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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벤처 자금줄 올해에 풀릴까
[초점] 벤처 자금줄 올해에 풀릴까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2.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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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회사들 정부지원으로 잇딴 투자조합 결성… 벤처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벤처기업들은 지난해를 ‘최악의 한해’로 기억한다.
1999년과 2000년도에 받았던 펀딩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매출은 뚝 떨어졌다.
그나마 매출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출혈경쟁을 통해 획득한,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추가 펀딩에 실패한 벤처들은 근근히 끼니를 이어가거나, 아니면 문을 닫아야 했다.
악몽 같은 한해를 버틴 벤처기업들에게 올해는 희망이 찾아올까? 벤처들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같은 ‘돈다발’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변을 얻어보려면 아무래도 벤처기업들에게 주요 자금창구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동향을 알아봐야 한다.
벤처캐피털 회사들도 지난해 ‘고난의 행군’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스닥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금은 꽁꽁 묶여버렸다.
몇몇 중소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투자재원 마련은 고사하고 현금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느라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갔다.
벤처키패털 업체들의 자금 숨통이 트인다면 벤처기업들의 자금흐름도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올해 벤처캐피털 업계의 사정은 조금 나아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벤처펀드 결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들의 벤처투자조합 결성은 △MOST4호벤처투자조합 213억원 △다산인큐베이팅투자조합 150억원 △뉴웨비브제2호투자조합 100억원 등 모두 16건, 1599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11월 10건에 1006억원의 벤처투자조합이 결성된 데 이어 두달 연속 10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산은캐피털도 최근 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IT전문투자조합3, 4차(각각 125억원)의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선정돼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제3호 IT투자조합(MIC2001-15 KDBC투자조합 3호)은 정보통신부가 50억원, 산은캐피털이 54억원을 출자했고, 일반투자가로 △대우조선(10억원) △한국군사문제연구원(10억원) △파인컴(1억원) 등이 참여했다.
제4호 IT투자조합(MIC2001-15 KDBC투자조합 4호)은 정통부가 50억원, 산은캐피털이 75억원을 출자해 구성됐다.
정부가 출연한 기금 중심으로 헤쳐모여 그런데 최근 이런한 투자조합 결성 움직임을 꼼꼼히 살펴보면 대부분 정부 각 부처에서 출연한 기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MOST4호는 과학기술부가 3분의 2가량인 150억원을 출자한 투자조합이다.
다산인큐베이팅투자조합은 3분의 1가량인 50억원을 중소기업청에서 출자했으며, IT전문투자조합도 역시 정보통신부가 50억원씩을 내놓았다.
정부 부처들이 발벗고 나서 벤처캐피털업체들에게 투자재원을 수혈해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중소기업청과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정부기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조성한 벤처투자 펀드액은 999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86.7%인 8659억원이 민관 공동결성 펀드였다.
정부가 2993억원을 대주면서 민간의 기금 조성을 독려한 것이다.
민간 단독으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 실적은 13.3%인 1334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투자조합 결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의 1조4341억원에 비해 그나마 급격한 하락을 보이지 않은 것은 정부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도 투자조합 결성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올해 투자조합 결성을 위해 확정한 재정자금은 지난해보다 약 700억원 가량이 늘어난 37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이는 확정된 금액일 뿐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미뤄볼 때 올해도 최소한 1조원 이상의 펀드가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벤처캐피털 업체들에게는 더없는 자금수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벤처캐피털 업체를 업무집행조합원으로 하고 정부에서 상당부분 재정자금을 동원해 조성한 펀드들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펀드들이 제구실을 하기 위해선 벤처들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로 연결돼야 한다.
여기에 대해선 긍정론과 비판론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아주기술투자 최용진 심사역은 “벤처자금에 숨통이 트이긴 할 것”이라며 긍정론쪽에 좀더 무게를 둔다.
우선 투자조합을 결성하면 1년차에는 20%, 2년차에는 30, 3년차에는 50% 등으로 매년 ‘의무투자비율’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올해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지난해 조성한 펀드조성액의 20% 정도를 밀어내기 형식으로라도 풀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는 투자시기가 비교적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회사 가치가 가장 쌀 때 투자하고 싶어진다.
코스닥시장이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에 들어간다고 볼 때 상반기는 ‘투자적격’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조합으로 마련한 ‘실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이 뜨기 시작하면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투자금 회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시장이 다소 회복을 보이면서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재무구조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업계에선 전한다.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투자여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벤처캐피털 150곳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9.7%가 내년 상반기 투자규모를 올해 하반기보다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처럼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도 적지 않다.
벤처기금들이 벤처산업 투자->회수->재투자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들이 있는 것이다.
우선 벤처캐피털이 올해 벤처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 회수 시점이 문제가 된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벤처기업들의 가치가 가장 싼 시점에 투자했다가 가장 높은 시점에 회수를 하려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주식시장이 2003년까지 호황을 보인다면 그 안에 회수를 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1~2년짜리 단기투자에 집중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상장을 앞두고 있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입증된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험자본’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어긋날 수밖에 없다.
단기투자에 집중할 수도 또한 지난해 조성한 벤처기금 1조원 가운데 1차년도 의무투자비율인 20%가 모두 벤처로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지난 99,2000년도에 ‘묻지마’ 투자로 쓰라린 경험을 한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지극히 보수화돼 있다.
때문에 대부분은 기존에 이미 투자한 벤처기업에 안정적으로 추가투자를 할 것이고, 여기에다 해외투자, 단타 위주의 영상 분야 투자를 제외하면 실제 벤처로 향하는 자금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신생 벤처들은 모양 갖추기 차원에서 한두개 정도 끼워주겠지만 대부분은 벤처캐피탈 회사로부터 외면당할 게 뻔한다.
올해는 분명히 지난해보다 벤처들에게 쏟아지는 자금은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선택된 벤처로만 돈이 몰리는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선택된 벤처들에겐 여유있는, 신생 벤처들에겐 또다시 피말리는 한해가 될 것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프린랜서로 뛴다

현재 150여개 창투사들 가운데 실제 활동하고 있는 창투들은 50개밖에 안 된다.
나머지 100여개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KTB네트워크, 무한기술투자 등 몇몇 벤처캐피털은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서 흘러나온 사람들과 기존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벤처캐피털에서 나온 사람들이 일종의 ‘팀’을 만들어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M&A(인수합병) 주선이나 컨설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년 동안 주식시장 공개를 하지 못한 벤처회사들은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나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M&A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벤처기업 사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벤처캐피털에 있으면서 해당 벤처기업을 심사했던 심사역들이다.
이런 심사역 출신의 ‘프리랜서’들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법인은 설립하지 않고 있다.
굳이 회사를 만들어 비용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일단 수익성을 확보한 뒤에는 법인 설립을 하겠다고 말한다.
현재 파악된 것만으로도 5팀 정도가 M&A 시장의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프리랜서 심사역들의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 M&A 시장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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