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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시리즈] 인천 / 21C 동북아 중심지 닻 올랐다
[지역경제시리즈] 인천 / 21C 동북아 중심지 닻 올랐다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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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신도시 사업으로 재도약 꿈꾸는 인천경제
재원마련과 기업유치가 관건… 사업기간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인천은 IMF 사태 이후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대우자동차 부도가 인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은 대우자동차 때문만은 아니다.
인천이 오랜 기간 정체돼온 근본요인은 중소기업 중심의 전통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과거형 산업도시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2%를 넘어 전국 평균인 21.4%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생산성은 전국평균보다 낮다.
전국 제조업 종사자 중 8%가 인천에 모여 있으나 부가가치 생산액은 전국의 6.4%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의 산업구조는 부가가치가 낮은 전자, 기계부품, 자동차, 금속, 목재 등 전통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천발전연구소 허동훈 지역경제실장은 인천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IMF 이후 회복이 늦는 이유는 지식기반산업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지식기반산업의 비중이 떨어집니다.
낙후한 산업구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취약하죠. 인천 경제가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대 홍철 총장은 인천의 경제기반이 취약한 것은 그동안 서울의 배후도시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에는 대기업들의 핵심기능과 첨단연구 산업이 밀집해 있는 반면 인천시에는 중소 제조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도시 기능에서도 인천시는 완결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인구는 260만명으로 대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인천은 서울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서울의 관문 기능을 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인천이 서울에 대한 종속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나름의 비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인천의 미래 송도정보화 신도시 사업

홍 총장의 지적처럼 인천국제공항의 개항, 서해안시대의 개막을 맞아 인천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주변환경이 인천에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그만큼 인천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대형 사업들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 2단계 확장공사를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이에 발맞춰 영종도 배후도시 조성사업과 용유·무희 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말 농림부는 김포 매립지에 관광, 물류, 국제업무 등의 기능을 갖춘 농촌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인천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송도 정보화신도시’ 조성사업이 있다.


송도 정보화신도시는 인천시가 시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인천시는 2011년까지 송도유원지 앞바다에 여의도 6배 면적인 535만평을 육지로 만들어 지식정보산업단지, 연구시설, 주택단지, 국제금융업무단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송도 신도시는 인천시가 인천의 미래상으로 제시하는 트라이포트(Tri-port) 계획의 핵심이다.
트라이포트는 송도 신도시(Tele-port)를 인천국제공항(Airport), 인천항(Sea-port)과 연결해 인천시를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인천시청 박연수 기획관리실장은 “송도 신도시 조성계획은 단순히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라 인천이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라고 밝힌다.
“산업화시대 홍콩이 담당했던 동북아 국제금융, 무역 중심지 역할을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는 인천이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송도 신도시 조성사업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단계인 2, 4공구 매립공사는 2000년 1월 완료됐고 현재 도로, 상하수도, 전기, 통신망 등 기반시설 설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 4공구는 지식정보산업단지로서 테크노밸리, 테크노파크, 국제전시장, 주택단지로 짜여져 있다.
송도 신도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도시개발본부 투자유치부 강신원 과장은 지식정보산업단지가 지역경제의 핵심산업을 전통제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정보산업단지 안에는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서비스, 전자정보기기, 메카트로닉스, 생물, 신소재 등 6개 업종만 유치할 계획입니다.
굴뚝업체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특히 2공구 안에 13만7천평 규모로 조성된 송도테크노파크에는 연구시설과 시험생산 설비만 입주합니다.


1단계 조성지역인 2, 4공구에 지식정보산업단지가 들어선다면 1, 3공구에는 금융, 무역 등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가 조성된다.
인천시는 지식정보산업단지 조성으로 송도 신도시가 고도의 정보화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 자연히 국제 비즈니스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산업과 연구단지가 파급효과를 가져와 장기적으로 국제금융, 무역, 전시 기능이 신도시 안에 자리잡게 된다는 설명이다.



재원마련과 민간기업 유치가 관건

인천시가 그리는 청사진이 실현될 경우 인천은 중국 상하이와 쌍벽을 이루는 동아시아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인천시가 가지고 있는 유리한 입지조건을 고려해볼 때 가능성 있는 시니라오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인천시가 장밋빛 계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인천시는 2011년까지 매립과 기반기설 설치에 총 사업비 2조13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 1년 예산 규모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까지 투입된 금액은 2780억원으로 앞으로 1조8520억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
송도 신도시 사업은 국책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원 마련은 인천시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천시 일반회계에서 투자재원이 마련되는 건 아니다.
송도 신도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도시개발본부이며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송도 신도시에 투입된 예산은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1500억원을 차입하고 나머지 1280억은 도시개발본부가 택지조성사업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마련됐다.


