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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투자자, 굴뚝주로 ‘U턴’
[머니] 투자자, 굴뚝주로 ‘U턴’
  • 장근영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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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에서 우량 전통주로 관심 돌려…IT주 2분기 회생 가능성
올해 초 첨단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되살아나면서 제2의 ‘인터넷 랠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일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닷컴들의 영업실적이 알려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스닥마저 추락하는 바람에 첨단기술주들의 주가는 다시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외국인 투자자들을 필두로 기관과 개인투자자 모두 가치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첨단기술주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미국의 첨단기술주들이 줄줄이 실적악화를 경고하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기마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우량 전통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가치주는 PER(주가수익률)이나 PBR(주가순자산배율)을 기준으로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가리킨다.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 성장주에 대비되는 말로 많이 쓰인다.
가치주의 선봉격은 단연 포항제철이다.
포철의 주가는 연초 7만6500원에서 3월8일 현재 10만1500원으로 연초 대비 32.7%나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연초에 16만7500원에서 23만원(1월19일)까지 상승했으나 3월8일 현재 19만2천원대로 떨어졌다.
포철이 인기를 끄는 것은 철강 경기가 곧 바닥을 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포철이 경기 하강기에도 내성이 강한 우량기업이란 점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은영 연구원은 “철강 경기는 올해 1분기에 바닥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6개월 뒤에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는 포철의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지수 편입비중 확대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포철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심리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주가가 최근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현재 철강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지만 본격 반등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포철 주가의 급등은 최근 첨단기술주들의 하락에 대한 반발매수세에 힘입은 바 큰 데,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기술평가 신현필 연구원은 “내재가치로 보면 포철 주가가 18만원까지 오른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앞으로 포철 주가는 신규사업 진출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포철 주가가 당분간 소폭의 상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지만 뚜렷한 상승 요인은 없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가치주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제2의 포철’로 기대되는 가치주는 과연 어떤 게 꼽힐까. 일반적으로 경기가 하강하거나 소강상태를 보일 때는 식음료 관련 종목, 자산가치는 높으나 PER이 낮은 종목, 에너지 관련 업종 등을 주목하게 된다.
식음료 관련 종목은 생활필수품과 연관돼 비교적 경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안정성 면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요즘 경기 상황이 그렇다.
이 종목은 원료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이 불안정하면 문제가 되지만 지금은 문제삼을 상황은 아니다.
삼성증권 한영아 연구원은 “연초만 해도 환율이 올라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음식료쪽은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꾸준히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장기투자가라면 주식이 무거운 편이긴 하지만 10년간 저평가돼 있는 롯데제과 등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도 “전통적으로 경기방어 성격이 강한 식음료, 섬유 관련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관심 종목에 추가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ER이 낮다는 것은 주식이 저평가된 부분만큼 상승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팀장은 지금은 저PER주를 눈여겨볼 때라고 말한다.
특히 식음료, 유화, 에너지 등의 업종에서 저PER주를 찾아보는 게 좋다고 한다.
이 팀장은 “제약주도 여전히 상승여력이 있으나 최근 바이오 붐으로 가치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많다”며 투자메리트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고민제 연구원은 전통 중소형주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전통 중소형주 중에는 액면가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거나, 순자산 대비 시가총액이 절반도 안되는 것들이 부지기수로 있다.
고 연구원이 이들 종목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렇다.
“대기업들은 주로 편법을 동원해 지표상으로만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벤처는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다.
반면 전통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다.
” 고 연구원은 이어 “6% 아래로 떨어진 은행 정기예금금리와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할 때 10% 이상 배당을 하는 중소형주들은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조선 업종도 가치주로 추천을 받았다.
조선 업종은 2년6개월간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달러 베이스로 수주를 성사시켜놓은 곳이 많기 때문에 환차익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대우조선은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채무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이자부담을 상당히 줄여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원도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자동차로 22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적자요인이 제거돼 2400억원대의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며 “삼성중공업과 같은 실적호전주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투자분석가들의 관심은 단연 가치주다.
하지만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는 첨단기술 관련주임에 틀림없다는 것이 많은 IT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다.
현대증권 이상구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미국 경기가 V자 형태로 상승국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솔루션 관련 업종과 보안업종, 휴대전화 금융거래가 주목을 받으면서 뜨고 있는 전자결제시스템 관련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첨단기술주들의 재도약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2분기부터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견해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큰 폭의 주가반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연말까지 750선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올해 2분기부터 주식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성장주들은 대부분 가치를 주가에 반영했기 때문에 가치주에 관심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지만 IT업종 역시 2분기 중반부터 동반회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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