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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휴대전화, 색깔없는 모니터는 가라!
[IT] 휴대전화, 색깔없는 모니터는 가라!
  • 이경숙
  • 승인 2000.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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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부터 컬러모니터 장착 휴대전화 밀물…모바일콘텐츠, 게임도 ‘컬러’ 돌풍 예고 80년대 초 동네 아이들의 동전지갑을 톡톡 털어간 슈팅(shooting)게임기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기억하는가. 오락실 전성기를 연 이 게임은 그러나 컬러모니터 오락기 ‘갤러그’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몰락했다.
흑백모니터 휴대전화기가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운명이 될 처지에 놓였다.
컬러모니터를 단 휴대전화기 출현이 눈 앞에 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SK텔레텍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10월 초 시작한 2.5세대 무선통신 IS-95C 서비스를 계기로 컬러모니터 단말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S-95C 개시로 컬러단말기 개발 붐 컬러단말기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삼성전자다.
지난 9월 이미 IS-95C용 컬러모니터 단말기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시장 장악에 자신감을 나타낸다.
출발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만 들려오면 바로 튀어나갈 태세다.
단말기시장을 내수부터 차츰 선점해 들어감으로써 현재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에 이어 세계 4위인 점유율을 높여 ‘빅3’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2위권 업체들도 새 시장을 향해 빠르게 질주 중이다.
듀얼폴더형 컬러단말기로 내년 초 시장에 진입할 예정인 LG전자는 더 많은 정보가 담긴 큰 창(window)과 사용하기 쉬운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현대전자는 내년 초 우선 그래픽 구현이 가능한 4그레이(gray) 제품으로 고속무선통신시장에 접근한 후 상반기 안에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그래픽으로 무장한 컬러모니터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텍 등 다른 단말기제조업체들도 부지런히 컬러단말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휴대전화의 주류가 컬러모니터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업체들 앞에는 넘지 쉽지 않은 장애물이 하나 있다.
컬러모니터 즉 TFT-LCD의 가격이 흑백보다 7배나 높은 것이다.
그 탓에 컬러단말기는 기존 기기보다 10만원 이상 비싸게 출시될 예정이다.
10만원이면 서민들은 부담을 느낄 만한 차이다.
컬러모니터 단말기가 과연 소비자들의 심리적 벽을 뚫고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세계 최초로 컬러모니터 휴대전화를 상용화시킨 일본의 경우엔 정부와 통신사의 ‘지원사격’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일본은 컬러단말기 보조금을 높게 책정하는 통신정책 덕분에 컬러모니터 단말기 가격을 흑백 모니터기기보다 크게 비싸지 않은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일본의 주요 단말기제조사들이 내놓은 컬러단말기의 가격은 기존 흑백 단말기보다 5∼9% 비싼 4만8500엔선이다.
우리돈으로 따져 2만5천원에서 5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NTT도코모의 요금 정책도 컬러단말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한몫했다.
무선통신 사용료를 유선통신처럼 접속시간에 따라서가 아니라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서 받기로 해 사용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물론 풍부한 컬러콘텐츠가 없었다면 그런 요금체제도 개발에 편자꼴이 됐을 것이다.
이렇듯 충분하게 무르익은 주변여건 덕분에 일본의 컬러단말기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선인터넷용 휴대전화 신규가입자의 대부분이 컬러단말기를 구입했다.
10월 초 열린 일본 CE테크쇼의 휴대전화업체 부스들은 각양각색의 컬러단말기로 넘쳐났다.
특히 산요전기는 차세대 모니터인 유기EL 단말기로만 부스를 채워 눈길을 끌었다.
우리 업체들 역시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의 동향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정책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언제 IMT2000 방식과 사업자를 확정짓느냐, 통신사업자들이 무선통신서비스 요금을 어떤 방식으로 받느냐가 단말기업체들의 관심사다.
그에 따라 컬러단말기 확산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부와 통신사업자에 의해 시장이 크게 좌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말기업체의 표정은 그다지 초조하지 않아 보인다.
‘언제 가든 대세는 컬러모니터로 간다’는 느긋함 덕분이다.
