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사이드1. 반도체 / 최후의 서바이벌
사이드1. 반도체 / 최후의 서바이벌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1.12.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이닉스-마이크론 제휴로 D램가 상승세 지속…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세 계속될 듯 지난 12월5일,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제휴 소식이 공식 발표되자 주식시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들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줄곧 2달러를 밑돌던 128메가D램 현물가는 12월10일 현재 3.4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이처럼 D램가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내년 상반기면 D램 업체들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목숨 부지도 어려웠던 반도체 업체들에게 드디어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일까. 고정거래선 공급가 인상으로 업계 숨통 2001년은 반도체 업체들에게 최악의 한해였다.
PC시장 침체와 공급과잉으로 현물시장의 D램가가 끝간데 없이 추락하더니, 7월 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2달러(128메가)와 1달러(64메가)대마저 무너졌다.
약체인 대만과 일본 업체들은 물론, 업계 1위를 달리던 마이크론조차 자금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6조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적자’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11월 중순부터다.
공급 과잉으로 공멸의 위기를 맞은 반도체 업체의 살 길은 단 두가지밖에 없었다.
고정거래선 공급가를 인상하는 방법과 업계 전체가 감산에 나서는 방법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대형 PC업체를 비롯한 고정거래선을 상대로 반도체 공급가를 인상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1분기에는 PC 판매가 활발한 편이라, PC업체들이 가격 인상 제안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11월말 업계에 ‘마이크론-하이닉스 제휴설’이 나돌자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 6일 두 업체는 델과 컴팩 등 대형 PC업체들과 15~20%의 가격인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잇따라 터진 ‘일본의 D램 포기설’까지 가세해 반도체 업계에는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문제는 이처럼 반도체 시장에 청신호를 띄운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 결과가 실제로 업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여부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싱가포르 공장의 일부 라인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이 창립 이래 최초의 감산을 선언한 것은 하이닉스와의 제휴를 계기로 업계 전체의 감산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한다.
하이닉스가 지난 하반기부터 미국 유진공장 가동을 중단해 감산에 들어간 상태라, D램 생산업체 중에서 감산계획이 없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형국이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러한 감산 분위기에 동승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의 경영권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마이크론쪽 의지에 따라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새로 태어난 ‘공룡’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산을 실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두 업체가 생산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경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마이크론이 임금수준이 낮은 하이닉스에 기술이전을 실시함으로써 삼성전자의 ‘무기’인 원가경쟁력이 빛을 잃을 위험도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당분간 감산에 협조하더라도 상위 3개 업체의 공조가 순식간에 깨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D램 사업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마음먹었던 대만과 일본 업체들이 단기 자금확보를 위해 저가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성원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의 공급 조절만으로 시장이 살아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억2800만대의 판매를 보인 PC시장이 내년에 약 1억3700만대 정도로 7~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윈도우XP와 인텔 고성능 칩,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신규 수요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생산 부문이 통제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쯤 또다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 협상 결과는 아직 미지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반도체 시장 변화에서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D램 고정거래선 공급가가 높아지고 현물가가 뛰면서 올 4분기 적자폭이 3분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D램가가 현 추세대로 오르고 제조원가가 30% 하락하면 내년 1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메릴린치사가 삼성전자의 12월 주가 목표를 35만원으로 제시하는 등 주식시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을 지켜보고 그 결과에 따른 영향력을 가늠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시장의 회복기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인터뷰 | 전병서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 “2002 최후의 서바이벌 게임”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2002년은 D램업계가 최후의 생존게임을 벌이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1위로 우뚝선 가운데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구조조정과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이중에서 자금이나 기술면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최후의 승자로 남는다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기존 업체들이 마지막 전쟁을 치르는 사이, 끊임없이 반도체 시장을 기웃거릴 중국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제휴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제휴건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세계 D램 업계에는 초대형 호재다.
상위 2~3사가 시장의 70~80%를 점하기 때문에 공급물량 조절을 통한 경기 조절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D램 시장의 수급결정 파워가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바뀌는, 지난 30년간 유례없던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내년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 예상되는 변수는 무엇인가? =공급 측면에서는 업체간의 제휴를 통해 공급물량이 얼마나 축소될 것인가, 그리고 수요 측면에서는 여전히 PC의 메모리 장착률과 PC 판매대수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다.
2002년에는 PC가 한자릿수 성장만 하더라도 인텔의 고성능칩과 윈도우XP의 영향으로 D램 장착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급이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은? =마지막 서바이벌 게임이 될 거라 본다.
D램 전쟁은 2001년에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전사자가 나와서 전쟁을 화끈하게 치르기를 바라지만, 이번 전쟁은 전사자가 없는 대신 중상자들로 득실대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투자능력을 상실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중상자들끼리의 합종연행을 통한 생존경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이 흐름에서 뒤처지는 업체는 완전히 도태될 것이라 본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아직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D램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안달인 것만은 분명하다.
0.18마이크론 이하 첨단라인 건설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중이고, 그 대안의 하나로 한국 D램 업체의 일부 라인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D램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3~5년 뒤면 대만을 대신해 한국과 맞붙을 무서운 새끼 호랑이임에 틀림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