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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실업률 축소 왜곡 냄새 '솔솔'
[초점] 실업률 축소 왜곡 냄새 '솔솔'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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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수록 고용은 늘어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중에도 국내 실업률은 오히려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9년과 2000년 상반기에 연율 1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 경제는 2000년 하반기 이후 고성장 추세가 꺾이면서 침체에 빠져들었다.
경기 사이클 역시 2000년 8월에 정점을 기록한 이래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업률은 4.8%를 기록한 1분기에만 경기상황과 흐름을 같이했을 뿐, 2분기 이후에는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월 5.0%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실업률은 4월 이후에는 3%대를 유지해,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알리는 다른 각종 지표들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은 역비례 관계여야 말이 된다.
경기가 호황을 보일 때는 생산활동이 증가하면서 고용이 늘어 실업률이 낮아지고, 불황기에는 생산활동 감소가 실업자 수를 늘리는 게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와 실업률 사이의 이러한 상식적인 역비례의 관계가 2000년 무렵까지는 대체로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반영해 고용상황이 예전보다 크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기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진 2001년 2분기 이래 실업률도 덩달아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숫자상으로 보자면,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는 적어도 노동시장에서만은 파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격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장기적인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도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런 의문과 관련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노동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구인·구직의 행태 변화가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실업률 하락이라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통계지표상 낮은 실업률만 바라보고 있으면, 취업과 실업의 질적인 변화를 쫓아가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의 행태 변화와 체감실업률'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는 현행 실업률 집계방식이 현실 노동시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실업률과 경제상황 사이의 관계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취업여건의 전반적인 악화로 인해 취업전망을 거의 상실한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실업률 집계방식은 이런 이들을 단지 구직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로만 간주해 실업자 범주에서 제외시킴으로써 통계상 실업률의 하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현재의 실업률 집계방식이 지닌 현실반영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이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김범식 수석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취업전망을 거의 상실한 이른바 `실망실업자'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경우, 실제 실업률은 7%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행 방식에 기초한 지표실업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실업 문제를 상당히 축소왜곡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의 고용상황과 관련해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위기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경제활동 참가율이 정체하거나 소폭으로 감소한 데 반해 실업률만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62%대에서 60%대로 떨어졌지만, 현재까지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5살 이상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98년 이후 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비경제활동인구는 98년에 전년 대비 73만명이나 늘어난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취업 의지와 상관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경제활동인구에서 배제된 인구 규모를 추정하는 데 이것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하락하는 데도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실업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외환위기 이전에는 실업자로 분류되어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실직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유사실업 인구가 실제로는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넓은 의미에서 `실망실업자'로 분류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경기침체가 실업률의 하락을 동반하는 최근의 현상은, 역설적이게도 이들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광의의 실업자, 이른바 `실망실업자'들이 대규모로 증가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정부 통계당국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노동시장의 질적 변화를 감안해 99년 11월부터는 실업률을 집계할 때 `구직단념자'를 반영한 통계조사를 함께 수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현행 실업률 집계방식은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지난 1년 동안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만을 구직단념자로 간주해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런 방식에 따를 경우 2001년 중 국내의 구직단념자 규모는 대략 10만명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 노동시장에서 취업전망을 상실한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이들 대부분이 현재 1년 이상의 장기실업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1년으로 한정돼 있는 현재의 구직단념자 기준은 현실을 과소평가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들어 삼성경제연구소는 `구직경험을 1년으로 한정하지 말고, 취업의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취업의 노력을 포기한 사람'을 모두 실망실업자 범주에 끌어들이고, 이들의 규모가 현재 대략 5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 기준에 따를 경우 실업률은 정부당국의 공식 통계치인 3% 수준보다 훨씬 높은 7%에 이르러, 현실에서 느끼는 체감실업률에 상당히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외환위기를 전후한 경제활동 참가인구 감소분을 곧바로 `실망실업자'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업 통계를 담당하는 통계청 사회통계과의 담당자 역시 “경제활동 참가율의 차이를 이용하여 구직단념자 혹은 실망실업자의 규모를 역으로 추산하는 것은 통계적 관점에서 볼 때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여건에 따라 경제활동 참가여부가 유동적으로 변하므로 구직단념자라는 개념을 정책수립시 보조지표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구직단념자 전체를 실업자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또다른 왜곡을 낳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국내 노동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할 때 `실망실업자' 혹은 `광의의 실업자'라는 개념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현행 실업률 집계방식의 현실반영도가 점점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노동시장의 사례는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임시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겉으로는 취업상태에 있으나 실제로는 실업에 가까워 잠재적 실업인구에 포함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취업기회가 박탈된 청년인구층이 군복무나 재학기간 연장 등의 수단을 통해 노동시장에 곧바로 진입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비경제활동 영역에 몸담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유사실업 인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실망실업자'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인구의 꾸준한 증가는 노동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뒤, 혹은 애초부터 진입하지 못한 채 실업상태에 고착돼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들 일용직, 임시직 및 불완전 취업자들을 일부라도 고려할 경우, 현실의 실업률은 정부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수치를 크게 넘어설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같은 현실은 기존의 실업률 집계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보조지표로서 광의의 실업률 개념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현재 국내경제는 과거의 고도성장 중심의 개발경제에서 저성장을 바탕으로 한 성숙경제로의 전환을 서서히 경험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험을 살펴보더라도 저성장을 바탕으로 한 성숙경제로의 진입은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수반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가속화하면, 지표상의 실업률과 체감실업률 사이의 괴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실업문제가 상시화·구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실업통계에 덧붙여 광의의 실업률과 같은 정책적 보조지표를 도입해 활용하는 일은 실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 위한 첫 걸음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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