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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재는 움직이는 거야"
[미국] "인재는 움직이는 거야"
  • 이철민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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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기업 경영진 ‘브레인 드레인’ 움직임…연쇄 이동으로 전분야 확산 우려 ‘브레인 드레인’(Brain-drain)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인재 유출’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말은 닷컴과 하이테크 업계의 경기가 한창이던 99년 초부터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했다.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 굴뚝기업 할 것 없이 인재란 인재들은 모두 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닷컴과 하이테크 업계로 옮겨가던 때였다.
지난해 앤더슨 컨설팅의 사장이었던 조지 샤인이 인터넷 식료품업체 웹밴의 주식 5%를 받는 조건으로 옮겨간 일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컨설팅 회사의 사장이 그럴 정도였으니 일반 직원들의 동요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뒤바뀐 운명, “닷컴은 괴로워”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좀 이해하기 힘든 ‘브레인 드레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닷컴과 하이테크 업계로의 유출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닷컴과 하이테크 업계에서 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최고경영자들이 선두에 섰다.
8월 초 대표적인 인터넷 증권사인 아메리트레이드 www.ameritrade.com의 최고경영자 톰 루이스가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물러났다.
전혀 예견되지 않은 사직이었다.
회사쪽은 그가 앞으로 회사의 새로운 최고경영자에게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톰 루이스는 지난해 5월 이사회 의장이자 친구인 조 릭켓이 공동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회사운영의 전권을 맡았다.
그런 톰 루이스의 승진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투자은행의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실제로 올 2분기 아메리트레이드의 경영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고 최근엔 넷뱅크(Net.Bank)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터넷 뱅킹 서비스까지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톰 루이스의 돌연한 사퇴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톰 루이스가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회사 개발팀을 초기부터 이끌던 그가 사라져 향후 아메리트레이드의 개발팀에도 연쇄적인 브레인 드레인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톰 루이스의 사직 이후 행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메리트레이드는 물론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만약 그가 경쟁업체로 가거나 새로운 온라인 증권사를 만든다면,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즘 최고의 시장가치를 자랑하는 시스코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날의 시스코를 이룩한 존 챔버스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여겨지던 부사장 존 리스트윈이 최근 벤처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그 전에 발표된 시스코의 상반기 실적이 예상을 훨씬 웃돈 상태여서 존 리스트윈의 사직은 충격이었다.
존 리스트윈이 톰 루이스와 다른 점은, 그가 새롭게 시작할 벤처에 시스코가 투자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는 존 리스트윈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시스코 경영진들이 어떻게든 그와의 관계를 만들어내고자 투자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설기사를 싣기도 했다.
‘브레인 드레인’시대 개봉박두 결국 몇년 전 굴뚝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닷컴과 하이테크 업체들도 브레인 드레인 현상으로 골머리를 썩여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특히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시스코나 아메리트레이드 등의 업체들에선 앞으로 더 많은 경영진들이 또다른 도전을 위해 회사를 나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 그야말로 ‘인재는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이 모든 산업분야로 확산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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