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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임범/ <한겨레> 문화부
  • 승인 2001.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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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신세계로 오세요 미국 개봉 보름 동안의 수입 2억1967만달러, 같은 기간 영국에선 수입 3800만파운드, 일본에선 개봉 첫 주말 수입 15억엔, 한국은 개봉 이틀 전인 12일까지 예매 19만장….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에서 원작소설을 읽은 독자가 1억명이 넘는 걸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또 미국에서 개봉 4주째를 맞으면서 관객의 발길이 주춤해진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록만 가지고도 앞으로 후속편의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무엇보다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는 게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소설대로 <해리 포터…>에서 인간은 마법사와, 마법을 쓸 줄 모르는 보통 인간 ‘구글’의 두 종류로 나뉜다.
해리 포터는 갓난아기일 때 훌륭한 마법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악한 마법사 볼드모트에게 죽임을 당한 뒤 구글인 이모집에 맡겨진다.
이모집에서 홀대와 구박을 받고 자라던 해리에게 마법사들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해리가 마법학교의 초청장을 받아 그곳에 입학하면서 ‘신데렐라’ 이야기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엘리트 학생과 엘리트 교사들로 이뤄진 이 멋진 신세계에 마법까지 얹혀 성장기의 포부와 모험심을 자극한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마법을 부려가며 우정을 나누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까지 영화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깃털을 공중에 띄워올리고, 빗자루를 타고 날고, 거기에 마법의 거울과 용과 학교의 보물을 지키는 괴물들까지 판타지의 기대에 부합하는 시각적 장치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중반이 지나면서 영화는 어린 영웅의 탄생을 위해 종사하는, 많이 보아온 구도로 정형화된다.
그것 역시 원작을 따른 것이지만 볼드모트의 사주를 받은 교사와 해리 일행이 대결할 때, 격렬하고 파괴적인 시각효과를 동원해 선과 악의 비장한 전쟁으로 몰고간다.
대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배치와 싸움 장면의 시각장치들이 감정을 한쪽 방향으로만 격앙시키기에 바쁜 탓에, 대다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스펙터클이 현란함에도 그게 되레 상상력을 갉아먹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거기에서 영화 <해리 포터…>는 동심과 대화하기를 멈추고 선과 악, 승리와 패배라는 어른들의 이분법을 설교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체로 소설을 읽은 이들이 안 읽은 이들보다 더 재미있게 보는 게 이 영화의 또다른 특징이다.
이걸 어떻게 화면에 옮겼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주지만, 소설을 읽을 때만큼의 설렘과 호기심을 자아내지는 못한다는 말일 수도 있다.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메아 왓슨, 리처드 해리스/ 상영시간 152분/ 등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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