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포커스] 웹 쇼핑몰이 오프라인으로 간 까닭은
[포커스] 웹 쇼핑몰이 오프라인으로 간 까닭은
  • 유춘희
  • 승인 2000.05.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테나 숍이 고객의 신뢰를 높인다
사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몇몇 통신판매 업체나 홈쇼핑 업체들이 이미 직판장을 개설했고, 최근에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물류거점 형태의 판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기존 유통업체를 끌어들여 프랜차이즈로 엮거나, 주택가 근처에 창고를 두고 고객으로 하여금 구입한 물건을 찾아가도록 하는 게 고작이었다.

어린이용품 전문 쇼핑몰 업체인 화이코(대표 김수연) www.fyko.co.kr의 오프라인 공략작전은 이것과 사뭇 다르다.
화이코는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건물 2개층에 25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화이코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유모차나 침대, 유아용 안전좌석, 놀이기구 같은 몸집이 큰 수입품을 팔아왔다.
그러나 고객들이 제법 값나가는 물건을 직접 봐야겠다며 구매를 미루자 오프라인 전시판매장을 열기로 작정했다.
물류기지를 겸한 창고형 매장이라고는 하지만 전시 솜씨가 백화점 버금간다.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발길을 멈출 정도다.
온라인과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간판도 웹 주소를 그대로 썼다.
화이코가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온라인의 한계를 들먹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오프라인 매장은 당연히 필요했던 것인데, 그동안 웹만을 고집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용품의 특성상 안전성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전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안테나숍'이라고 부른다.
안테나숍은 허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고객에게 믿음을 준다.
인터넷 쇼핑몰이 갖는 수익구조의 한계도 오프라인 판매장 개설을 부추겼다.
온라인에서 제품값은 시장이 아니라 납품업체가 결정한다.
‘얼마 이하로는 판매하지 말라’는 상한선이 있어 쇼핑몰마다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다.
무조건 값싼 곳을 찾는 경향이 강한 웹 고객에게 이런 상황은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쇼핑몰 가격비교 사이트를 봐도 동일한 제품의 값은 어디서나 똑같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면 전시장소 제공 대가로 공급가를 낮춰 이문을 남길 수 있다.
이페어런팅이 운영하는 육아, 여성, 가족 사이트 제로투세븐닷컴 www.0to7.com도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광고 유치와 쇼핑몰 운영만으로는 수익을 올리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서울 강남과 분당 아파트촌에 20~30평 규모의 매장을 개설하고, 주요 백화점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제로투세븐닷컴이 준비하고 있는 품목은 유아용 책과 수입 장난감 등이다.
승자가 되려면 오프라인과 결합하라 인터넷이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온라인 위주로 세상이 다시 짜여지는 것은 맞지만 결국 사람들이 디디고 사는 땅은 오프라인이다.
미래랩의 이상은 기획이사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승자가 되려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웠더라도,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면 어쩔 수 없이 영업망이나 인적 자원,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의 오프라인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업체도 있다.
육아정보 사이트 베베타운(대표 박신영) www.bebetown.co.kr은 웹 브랜드를 상표화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자는 주위의 제안에 한때 오프라인 매장을 계획했다.
그러나 현재 이 계획은 서랍 속에 들어가 있다.
단순한 창고형 전시장은 고려할만 하지만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우선 온라인에서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높인 뒤 오프라인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베베타운은 오프라인 진출의 전단계로 베베타운 로고를 붙인 PB(private brand)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의 오프라인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이익전환 시간이 길다는 단점 때문이다.
게다가 실물세계의 유통 노하우가 없으면 성공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온라인 쇼핑몰이 거꾸로 전통적 매장을 개설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설득력이 없다는 논리다.
미국의 eToys가 각 주마다 물류창고를 두고 주요 지역에 전시매장을 내면서,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빠진 것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가장 먼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시도했던 인터파크는 최근 직영점을 줄이고 기존 유통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틀었다.
웹에서의 매출한계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극복하려 했지만, 직영점포의 고정비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도매상을 거치는 유통구조에서 일반화한 무자료 거래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인터파크는 단일 점포의 경쟁력보다는 배송거점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화이코의 김수연 사장은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오프라인 진출을 미국과 같은 잣대로 재는 것에 반대한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 밖만 나서면 슈퍼마켓과 백화점, 할인점이 즐비한 환경에서, 고객으로 하여금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면서까지 물품을 주문하게 하고 2~3일씩 기다리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전자상거래를 수용해야 한다면 한국 실정에 맞는 오프라인 병행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의 핵심은 정보의 흐름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의 핵심은 두 채널 사이에 흐르는 정보가 물 흐르듯이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컴퓨터와 주판알이 공존하지 않도록 현실 매장에서 이뤄지는 주문이 웹과 통합되고, 이것을 재고·자산관리 시스템과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이코는 아직 매장 POS 시스템과 웹이 연계되지 않는다.
현실 유통에 밝지 않은 엔지니어들이 웹쇼핑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에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이른바 `클릭 앤 모르타르'(click & mortar)의 시대는 이제 대세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적절하게 결합시킨다면 전자상거래의 영역도 훨씬 넓어질 수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도 확실한 경쟁력과 수익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시장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기업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고객’이라는 점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누구를 상대로 얼마만큼 좋은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가’가 사업성공의 열쇠이다.
“클릭 앤 모르타르”
`클릭 앤 모르타르'(click & mortar)는 온라인(mouse click)과 오프라인(blick & mortar)의 결합 이상을 의미한다.
양자의 결합을 가리키는 말로는 `블릭과 클릭'(blick & click)이 있다.
벽돌(블릭)로 지은 유통업체와 마우스 클릭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업체의 결합을 비유한 것이다.
지난해말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AOL가 제휴하고, 곧이어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인 K마트가 야후!와 손을 잡은 이후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런 용어는 널리 쓰이지 않았다.
클릭 앤 모르타르는 온라인 주식거래 회사로 유명한 찰스슈왑의 사장인 데이빗 포트럭이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럭이 한 인터넷 비즈니스 쇼에서 “찰스슈왑은 객장, 전화 주문, 콜센터 직원 등을 통합해 사이버 트레이딩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려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포트럭은 “미래의 비즈니스는 온라인과 기존 기업이 서로 대항하는 게 아니라 실세계와 온라인의 실체를 서로 결합하는 일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