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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재래시장에서 패션 네트워크로(김양희/신용남)
[지식창고] 재래시장에서 패션 네트워크로(김양희/신용남)
  • 김명호(서울패션디자인)
  • 승인 2000.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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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밸리’ 동대문이 열린다
우리 사회는 지금 디지털, 바이오, 벤처, 코스닥 등 최첨단 신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래 전부터 서민의 삶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재래시장들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그 자리를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래시장의 대명사였던 동대문시장이 다른 재래시장과는 달리 패션메카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동대문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재래시장에서 패션 네트워크로>(김양희·신용남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는 동대문시장을 총체적으로 조명해 그 해답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이 책은 동대문의 역사에서 현재의 구조와 특성, 미래에 더욱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대안에 이르기까지 동대문시장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무너지는 재래시장, 떠오르는 동대문 이 책은 크게 두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그동안 동대문시장에 관한 경제·경영 분야 연구가 거의 없는 가운데 출간된 연구 보고서다.
둘째로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창업정보를 제공해준다.
최근 몇몇 동대문시장 관련 서적이 출판되긴 했지만 딱히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에 이른 책은 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동대문시장에서 창업을 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만한 실용서적은 제대로 없었다.
<재래시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실용적인 창업 지침서로서 활용할 만한 책이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동대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명한다.
1부에서는 과거 1905년에서 현재까지 발전 역사를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오늘날의 현황과 구조를 살핀다.
3부에서는 예비상인들을 위한 창업정보를 망라하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동대문시장에서 패션 네트워크로 발전하기 위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맞춰 앞으로 동대문시장이 진정한 패션 네트워크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실천주체에 따라 상인, 상가, 시장, 정부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마지막 5부에서 지은이들은 동대문이 과거 재래시장에서 출발해 현재 자기완결적 패션산업 집적지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으며 생산자와 상인간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발전대안도 나름대로 제시한다.
<재래시장에서…>는 동대문시장의 ‘분석성’과 ‘현장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내용별로 조금씩 뉘앙스가 다른 문체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연구원과 상인 두사람의 공동작품이기 때문인 듯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김양희씨는 때때로 적절한 이론과 해외사례 등을 활용하면서 동대문시장에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이에 비해 10년 동안 동대문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해온 신용남씨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의 삶과 일, 창업 등에 대해 진솔하고도 재미있게 상인의 정도를 ‘제시’한다.
이론과 실무 양면을 고루 갖춘 종합적인 동대문시장 관련 보고서라고 부를 만하다.
동대문 상권정보와 상인들의 삶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로, 이 책은 누구보다도 현재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먼저 보아야 할 책이다.
하지만 사실 상인들이 보기에는 약간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장에서 상인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서론과 결론 부분이 딱딱한 감이 있다.
또한 지은이들은 상인,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상인, 정책 입안자 등 독자층을 폭넓게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내용이 조금 산만한 느낌을 준다.
차라리 독자층을 좁혀 좀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게 더 나았을 듯 싶다.
제품의 생산과정이나 물류 시스템 등은 도표나 그래픽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간결하게 보여줬으면 아는 아쉬움도 든다.
동대문시장의 외부인들이 복잡한 동대문의 구조나 특징을 좀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럼에도 진득하게 읽는다면 동대문 상권 정보와 상인들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얻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61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동대문시장이 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발전단계로 접어드는 시발점은 항상 새로운 상가의 설립과 때를 같이 해왔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상가가 이전 단계와 구분되는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촉발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p164 장사란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도매를 시작하기 전 소매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 현재 도매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충고이다.
소매를 해가며 소비자의 니즈와 내가 알고 있는 아이템을 비교할 수 있고, 사입을 하면서 각각의 동대문 상가의 특성과 동대문시장의 생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p305 동대문은 이제 싫든 좋든 국제적인 패션명소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을 겪어야만 한다.
동대문을 지배하던 과거의 게임의 룰은 서서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만들면 팔리던 과거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한 채 동대문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조만간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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