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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흥청거리는 한국 경제
[리드칼럼] 흥청거리는 한국 경제
  •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
  • 승인 2001.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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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나 한편으론 경제 전체가 흥청망청하지 않나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이유는 대체로 두가지다.
첫째는 세계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 때문이고, 둘째는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몰려 주식값과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그 자산효과로 인해 민간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돈 있는 자들이 그동안 자제하던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어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 투자와 수출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를 떠받친 것은 민간소비가 그런 대로 살아 있었기 때문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소비가 빚에 의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지난 11개월 동안 가계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가 증가한 39.2조원에 이르고, 올해말 현재 가구당 평균 금융기관 부채가 22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계 빚의 증가는 조만간 경기가 살아나지 않거나 주식가격이나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꺼지게 되면 수많은 가계 파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빚을 내 소비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그러한 행위가 자신의 미래 소득 능력을 넘어서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 직전까지 우리 기업들도 자신들의 영업성과를 감안하지 않은 채 과도한 빚으로 투자를 하다가 파산을 하고 국가경제까지 파탄지경에 이르게 했다.
다행히 지난 4년 동안 기업들의 빚과 부실채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빚이 국가 빚으로 대체된 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년간 국채발행으로 인한 국가 빚이 60조원 이상 늘었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들을 처리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 중 회수가 안 돼 국가가 사실상 책임져야 할 빚까지 합하면 100조원 이상의 국가 빚이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지난 4년 동안 국가 빚으로 많은 부실기업들과 부실은행들이 문을 닫지 않고 영업을 계속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돈이 시중에 떠돌아다니면서 소비를 떠받쳐줌으로써 우리 경제가 멈추지 않고 돌아간 것이다.
이 돈 중 상당 부분은 공짜 돈으로 인식되어 지난번 감사원의 공적자금 특감에서 밝혀졌듯이 낭비된 경향이 많다.
전국적으로 룸살롱 같은 퇴폐유흥 음식점이 IMF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나고 장사가 잘된다는 것은 기업이나 단체의 이러한 공짜 돈이 많이 흘러다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정부나, 심지어는 IMF 한국지부장 같은 사람들도 국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가 침체기에 있을 때 정부가 어느 정도 경기부양 정책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이 생산적 투자에 쓰이고 그 용처가 확정되고 나서 정부의 예산을 늘리든지 해야지 무조건 늘려놓고 보자는 발상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지출의 증가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만 늘리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결국엔 국민들의 부담만 증가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임기를 마무리지으면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싶고, 또 내년 양대 선거를 두고 경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자신들의 능력을 넘어서서 빚을 내어 흥청망청하게 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공적자금의 느슨한 사용과 팽창예산을 통해서 나라 전체가 좀 흥청망청하더라도, 그리고 차기 정부에 과도한 빚을 떠넘기더라도 경기만 부양시키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정부이건 ‘건전재정 유지’의 원칙 아래 적정한 수준의 빚을 지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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