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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소스 멀티유즈의 허와 실 ⑦ 배급-비디오
[문화] 원소스 멀티유즈의 허와 실 ⑦ 배급-비디오
  • 이상준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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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유즈’보다 ‘원소스’ 고민해야
지난해 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 인터넷영화가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영화배우 유지태와 신예 박은혜, 하랑이 출연한 판타지 영화 <01412-파사신검>이었다.
그러나 자그마치 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홍보와 함께 오렌지씨씨 www.orangecc.co.kr에서 상영한 이 작품은 기대와는 달리 제작사를 참담한 심정에 빠지게 했다.
네티즌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원소스 멀티유즈’를 목표로 추진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음반 발매와 비디오 테이프(VHS) 출시도 당연히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제작단계에서 판권을 구매해 지난해 6월 비디오로 출시한 새롬엔터테인먼트 정영진 실장은 <01412-파사신검>의 실패 원인을 콘텐츠의 질에서 찾는다.
“예상했던 수준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고, 인터넷에서의 반응도 미약했다.
지방의 경우 <01412-파사신검>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었다.
” 더욱이 이 영화는 ‘우정출연’한 유지태를 마치 주연인 것처럼 홍보한 포스터 때문에 유지태와 소속 매니지먼트 회사인 SFA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단순히 최초라는 것에서 의의를 찾기에는 너무도 시행착오가 많았던 <01412-파사신검>. 그뒤로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 또다른 인터넷영화가 비디오로 새로운 관객들을 찾아왔다.
미디어포엠 www.cine4m.com에서 제작·상영한 디지털 단편영화인 김지운 감독의 <커밍 아웃>과 장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가 하나의 테이프에 묶여 지난 4월6일 전국 비디오 대여점에 배포된 것이다.
네티즌 170만여명이 조회했다는 <다찌마와 리>를 비롯해 세작품 모두 유례없을 정도로 커다란 히트를 기록한 화제작들이다.
대개 극장개봉 화제작의 판매가격은 한장당 2만7500원 수준이고, 극장개봉작은 2만5300원, 개봉되지 못한 영화는 그 이하의 금액에 팔린다.
그런데 시네포엠의 ‘디지탈 삼인삼색’은 개봉관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음에도 2만5300원에 3만5천여장이나 판매됐다고 한다.
반품되는 물량을 감안해야겠지만 어림잡아 계산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미디어포엠 마케팅팀 이성원 팀장은 성공 요인을 ‘원소스’의 뛰어남에서 찾는다.
기존 인터넷영화 <예카>나 <01412-파사신검> 따위의 작품들은 원소스인 작품의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영화 제작단계에서 투자를 받거나 미리 판권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티즌의 폭발적 반응이 자연스럽게 멀티유즈의 성공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 최근 개봉한 영화 <천사몽>의 흥행 실패 역시 ‘원소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SBSi www.sbsi.co.kr의 인터넷영화 <아미지몽>도 영화를 보면서 쇼핑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지만 정작 콘텐츠 자체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제작사들이 ‘부대적인’ 멀티유즈에만 치중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핵심은 놓치고 만 것이다.
전문가들은 높아진 네티즌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이전과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매끄럽게 포장된 작품보다는 쉽게 볼 수 없는, 개성이 강한 작품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작품을 이렇게 저렇게 판매해 수익을 내보겠다는 계산보다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네티즌이 좋아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다.
제대로 만든 ‘원소스’는 얼마든지 ‘멀티유즈’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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