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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요즘 그 영화주식 얼마야?"
[포커스] "요즘 그 영화주식 얼마야?"
  • 한정희
  • 승인 2000.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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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닉스, 사이버 영화주식거래소 ‘굼스닥’ 세워…직접 투자, 수익창출로 “꿩먹고 알먹고” “요즘 내가 산 영화 주식이 상한가를 치고 있어.” 사이버 공간에서 ‘영화 주식’을 사고파는 주식거래소가 등장했다.
아이피닉스가 무비스탁 www.movie-stock.co.kr에 문을 연 ‘굼스닥’(GOMSDAQ)이 바로 영화주식거래소다.
아이피닉스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화에 지분 참여 형식으로 일정액을 투자하고, 투자한 금액 만큼을 주식처럼 굼스닥에 상장해 네티즌들이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거래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네티즌들이 직접 영화에 투자한 경우에도 굼스닥에 주식으로 올려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수익을 남기면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분한다.
8월14일 개장한 굼스닥은 첫 거래 주식으로 10월 말 개봉예정인 박대영 감독의 <하면 된다>를 등록하고 9월15일까지 네티즌 공모에 들어갔다.
공모가 끝나면 9월18일부터 굼스닥에서 실제 주식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인터넷 공모를 통해 영화사나 음반사가 제작비를 끌어들이는 방법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주식거래 방법을 인터넷 공모에 응용한 것은 굼스닥이 처음이다.
“영화도 주식처럼? 신기하네” 아이피닉스는 첫 상장영화 <하면 된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배급소인 아이엠픽처스로부터 1억원 가량(액면 5천원씩 2만주)의 지분을 확보했다.
공모 1주일 만에 그 가운데 1400주를 팔았다.
특별히 광고를 한 것도 아닌데 네티즌들은 영화 지분을 주식처럼 사서 투자하고 영화 흥행에 따라 나름대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모델에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몰려들었다.
영화가 굼스닥에 오르기까지는 몇 단계를 거친다.
일단 제작사가 무비스탁에 영화 공모를 의뢰하면 네티즌과 전문심사위원들이 이를 심사하고, 심사를 거친 영화는 굼스닥에서 공모에 들어간다.
네티즌들은 게시된 공모작 가운데 투자수익이 예측되는 작품에 5천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그렇게 투자한 주식을 서로 사고팔면서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시에는 1일 상장영화 주가, 주문내역, 일정기간의 거래내역과 현금입출금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아이피닉스의 송용희 마케팅팀장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펀드를 조성할 수 있고 단 1주라도 거래가 가능해 소액주주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비록 적은 돈이지만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할 수 있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일정하게 수익도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명한 제작, 활발한 거래로 ‘확실한’ 수익보장 영화거래소의 수익모델은 중개수수료다.
회원가입비나 등록비 등은 전혀 없지만 주식을 파는 경우에만 0.2%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밖에 영화제작사나 보급사와 제휴해 무비숍 등을 열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소품을 팔거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브로마이드를 파는 등 수익모델을 전자상거래와 연계시킬 수도 있다.
<하면 된다>의 기획홍보를 맡은 젊은기획의 이희주 대표는 “기존의 공모 방식은 영화쪽에 가까운 반면 이번 방식은 주식쪽에 가깝다”면서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처음 시도하는 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기대한다.
아이피닉스 영화거래소는 오름세, 내림세 등이 제작과정과 함께 수시로 공개돼 수시로 바뀌는 상품 자체가 흥미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아이피닉스는 비즈니스모델을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 특허출원 중이다.
굼스닥의 특허출원을 담당했던 김신유특허법률사무소 직원 송경석씨는 “무형적인 것을 유형화해 거래하면서 자본 증가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한다.
또 “공모주 모집과 영화 제작이 서로 따로 돌아갔던 기존 방식에 비해, 제작과정이 공개되며 자본의 유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참여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은 영화 작품의 예술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대자본 위주의 영화제작은 흥행 위주로 치우치면서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왜곡될 우려가 있지만, 제작과정이 공개되고 네티즌의 의견이 주가로 반영되기 때문에 애초 기획의도를 충실히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화상품 주식시장의 기폭제 될 터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저절로 영화 홍보가 이뤄진다는 점도 굼스닥의 매력이다.
아이피닉스는 일단 영화주식거래소가 안착하면 다른 무형의 문화상품에도 이 모델을 적용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미 음반 제작도 계획하고 있는데 비슷한 방법으로 음반을 내려는 재능 있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을 발굴하고, 네티즌 공모를 통해 앨범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앨범 주식거래소’다.
주주들은 앨범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이윤이 많아지고, 판매량과 상관없이 거래량이 많아지면 아이피닉스는 이윤을 얻게 된다.
음반 제작을 계획중이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보류하고 있던 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은 “제작도 제작이지만 이후 판공비가 제작비의 두세배 이상 드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며 “앨범 주식거래소는 제작비 지원은 물론 홍보와 마케팅, 무엇보다 음악에 관심있는 네티즌이 자기 일처럼 참여해 관심을 쏟아준다는 게 매력인 것 같다”고 반겼다.
굼스닥 개장은 9월18일이지만 이번 첫 영화 상장주가 어떻게 시장세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이후 음반, 공연, 게임 등 문화상품의 주식거래 시장가 열리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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