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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이소텔레콤
[현장탐방] 이소텔레콤
  • 임채훈
  • 승인 2000.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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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유지대 만든다

CDMA방식의 무선 인터넷모뎀 ‘프리윙’ 개발…IMT-2000 대비 CDMA3X 기술도 준비중
이소텔레콤 www.yisotel.com 유경민(33) 사장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일을 하던 98년. 어디서든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노트북을 둘러메고 다녔지만 인터넷을 할 때는 자유롭지 못했다.
온라인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늘 전화선이 어디 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이거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런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런 서비스 나와 있지 않나?” “그냥 전화쓰지, 뭘 그런 걸 갖고….” 유 사장은 불편함을 참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괴짜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꼭 하는 버릇은 나이 들어서도 여전했다.

무선 인터넷모뎀 개발을 시작한 것도 케이블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보자는 단순함에서 비롯했다.
유 사장은 사업을 위해 고교 동창들을 끌어모았다.
모르는 이보다는 학창시절, 선생님 몰래 함께 술을 마시며 정을 쌓았던 친구들이 아무래도 일하기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친구들을 모아 지난해 2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어 집 옥상에 11평짜리 가건물을 지어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법인등록을 하고 회사다운 모습을 하나씩 갖춰나갔다.
"무선인터넷 시장은 반드시 커진다" 지난 3월 가장 먼저 선보인 제품은 무선 인터넷모뎀인 ‘프리윙’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표준인 IS-95B 기술을 이용한다.
노트북에 꽂기만 하면 최대 64kbps의 속도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시제품을 선보였을 때는 너무나 기뻤다.
예상보다 빠른 개발이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통신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이라 빠른 시장진입이 곧 성공을 보장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노트북에 장착해 사용해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노트북 내부 부품들과 무선 모뎀 부속품이 충돌을 일으켰다.
프리윙 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모두 370개.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는지 몰라 하나하나 처음부터 검토해야 했다.
모뎀에서 열이 심하게 발생하는 현상도 고쳐나갔다.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에서 걸고넘어졌다.
들어보지도 못한 ‘역무침해’라는 걸로 형식등록을 내주지 않는 것이었다.
한 통신사업자의 고유 영역을 다른 신규 업체가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이었다.
국지망을 이용해 무선으로 증권 서비스를 하는 업체의 역무를 침범했다는 정부 쪽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소텔레콤은 정부기관을 상대하느라 한달반을 소비했다.
간신히 한숨을 돌릴 무렵, 또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소텔레콤 제품을 독점적으로 납품받기로 한 SK텔레콤이 시장점유율이라는 덫에 걸린 것이다.
이소텔레콤은 하루라도 빨리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SK는 신세기통신과 합병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려고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답답한 시간이 흘렀다.
애초 이소텔레콤은 올해 안에 무선인터넷 모뎀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국내 노트북 이용자 200만명, 세계 노트북 이용자 1억명에 이르는 시장을 먼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커질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받은 80억원 중 70억원을 설비와 기술개발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만큼 커지지 않았다.
직접 시장을 키웠어야 했는데 예기치 못한 난관을 돌파하느라 시간을 너무 빼앗겼다.
20만원이 넘는 무선인터넷 모뎀 가격과 무선인터넷 사용요금도 일반인에게는 부담스러웠다.
중소기업을 대하는 대기업의 고압적 태도와 몇달씩 걸리는 정부 심사과정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런 어려움으로 요즘 회사가 조금 어렵다.
이일주 이사는 “기업은 한 세번 정도는 망할 고비를 넘겨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지금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심각한 내용을 말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다.
곧 성사될 2개의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이다.
“가시화하면 지금 겪는 어려움 정도는 바로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유 사장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새로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기존 통신사업자들은 14.4kbps 속도를 내는 IS-95A에서 144kbps 속도인 IS-95C로 바로 넘어갈 거라고 내다봤다.
중간 단계인 IS-95B는 별로 신경을 안 쓴 것이다.
하지만 이소텔레콤에서 IS-95B 방식의 무선인터넷 모뎀을 개발하고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반응이 나타나자 통신사업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혀 없던 시장을 새로 개척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내 벤처업체로서는 유일하게 퀄컴의 라이선스를 갖게 됐다.
새롭게 개척한다는 정신으로 도전 하지만 프리윙으로 만족하지는 않는다.
통신 쪽은 기술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한 제품을 출시해도 수명이 길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꿈의 통신이라고 각광받던 광대역종합통신망(ISDN)도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 나오면서 시들해졌다.
“무선 인터넷모뎀은 틈새시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 나온 프리윙도 제품수명이 길어야 2년일 겁니다.
” 이소텔레콤은 최대 144kbps 속도인 IS-95C 방식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를 해왔다.
또 GSM 방식의 무선 모뎀과 IMT-2000의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CDMA3X 기술도 준비중이다.
이소텔레콤은 철저한 삼권분립 체제다.
기술연구소 장진욱 소장과 마케팅 이일주 이사, 그리고 유경민 사장이 50여명의 사원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간다.
모두 고교 동기라 서로 싸우지 않고 회사를 잘 이끌어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부딪치는 일이 잦다.
회사와 자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해서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 이사는 늘 연구소 직원들에게 잔소리다.
“제품을 이런 식으로밖에 못 만드냐, 왜 이렇게 늦게 만드냐”라며 기술개발팀을 달달 볶는다.
주변 반응은 좋지만 이 이사 눈에는 단점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장 소장은 “왜 마케팅을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맞받아친다.
중간에 낀 유 사장이 적절히 둘을 타협시킨다.
경영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직원들도 서로 격의없이 지낸다.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내놓는다.
그래서 유 사장이 겪는 고충 한가지. “부하 직원들이 저를 사장으로 안 봅니다.
친구인 줄 알아요.” *유경민 사장 프로필 1967년 출생 1993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99년~현재 이소텔레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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