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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2] 제휴하라, 그러면 살 것이다?
[창간기획2] 제휴하라, 그러면 살 것이다?
  • 이용인
  • 승인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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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전문 사이트 짝짓기 열풍… 적과의 동침도 등장하지만 실익 여부는 물음표 나 홀로 살아남겠다고? 누가 그런 간 큰 소리를. 지금은 기세 싸움이다.
여기서 눌리면 승산은 없다.
아군이건 적군이건 일단 대오를 꾸려 전진해야 한다.
정예부대라면 더할 나위없지만, 신병들로 구색을 맞춘 부대라도 아쉬운 판이다.
허브 사이트 인티즌이 수직적 제휴 불당겨 콘텐츠 전문 사이트들끼리 `짝짓기'가 한창이다.
망망대해 인터넷에서 내 사이트만 예쁘게 봐주기를 기다렸다간 큰 코 다친다.
우선 덩치 큰 대형 포털이나 커뮤니티 사이트 아래로 헤쳐모여 몸집을 불리는 게 수다.
이른바 `수직적 제휴'를 통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려는 생존전략이 횡행한다.
간혹 엇비슷한 콘텐츠를 가진 사이트들의 `수평적 제휴'도 눈에 띈다.
적과의 동침이다.
하지만 달콤함을 맛보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너무나 쉽게 비교대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탄탄한 토대를 쌓은 기업들이 콘텐츠 전문 사이트들과 `오프라인-온라인 제휴'를 맺기도 한다.
상대방을 서로 교두보로 삼으려는 속셈이 날카롭다.
수직적 제휴에 불을 당긴 것은 지난해 11월 허브 사이트를 내건 `인티즌'www.intizen.com의 등장이었다.
인티즌은 회원들이 한개의 아이디(ID)로 제휴 사이트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원패스 ID'라는 독특한 모델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았다.
수직적 제휴의 성과가 알려지자 너도나도 짝찾기에 나섰다.
“나도 허브” “나도 포털”를 내세운 사이트가 속속 제휴 대열에 동승했다.
최근 100여개 사이트가 연합한 `예카' www.yeca.com는 수직적 제휴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현재 야후, 다음, 네티앙 등 대형 포털·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다.
(지도 참조) 대형 사이트와 전문 사이트가 연합군을 꾸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쪽의 궁합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사이트들은 전문 사이트에 있는 콘텐츠를 끌어들여 거대한 백화점을 차리려 한다.
콘텐츠 전문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제휴는 매력적인 전략이다.
투자비용도 작고 위험부담도 적다.
전문 사이트 입장에서도 대형 사이트에 편입될 경우 얻을 게 쏠쏠하다.
나 홀로 시절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회원 증가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엇비슷한 콘텐츠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셈이다.
주식가치 튀겨보자는 심리도 한 몫 수직적 제휴 열풍 뒤에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 활황에 힘입어 이참에 회사 주식가치를 튀겨보자는 심리도 숨어 있다.
남들은 다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쳐질 것같은 조바심은 제휴를 더욱 부추긴다.
독자적인 콘텐츠 제공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불안감도 제휴라는 선택을 모색하게 만든다.
사실 혼자 벌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제휴는 거추장스럽다.
대형 사이트와 전문 사이트의 결합은 환상적인 `윈-윈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아쉬운 쪽은 자본력과 마케팅이 취약한 신생 사이트들일 수밖에 없다.
대형 사이트들은 제휴 대상 사이트 경영자의 인품과 비전까지 꼼꼼히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제휴 사이트 중 하나라도 평판이 나쁘면 사이트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10여개의 사이트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입점을 신청합니다.
하지만 패밀리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1, 2위를 다툴만큼 브랜드 가치가 있거나 최소한 1,2위 사이트로 진입할 수 있는 성장잠재력이 있어야 합니다.
” 한 대형 사이트 관계자의 말은 이들의 역관계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중소형 사이트들이 제휴에 얼마나 애닯아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끼리의 수평적 연합도 종종 눈에 띈다.
취업정보 제공 사이트인 잡코리아 www.jobkorea.co.kr와 지오스리쿠르트먼트웹 www.geos.co.kr은 최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큰 틀에서 보면 `적과의 동침'이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양쪽이 서로를 보완하는 결합이다.
잡코리아는 구직구인 정보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지오스는 취업뉴스에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똑같은 콘텐츠를 가진 사이트들끼리의 수평적인 제휴는 불가능하다.
양쪽이 서로를 `만만하게 보고' M&A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같은 업종 안에서의 제휴도 겉보기엔 앙숙끼리의 만남처럼 보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제휴이다.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실익도 없다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 진출을 시도하면서 콘텐츠 전문 사이트들과 제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수수료 비중이 큰 증권사나 보험사에서 이런 움직임은 두드러진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은 올 2월 증권정보 제공 사이트인 씽크풀www.thinkpool.com과 증권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LG투자증권도 제로인 www.kosdoctor.co.kr과 비슷한 제휴관계를 맺었다.
삼성생명은 5월부터 여성 전문 인터넷 사이트 6개사와 손잡고 여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틀로 보면 이처럼 활발한 제휴는 상상할 수 없었던 양상이다.
실질적인 제휴가 이뤄지려면 공동마케팅 따위를 벌여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제휴관계를 맺는 데는 특별히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실속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제휴 당사자들조차 제휴의 실익이 무엇인지 장담을 못하는 형편이다.
업계에서 일치하는 사실은 딱 한가지다.
배너광고의 효과가 의문시되는 지금 제휴 자체가 회사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수익모델로 고민하는 인터넷 업계에서 제휴는 기대했던 메시아가 아니었던 것이다.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린다.
인티즌에서 콘텐츠 제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기태(29)씨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제휴는 이메일이나 홈페이지 제공 등의 방법으로 회원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시도였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는 것이다.
“각 사이트에서 확보한 엄청난 회원정보 데이터베이스로 1대1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회원들을 자연스럽게 전자상거래로 유도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프-온라인을 연계한 유통모델도 고민하고 있고요.” 잡코리아의 김화수(31) 사장은 제휴관계가 사이트끼리 M&A까지 불러올 수 있는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본다.
“모든 사이트들은 장기적으로 전자상거래를 지향할 수 밖에 없고, 제휴업체들은 전자화폐나 포인트제도 등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기 사이트와 비인기 사이트간의 현금결제 과정에서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죠. 지불할 돈이 없는 사이트는 당장 간판을 내려야 할 겁니다.
응급처방 약효도 예전같지 않다 제휴에 관심을 쏟는 이들은 아직 인터넷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에 비해 콘텐츠 제공과 회원을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에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제휴군들의 콘텐츠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회원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은 신규가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회원 유지비용을 고려할 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있다.
네띠앙이 최근 웹호스팅서비스나 응용프로그램서비스제공(ASP)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네띠앙 길윤웅(34) 서비스운영실장은 “이제 감나무를 심었는데 언제까지 감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는다.
인터넷 카오스의 시대. 제휴는 했지만 확실한 해답은 아니다.
응급처방으로서의 약효도 예전같지 않다.
게다가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인터넷업계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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