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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똑소리나는 아파트 '성큼'
[비즈니스] 똑소리나는 아파트 '성큼'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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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똑똑한 아파트’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TV 채널을 바꾸고, 빛의 밝기를 조절하고, 에어컨을 끄고 켜는 일이 말 한마디로 이뤄지는 집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영화 <데몰리션맨>에서 50년간 냉동감옥에 갇혔다 풀려난 실베스타 스탤론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은 스크린을 훌쩍 뛰어넘어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삼성물산 주택문화관 안에 모양새도 예쁘게 자리를 잡았다.
면적 85㎡, 32평 규모의 이 모델하우스는 1999년부터 대한주택공사와 삼성물산 주택부문, 서울통신기술, KT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추진해온 ‘인텔리전트 아파트 표준모델 개발연구’의 결과다.
연구팀은 일반 핵가족형, 재택근무자형, 독신자형, 노인형, 장애인형, 맞벌이가족형 등 총 6개 모델을 제시했는데, 현재 주택문화관에서 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는 시장에서 가장 높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맞벌이가족형’이다.
인텔리전트 아파트는 이른바 ‘사이버 아파트’로 불렸던, 인터넷 이용환경을 최적화한 아파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홈오토메이션 기기들과 홈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각종 가전기기와 조명, 방범 등을 집안에서는 자동으로, 집밖에서는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첨단 주거공간인 것이다.
일단 웹패드를 손에 들면 제자리에 앉아 각 방의 블라인드를 올리거나 내리고, 공기를 정화하고, 가스 밸브를 잠그거나 열고, 세탁기와 냉장고·전자레인지·TV 등 온갖 가전기기를 마음 내키는 대로 작동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된 웹패드를 사용하면 손가락으로 패드를 누르는 대신 '에어컨' '끄기' 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들이 이뤄진다.
침입자가 있을 때는 센서가 작동해 가까운 관리소에 위급 상황을 알리고, 집을 나서면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가스밸브나 조명기기 등 외출시 사고나 낭비의 위험이 있는 시스템들이 동시에 꺼진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집밖에서 인터넷을 통한 원격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으면 사무실에 앉은 채로 내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퇴근 전에 인터넷에 접속해 미리 명령을 하면, 집에 도착하기 전에 환기와 냉방, 세탁, 조리 등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우려만 없다면,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이 없는 동안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도 있다.
대한주택공사 임미숙 연구원은 '당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저렴한 시스템만을 적용한 모델'이라며 '이런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한 아파트가 2002년 중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어떤 기술을 활용했나 인텔리전트 아파트에는 기존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홈 서버’가 각 가구마다 설치돼 있다.
전력 라인과 TV 라인, 초고속통신망이 홈 서버와 연결돼 있고, 무선LAN과 이더넷, PCL(전력선통신망) 등 각종 네트워크들이 웹패드와 가전기기, 조명, 방범 시스템들을 촘촘히 엮는다.
대한주택공사 임미숙 연구원은 '블루투스를 비롯한 첨단 네트워크 기술이 이미 개발된 상태지만, 이를 활용한 기기들이 아직 선보이지 않은 상태라 현실적으로 상용 가능한 기술을 위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앞으로 새롭게 선보일 각종 네트워크 시스템과 오토메이션 기기들을 기존 인텔리전트 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주재훈 대리는 '오디오·비디오 공유 시스템과 같이 앞으로 개발될 부가 기능들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인텔리전트 아파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오디오 공유 시스템은 거실에 설치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집안의 네트워크를 통해 각 방에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가전기기 호환성은 이렇게 웹패드의 명령을 받아 스스로 움직이는 가전기기들은, PCL(전력선통신망)을 활용한 제품으로 내부에 PCL칩이 장착돼 있다.
PCL칩이 내장된 가전기기를 구입하면 별도로 연결된 케이블 없이 전원을 꽂는 것만으로도 홈오토메이션이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한 국내 가전회사들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용인에 있는 사원 아파트에 100대의 시제품을 설치해 시범 운용하면서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면 곧장 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
삼성전자 김범수 과장은 '현재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4가지 상품에만 PCL칩을 내장했지만, 앞으로 전품목으로 확대해 시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각사 제품의 호환성 문제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론워크 방식, LG전자는 플라넷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양사 제품의 호환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입주하는 아파트에 어떤 방식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소비자들은 어느 한 가전사의 제품만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분양가와 시장전망 삼성물산 주택부문 강지원 차장은 '정확한 시기는 밝힐 수 없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인텔리전트 아파트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주택공사는 올해를 ‘초고속 정보통신망 홈네트워크 1차년도’로 정하고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건설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어 올해 안에 본격적인 인텔리전트 아파트 시대가 열릴 것 같다.
대한주택공사 임미숙 연구원은 '일단 초고속통신망과 전력선통신망 등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 아파트를 건설하고, 각종 홈오토메이션 기기들은 거주자들이 옵션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상품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물산도 비슷한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강지원 차장은 '기본적인 시스템만 설치했을 때 기존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약 500만원 정도 높아지고,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최고 1천만원 가량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인텔리전트 아파트를 가장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 ‘맞벌이 부부’를 주요 타깃으로,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원격 제어기능 등 진정한 의미의 ‘홈오토메이션’에 일반 소비자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방범이나 외출시 안전·절전기능에 큰 관심을 보였고, 원격 제어기능에 대해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거나 '보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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