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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4. 정책대결, 이제부터 시작
사이드4. 정책대결, 이제부터 시작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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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별 민주당-한나라당 주장 “팽팽”… 일부 현안은 당내에서도 주장 엇갈려 지난 12월18일 정부는 민간부문 주5일 근무제 시행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공무원 주5일 근무제, 학교 주5일 수업제 도입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는 공공부문, 금융―보험업, 1천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2002년 7월1일부터 실시하고, 이후부터는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정부 방침은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사실상 무산됐음에도 노·사의 반발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현 정부 임기 안에 노동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정부의 조급증 탓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한 정부안이 나오자마자 노사 양 단체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 제출된다 해도 통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5일 근무제 논의는 앞으로의 파장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락됐다.
하지만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철도민영화 방안, 공적자금 회수와 처리문제 등 몇가지 현안들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아직도 서로 ‘설왕설래’하며 맞서고 있다.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정부와 민주당은 연기금 주식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한다.
민주당은 증시 활성화와 연기금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선 연기금 주식투자가 자유로워져야한다며 전면허용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히고 있다.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는 우리 증시의 수급구조와 체질을 개선하고, 연기금도 안정성뿐만 아니라 수익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민주당은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면 기관투자자로서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연기금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연기금의 총체적 부실화를 초래해 결국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에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기금관리법은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기금의 운용계획에 반영하면 주식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전면 봉쇄돼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현재 61개 연기금중 국민연금 등 4대 기금을 포함한 상당수의 대형 기금들이 현재도 간접투자는 물론 직접투자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현행 주식투자금지규정의 유지”를, 민주당은 “전면허용 방침 불변”을 외치고 있어 법안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 회수 및 관리 문제 공적자금 문제를 놓고도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시점에서 회수 규모를 정확히 전망하기도 어렵고, 현재 공적자금 투입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출자주식 매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 회수규모를 추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회수실적에 대한 평가도 우리나라의 회수율 수준이 결코 낮은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게다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외환위기 직후 거의 마비상태였던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되고 국민의 예금자산도 보호된 점을 들어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적자금 투입유발 사범(부실금융기관의 임직원, 부실 기업주 등)의 ‘도적적 해이’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도적적 해이만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공적자금 관리를 허술하게 한 정부와 감독기관의 무책임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공적자금의 회수가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여전히 공적자금의 회수를 통해 상환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방침을 고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앞으로 정부가 공적자금의 투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금융기관 책임하에 시장원리에 의한 상시 금융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공적자금을 차환발행과 이자지급을 위해 재정특별융자를 연장하지 말고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금지시키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 민영화 방안과 재벌들의 금융업진출 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해선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랜만에 입을 맞췄다.
정부는 그동안 새해 말까지 정부소유 은행(한빛, 서울, 평화, 경남, 제주, 광주)을 민영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줄기차게 이를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관치금융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은행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민영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한 정부출자 은행을 매각할 때 제값을 받도록 경영의 내실을 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나 매각일정에 관해서는 공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김근태, 정세균의원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 등은 현재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들어 은행 민영화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조심스런 주장을 펼친다.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적자금 회수실적을 올리기 위해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 같아 헐값매각 시비를 부를 수도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이 ‘은행 주인 찾아주기’에 찬성하고 있어 정부소유 은행은 조만간 민영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벌들의 은행업 진출에 대해서는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심하게 엇갈린다.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인 강운태의원,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대기업이라도 소유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하며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 김근태, 정세균, 이정일 의원, 한나라당 임태희, 안택수 의원 등은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기업을 통한 은행민영화 방안에 부정적인 의원들은 ‘소액투자자를 통한 민영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금융업에 전념하는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에는 의원들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율 인하 한나라당은 당초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내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인세율 인하의 경기활성화 효과가 적은 데다 세수감소로 이어져 균형재정을 이루는데 문제가 많다며 반대해왔다.
민주당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 데도 세출예산을 깎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세출예산을 줄이지 않고 국채발행을 늘리는 방안을 받아들이면 법인세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문제는 지난 12월19일 국회 재경위에서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2% 인하 안이 통과됐다.
▶철도 민영화 방안 철도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의원들간에 의견이 대립된다.
정부는 현행 철도가 국유국영(國有國營) 체제로, 100여년 전의 소유 및 경영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경직적인 운영, 영업성과 부족으로 만성적 투자 부족과 경영적자 발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정부는 철도시설은 그대로 국유로 두고 운영부문만 정부전액출자의 주식회사형 기업체제로 전환해 업무과정을 개선하고, 부대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경영효율을 꾀한 뒤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영철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철도구조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구조조정시 발생할 모든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한 뒤 개혁에 착수하자는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철도 구조개혁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외부에 그 결과를 용역해놓고 있는 상태”라며 “세부적인 용역결과를 분석한 후에야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도 아직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철도민영화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해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새해 1월 중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듣겠다”고 말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의원 25명 중 21명이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21명의 의원들은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국가기간산업인 철도민영화는 곤란하다”거나 “민영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혀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의 최대과제로 추진중인 철도 민영화 사업은 당분간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2002년에는 대선을 향한 대선주자들의 용틀임이 본격화된다.
또한 그와 더불어 대선주자들의 정책도 쏟아져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역대 대선공약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공약(空約)에 그친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
또한 선심성 공약의 남발로 우리 정당들은 ‘진정한 정책대결’을 펼쳤다고 내세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 정치가 한단계 더 발전하려면 정당들은 ‘선의의 정책대결’을 통해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대결을 통한 정권의 획득’이 앞으로도 민주정치를 정착시킨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돌려서는 바닥까지 떨어진 민심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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