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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씨즈메일
[재미] 씨즈메일
  • 오철우
  • 승인 2000.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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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분신,편지 속에 있어요” 벤처인큐베이팅업체 파파빈 박정원(29) 과장의 개인컴퓨터엔 앙증맞고 재미있는 캐릭터 파일들이 가득하다.
이 캐릭터들은 박과장의 인터넷 전자우편을 통해 수시로 편지의 주인공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받은 편지함’에 날아가 꽂힌다.
“안녕하세요. 파파빈의 박정원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편지 속 이야기가 시작되면 캐릭터들도 앙증맞은 몸짓을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애교’다.
“허허 고것 참, 재미있네.” 편지를 받은 협력업체 홍길동 과장의 입가엔 바쁜 일상에 쫓기는 짧은 웃음이 퍼진다.
12동작으로 갖가지 감정 표현 움직이는 캐릭터를 전자편지에 담아 보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메일’이요즘 신세대와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얻으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캐릭터와 편지사연이 함께 하니 이른바 ‘캐릭터 이야기 편지’다.
캐릭터 사이트 ‘씨즈메일’ www.cizmail.co.kr은 이런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인터넷 세상에 퍼뜨리는 본산이다.
이곳에선 날마다 12가지 감정을 담은 12동작의 새로운 캐릭터가 하나씩 태어난다.
450여종에 12동작이 더해져 벌써 5천개를 훌쩍 넘겼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는데 젊은 세대의 입소문과 전자편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등록회원도 100만명이란다.
하루 15만∼20만통의 전자편지가 이곳 캐릭터를 담아서 발송되고 수신된다.
어떤 캐릭터가 인기일까. “처음엔 8등신 캐릭터가 인기였죠. 그런데 요즘은 2등신처럼 귀엽고 깜찍하게 생긴 캐릭터일수록 인기더라구요. 또 엽기적 동작을 많이 찾아요. 그래서 올 여름엔 납량특집 귀신시리즈가 인기를 톡톡히 누렸죠.” 씨즈메일 장대용(27) 마케팅과장의 말이다.
부부의 애증이 담긴 젓가락 캐릭터, ‘여고괴담’ 설이 귀신, 음주가무를 즐기는 날라리 아저씨, 깜찍이 곰인형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귀여운 여인 등 코믹·엽기 시리즈 캐릭터들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요즘 인기절정이다.
씨즈메일에서 제공하는 캐릭터 한두개를 그대로 옮겨와 보내는 네티즌들이있는가 하면 자신의 편지 사연에 맞는 여러 캐릭터들을 찾아내 편지를 더욱 재미있게 재구성하는 ‘파워 유저’도 생겨나고 있다.
평소 캐릭터 메일을 자주 쓰는 박과장은 “업무나 개인 편지에 내가 고른 캐릭터들로 편지를 써보내면 다들 신기해하며 좋아해 편지 보내기가 즐겁다”며 “딱딱한 글이 아니라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에 나만의 감정을 담아 보내는 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한 30대 한약사는 애인에게 날마다 캐릭터 메일을 보내는 구애작전 끝에 드디어 결혼하게 됐다며 씨즈메일 신상훈(29) 사장한테 그 보답으로 보약을 지어주고 싶다는 글을 전해오기도 했다.
이렇게 캐릭터 메일이 널리 퍼지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이 만든 아기자기한 사연의 편지를 혼자 보기엔 아깝다며 남들에게 공개해 뽐내는 일에 나서기도 한다.
씨즈메일 사이트의 ‘공개편지함’엔 친구와 연인 사이, 가족 사이에 오간 공개편지 사연이 자그마치 3만4천여건이나 공개돼 수북이 쌓여 있다.
가지가지의 공개 사연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공감을 얻기도,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글자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신세대 사이에서 캐릭터 메일은 전자우편에 마음을 담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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