우 ADSL이나 케이블모뎀 등의 통신 인프라가 절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유선 인프라를 위한 케이블 매설작업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무선LAN의 솔루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공단지역의 경우 무선LAN을 구축하는 것이 유선LAN을 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무선LAN의 가격이 싸졌다고 해서 유선LAN을 급속도로 잠식하기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장애가 무선장치 고유의 보안문제이다.
유선장치와는 달리 무선장치는 데이터 전송 전파를 중간에서 가로챔으로써 정보가 해킹될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 미국 버클리대학 등에서 무선LAN에 대한 해킹을 시도해 불과 하루 만에 성공한 바 있다.
이들은 무선LAN에 연결된 PC에 단순한 문서를 보내고, 이 PC에서 이를 암호화하여 서버로 보내는 무선 전파를 가로챈 뒤, 원래의 문서와 비교함으로써 암호화된 키를 획득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선LAN 제품은 WEP(Wired Equivalency Privacy)라는 암호장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 1년 안에 위와 같은 해킹 위험성이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블루투스와의 충돌 및 경쟁 가능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무선LAN은 PDA,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과 PC 사이의 통신을 위한 홈RF(무선)표준을 갖고 있어 이 부분이 블루투스 영역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스펙은 다르지만 실제로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운영체제(OS)에서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블루투스와 관련한 장비 개선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을 놓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장애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데스크톱PC의 경우 무선LAN으로 LAN선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전원공급용 전기선이 해결되지 않아 이동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선LAN은 노트북PC나 PDA 등에 적합한데, 아직까지 이 시장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최근 무선LAN 시장이 활성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장비업체뿐만 아니라 시스템통합(SI) 업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 SI업체는 쌍용정보통신, 효성데이타시스템, 서울데이타통신 등이다.
쌍용정보통신은 올해 솔루션과 무선네트워크 구축사업으로 5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효성데이타시스템은 일본 NTT커뮤니케이션과 손잡고 무선LAN 솔루션 판매 및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전업체들도 무선LAN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LG전자가 무선 라우터와 AP 장비, 브리지 장비, 무선LAN 카드 등 무선LAN 솔루션을 개발하여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삼성전기 역시 무선LAN 장비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중소 전문기업으로는 어바이어코리아가 무선LAN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학내망을 구축해 운동장과 잔디밭 등 교내 전 지역에서 LAN 접속을 가능하게 했다.
아이비네트워크와 기라정보통신은 무선LAN 카드와 엑세스포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