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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잡 사이트, 죽거나 혹은 변신하거나
[직업] 잡 사이트, 죽거나 혹은 변신하거나
  • 한정희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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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잡코리아 www.jobkorea.co.kr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채용공고를 내는 기업이 지난해 4분기보다 18%나 늘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30%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채용공고는 1300건, 이력서는 자그마치 1700건에 이른다.


대부분의 구인구직 사이트는 채용공고를 내는 업체에서 부담하는 수수료에 수익을 의존한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개인이 등록할 경우에도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온라인 구인구직 업체들은 어찌됐든 ‘수수료’라는 확실한 수익모델이 있어 다른 포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답답한 편이다.


온라인 구인구직 시장 포화상태 하지만 구인구직 사이트들이 마냥 안심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온라인 취업시장은 항상 열려 있고, 경쟁사들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의 선두그룹에 있는 업체들은 내심 고민에 빠져 있다.
서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선두그룹에 있는 이들은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다.
좀더 차별화된 서비스와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는 것이다.
전체 인력시장의 새로운 흐름도 이런 긴장감을 부추긴다.
최근 인력시장은 점점 더 서로간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던 헤드헌팅 업체들은 온라인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만을 담당했던 업체들은 거꾸로 헤드헌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파견업체들의 시장도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인력시장의 60%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파견업체들도 본격적으로 온라인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야말로 온라인 구인구직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27일 오프라인 기반의 인력파견 업체인 구하니그룹은 국내 최대의 온라인 구인구직 업체 가운데 하나인 캐리어써포트의 스카우트 www.scout.co.kr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구하니그룹은 지난 85년 인력파견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아웃소싱, 헤드헌팅, 인력파견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둔 종합 인재파견 업체다.
캐리어써포트는 이미 스카우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선 1, 2위를 다투는 지명도 높은 업체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온라인에서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한 구하니그룹은 스카우트를 인수하면서 온·오프라인 양대 조직을 갖춘 인재 비즈니스 그룹이 됐다.
캐리어써포트 최홍 기획홍보실장은 “구하니의 오프라인망과 스카우트의 온라인망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 올해 최대의 목표”라고 말한다.
구하니그룹은 올해 안에 지방 구인구직 사이트를 확대해 지방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20개 지역을 준비중이고, 이번달부터 TV광고를 비롯한 대대적 마케팅 활동에 들어간다.
오프라인에 ‘홈 도우미샵’을 세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모델을 시험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어두운 곳에 있었던 직업소개소를 밝은 이미지의 ‘홈 도우미샵’으로 새 단장하겠다는 것이다.
홈 도우미샵은 아파트 주부들을 대상으로 베이비시터, 가정부 등의 인력을 공급하는 특화된 임무를 맡게 된다.
구하니그룹은 올해 안으로 200여개의 ‘홈 도우미샵’을 짓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익모델 다각화만이 살 길 온라인에만 기반한 업체들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인력공급 업체들에게 e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한 모델로 가져갈 계획이다.
김화수 사장은 “그동안 잡코리아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많이 있었다”며 “이들을 위한 e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모델회사는 잡코리아의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회사의 모델들을 소개하고, 모델을 구하는 업체는 e마켓플레이스에서 원하는 모델을 고른 뒤 모델회사에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잡코리아는 모델회사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정액제 요금을 받거나, 성사된 계약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잡코리아는 구인구직 사이트도 경매사이트와 비슷한 성격을 갖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경매사이트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는 것처럼, e마켓플레이스에서도 모델회사가 모델을 공급할 수도 있고, 채용할 수도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일회적이고 일방적인 구인구직 방식을 벗어나 항상 북적거리는 ‘인력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김화수 사장은 “인력 공급업체들을 위한 e마켓플레이스를 5월 안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헌팅 업계에서도 새로운 사업모델들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84년부터 오프라인에서 헤드헌팅 사업를 해온 유니코써어치 www.unicosearch.co.kr는 그동안 주력사업으로 해왔던 임원급 헤드헌팅을 계속하면서, 중간 간부급의 헤드헌팅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신규사업 부문에 새로 영입된 이기대 사장은 “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자 위주의 인력을 뽑아주고 관리해주는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한다.
유니코써어치는 기업 온라인 사이트에 구인란을 만들어주고, 이 구인란을 유니코써어치와 직접 연결하겠다고 말한다.
구직자는 특정한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이 이력서는 유니코써어치가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기대 사장은 일종의 “CRM과 비슷한 의미”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유니코써어치는 인재 데이터베이스의 풀을 넓힐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유니코써어치의 전체 인력풀을 활용해 필요한 인재를 제때에 찾을 수 있어 윈윈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회원사에 지원한 인재들을 꾸준히 관리해줌으로써 회원사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부수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 사장은 “현재 외국계 주요 IT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며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고객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들은 부가적 사업들을 벌여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헬로잡 www.hellojob.co.kr은 교육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를 특화하거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뒤지게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들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올 하반기쯤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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