현재 송도 신도시 사업은 투자만 있지 수입은 거의 없는 상태다.
더구나 도시개발본부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1627억원과 134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투자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자금운용의 어려움은 투자계획과 실제로 집행한 예산의 차이를 보면 드러난다.
도시개발본부 송도사업부가 작성한 지출계획을 보면 2001년에 213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잡혀 있지만 실제 투자규모는 850억원이었다.
도시개발본부 관계자는 지출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설계 축소, 건설업체의 부도, 낙찰률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도시개발본부는 건설업체와 공사 발주 계약을 맺을 때 대물변제 조항을 집어넣고 있다.
도시개발본부 재정이 어려울 경우 돈 대신 땅으로 공사대금을 치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공사비의 25%를 이런 방식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건설업체들이 송도 신도시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현금을 달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공사비 525억원은 공사가 끝났는 데도 지급이 안 되고 있다.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인천시에서는 기업에 토지를 분양해 얻은 수입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힌다.
도시개발본부 경영심사팀 관계자는 2004년이 되면 분양수입이 투자규모를 넘어선다고 설명한다.
인천시청 박연수 기획관리실장은 “최근 기업들이 송도 신도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말부터 분양을 시작한 송도테크노파크의 경우 분양률이 81%에 이른다.
앞서 10월에는 미국의 생명공학업체인 백스젠과 1억5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에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는 미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G&W(Gale & Wentworth)가 60억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인천시에 제출한 사실이다.
G&W는 송도 신도시 내 120만평을 임대해 세계무역센터, 오피스텔, 역외금융센터, 레저시설 등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송도테크노파크는 산업자원부에서 250억원을 지원한 국책사업이었고, 분양가가 조성원가의 70%밖에 안 되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인천시는 벡스젠과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토지를 10년간 무상사용하고 10년 후 토지대금을 납부하도록 했기 때문에 당장 분양수입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60억달러 투자 의향을 밝힌 G&W의 경우 제2연륙교 조기 완공,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과 역외금융센터, 카지노 허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다.




제2연륙교 건설과 인천항 바로 세우기

G&W가 제2연륙교 건설을 우선 조건으로 내건 것은 현재 송도 신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송도 신도시가 트라이포트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19km에 달하는 제2연륙교 건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2연륙교 건설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외자유치 사업이었는데도 아직 착공은 커녕 설계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를 맡은 에이멕(Amec)사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기간이 최소한 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2연륙교는 빨라야 2007년에 완공될 것으로 본다.


트라이포트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항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인천항은 낙후한 시설 때문에 급증하는 대중국 교역량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다.
서울에 있는 회사들도 중국으로 가는 물건을 인천항으로 보내기보다는 부산항으로 보낸다.
1TEU(컨테이너 1개 물량)를 중국에 보내는 비용이 부산항은 150달러인 데 비해 인천항은 650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육로수송 비용을 합해도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인천항이 부산항에 비해 중국 수송비용이 높은 이유는 컨테이너선 대신 카페리호가 화물 수송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인천항은 현재 대중국 컨테이너 정기항로가 없다.
그리고 인천항은 도크식 내항구조이기 때문에 선박이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
결론적으로 인천이 대중국 교역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정기항로 개설과 대규모 외항 건설이 필수적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송도 신도시만 서둘러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제2연륙교와 인천외항 건설에 진도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리하게 추진해봐야 주변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기업유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힘들고 적자만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천대 홍철 총장은 재원 부족 문제도 사업속도를 조정하면서 풀어가야 하다고 말한다.
“인천시가 너무 서둘러 사업을 추진하면 재정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봐도 신도시 건설에는 30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인천시는 송도 신도시 사업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외국인투자 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기반시설 사업에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
인천연대의 박실상 사무처장은 “시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때 시민들은 희망을 가졌지만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허탈감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인천시의회 홍미영 의원은 시의회 의원들은 모두 송도 신도시 사업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송도 신도시 사업은 인천에 중요한 사업이고 시민들도 잘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진상황을 보면 사업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최기선 시장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송도 신도시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업계획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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