N세대는 휴대전화가 놀이기구 우선 제공할 수 있는 정보량에서 컬러단말기가 흑백단말기보다 우세하다.
그것은 마치 PC의 도스 환경시대와 윈도우 환경시대 같은 차이다.
가령 휴대전화로 출장간 애인의 사진을 받아본다고 하자. 제아무리 그래픽기능이 뛰어난 4그레이 모니터라고 해도 일간지 동정란에 실린 흑백사진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컬러 STN-LCD는 일간지 컬러면만큼, TFT-LCD는 총천연색의 원본 사진만큼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픽이 정교해진다는 점은 그만큼 더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컬러모니터에서는 주가나 날씨, 뉴스 같은 정보를 찾을 때 현재의 무선인터넷처럼 일일이 서비스번호를 찾아 누를 필요가 없다.
초고속인터넷의 웹브라우저처럼 편하게 인터페이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특히 컬러단말기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주목한다.
단말기 개발자들은 닌텐도의 겜보이가 컬러모니터로 게임기 시장을 평정했듯 휴대전화의 컬러단말기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예견한다.
SK증권 기업분석팀의 전우종 팀장은 “IS-95C, GPRS, IMT2000 등 2.5세대, 3세대 무선통신시장은 모두 컬러단말기 시장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흑백모니터는 동영상이나 웹브라우징 서비스를 할 수없기 때문이다.
컬러단말기 수요는 고속무선통신 시장의 성장에 따라 올해 50만대에서 내년 337만대, 2002년 1348만대, 2004년 9284만대(데이타코스트 2000년 6월 발표자료)로 껑충껑충 증가할 전망이다.
2005년쯤 되면 M(모바일인터넷)세대는 휴대전화로 이렇게 인사할 지 모른다.
“야, 잘 안 보여. 너 아직도 4천컬러짜리 쓰니?”
STN,TFT,유기EL…모니터 춘추전국시대
IS-95C, IMT2000 시장 개장을 앞두고 디지털 모니터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차세대 모니터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제품은 유기EL(Electroluminescence, 전기장발광)이다.
유기EL은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와는 달리 그 자체로 빛을 낼 수 있어 전지의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는 휴대전화나 PDA용으로 적합하다.
데이터 응답 속도도 LCD보다 만배 이상 빨라 동영상 콘텐츠 처리에 유리하다.
우리나라에선 삼성SDI와 LG전자가 개발에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 1.6인치 유기EL 양산에 돌입할 삼성SDI는 2005년까지 1조1천억원을 투자해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다.
LG전자는 2002년까지 구미공장에 1천억원을 투자해 연간 1200만개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기EL은 공정과정이 까다로워 당분간 생산속도가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TFT(thin film transistor)-LCD는 그런 면에서 ‘준비된 스타’다.
이미 노트북, PDA용 생산라인과 노하우를 풍부히 갖추고 있어 언제라도 고속무선통신 시장이 활성화되면 단말기 시장을 휩쓸 수 있다.
IS-95C와 IMT-2000 서비스에 적합하게 개발된 저온폴리실리콘 반사형 TFT는 26만색의 동영상을 초당 30프레임까지 처리할 수 있고 유기EL처럼 외부빛을 반사해 화면을 표시할 줄도 안다.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갔으며 LG필립스도 곧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STN보다 7배 가량 비싼 가격이 흠이다.
전자계산기, 기존 휴대전화에서 흔히 쓰이는 STN(super twisted nematic)-LCD 역시 컬러모니터로 거듭나고 있다.
보통의 STN은 초당 5프레임밖에 처리할 수 없는 흑백 모니터지만, 컬러용은 4천여색을 초당 18프레임에 처리할 수 있게 개발됐다.
TFT나 유기EL보다 싼 가격도 강점이다.
삼성SDI는 이번달부터 양산하는 컬러 STN으로 초기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와 삼성전자, LG필립스와 LG전자 등 같은 그룹 계열사의 전자회사들이라 해도 고속무선인터넷용 모니터 시장에서는 치열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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