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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네번째 시도'는 먹혀들까
[포커스] '네번째 시도'는 먹혀들까
  • 정남구(한겨레 경제부)
  • 승인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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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무너지고 있다.
올해 개장 첫날 100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들어서는 며칠만 지나면 또다시 연중최저치를 갱신하는 불안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비록 장중이긴 하지만 10월13일과 18일 종합주가지수는 두번씩이나 500선이 무너졌다.
지수는 연초보다 꼭 반토막이난 상태다.


코스닥시장의 폭락세는 더욱 심각하다.
한때 300을 넘보던 종합지수가 100 아래로 무너져내린 뒤 도대체 반등할 줄을 모른다.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길이 막혀버린 기업들은 한숨뿐이다.
올들어 네번째 증시부양책 주가폭락이 불러온 이런 한숨이 ‘제2경제위기설’로까지 번지자 정부는 견디지 못하고 긴급처방을 내놨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하룻만에 무려 50포인트가 떨어진 지난 9월18일의 이른바 ‘검은 월요일’에도 “단기적인 증시부양책은 쓸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지만, 한달이 지나지 않아 손을 들고 말았다.
10월16일 연기금을 동원해 직접 증권시장의 수요를 확대하는 처방을 제시한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이틀 뒤인 18일 보험사의 특정기업 주식 매입한도 확대,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에 대해 취득가액의 30%까지 손비 인정, 내년부터 개방형 뮤추얼펀드 전면 허용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추가대책을 내놓았다.
연기금 동원 '극양처방' 이번 증시부양책은 올들어 벌써 네번째다.
정부는 지난 3월19일 자사주 매입 때 호가 폭을 5%로 늘려 인위적으로 고가의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사주 매입을 통한 기업들의 주가방어를 쉽게 하는 조처를 취했다.
거래소시장의 점심시간 휴장제도도 폐지했다.
이어 6월19일에는 채권시장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투신사에 비과세신탁상품을 허용했다.
9월18일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활성화해 기업의 자산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한다는 명분 아래 인수합병 전문 사모뮤추얼펀드를 허용하는 등 또다른 대책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꼭 3개월에 한번씩 반복되던 대책들은 그동안 한번도 시장을 살려내지 못했다.
한달 만에 새로 나온 처방은 과연 먹힐까? 이번 증시대책의 뼈대는 연기금을 동원해 증시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점에서 기존 처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것으로 증시대책 가운데 ‘극약처방’으로 꼽힌다.
재경부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1조5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이르면 10월24일부터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펀드는 자금의 60%를 주식에 투자하도록 하는 만큼 1조원어치 규모의 주식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기금의 주식 투자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주식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문제였다.
재경부 쪽은 이에 대해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법령과 내규를 폐지하겠다”며 “운용 담당자가 법령과 세부지침에 따라 주식투자를 했을 경우에는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면제하고 손실을 입더라도 문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진념 재경부 장관은 “연기금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가 20조, 30조라는데 그 돈을 다 투입할 수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시부양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연기금은 현재 상당한 규모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43개 공공기금의 운용규모는 196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 주식, 채권 등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26조8520억원에 이른다.
금감위는 이미 연기금 전용펀드 조성계획과 약관을 각 투신사와 연기금에 통보했다.
그러나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기금 조성이 순탄할지부터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연기금 운용담당자들은 “과거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해놓고 뒤에 결국 책임을 물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기금의 부실운용을 여러 차례 목격한 가입자들의 반대여론도 걱정거리다.
참여연대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연기금이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투자관리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증시부양책에 동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조5천억원 정도의 기금이 조성되는 것은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정부는 연기금의 펀드 가입을 자율에 맡긴다고 강조하고는 있지만, 자칫 기금 조성이 늦어질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을 가동해서라도 목표치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증시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미심쩍어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자금 규모가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이승용 이사는 “투자심리 안정에는 기여할 것”이라며 “그러나 주가의 추가하락을 막아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증시에서 주가를 떨어뜨리는 세력은 외국인이다.
자금여력이 없는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받아주지 못하면서 주가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9월 한달 동안 거래소에서만 1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10월 들어서도 18일까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57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연기금이 당장 투입하는 1조원으로는 외국인 매도물량을 소화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주가 흐름은 미국 증시 혼조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 확대도 큰 작용을 하고 있어 미국 증시 안정이 먼저 전제돼야 부양책이 먹혀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더 비관적이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데다 경기가 하락 추세로 돌아서는 기미가 뚜렷해 주가를 상승 추세로까지 돌려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사에 주식투자 한도를 확대한 조처에 대해서도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 보험사 주식운용책임자는 “보험사 주식투자한도를 재산의 40%까지로 늘린다지만, 현재도 주식투자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하다”며 한도가 낮아 주식투자를 못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동일기업 주식을 10%까지 보유한 경우는 아예 없을 것이기 때문에, 보유한도를 15%까지 확대한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증시부양책조차 사라져야 주가 오른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오히려 정부가 연기금 동원 등의 부양책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필요한 부실기업 정리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냐고 의심한다.
어차피 모든 열쇠는 구조조정의 확실한 진척을 통한 시장 불확실성의 해소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국제영업 담당자는 “올 들어 현대사태와 주가하락, 증시부양책이 계속 반복돼왔다는 점을 보면 시장안정을 위해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분명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가에는 증시부양책과 주가의 상관관계에 대한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주가는 증시부양책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오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주가가 오르는 것은 부양책이 누적된 효과 때문이 아니라 경기순환 국면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주가는 오를 때가 돼야 오르고, 인위적인 부양책은 훗날 오히려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한 관계자는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일 뿐이다.
그림자를 흔든다고 본체(경제)가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안에서도 인위적인 주가부양책보다는 확실한 구조조정이 더욱 강력한 증시부양책이라는 견해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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