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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역경제 현장을 가다④전북
[기획]지역경제 현장을 가다④전북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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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의 인구가 지난해 말 200만명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도청 공무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현행 행정자치부 정원 규칙은 주민등록상 주민 수가 2년 연속 200만명을 밑돌 경우 도청 기구 중 ‘1국 4과’를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전북도청은 주민 수 늘리기 특별대책을 수립해, 주민등록 말소자를 찾아 재등록을 독려하고 군부대와 도내 대학 등 군인과 대학생에게 주소 이전을 권유하는 등의 활동을 폈다.
그래도 주민 수가 늘지 않자 전북도는 지난해 12월부터 공무원들에게 할당량을 부과해, 다른 시도에 사는 친인척들의 주소지를 전북으로 옮기게 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결국은 주민등록 인구를 200만명 이상으로 일단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전북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제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전북 경제를 ‘2% 경제’라고 부른다.
전국 대비 제조업 생산액과 금융대출 비중이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역총생산도 30년 전에는 전국의 6% 정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이 비중이 3%대로 낮아졌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성장이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 경제에서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전국 평균인 5%보다 3배 이상 높고, 1인당 지역총생산(GRP)도 전국 평균의 85% 수준이다.
국토연구원 차미숙 책임연구원은 “전북 주민들은 오랫동안 소외의식을 품어왔다”며 “그나마 최근 몇년간 도로,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 이전에 비해 경제활동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 경제인들의 소외의식은 여전히 크다.
전주대 경영학과 이방식 교수는 “그동안 SOC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전북지역에 계획된 대규모 개발사업은 거의 없다”며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진 만큼 전북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새만금 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새만금 간척지 개발계획에 따르면 대부분의 땅이 농지로 조성될 예정이고 산업기반과 관련된 시설은 풍력발전 단지와 신항만뿐이다.
지역 경제전문가들은 낙후한 지역 산업기반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새만금 간척지에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쌀이 남아돌아 정부에서 쌀 증산정책을 포기한 상황에서 여의도의 140배에 이루는 광활한 간척지를 농지로만 활용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방식 교수는 “33km에 이르는 방조제 건설에만 1조733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농지로만 조성하더라도 앞으로 총 사업비가 6조원 가까이 든다”며 “그만한 예산을 투입해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심스럽다”고 밝힌다.
전북경제사회연구원 이승형 책임연구원은 “지역에서는 간척지 일부에 대규모 신항만, 첨단산업단지, 물류기지, 공항 등을 건설해 대중국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밝힌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에서 실시한 지역주민 의식조사에서도 ‘새만금지구의 바람직한 개발방향’으로 29.5%가 첨단산업단지, 22.6%가 종합물류거점지역을 꼽았다.
관광, 여가지역과 국제업무지대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16.9%, 16.5%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북 주민들은 지역개발 사업에 목말라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새만금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전국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 때, 갤럽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6.3%가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한 반면 전북 주민은 80% 이상이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애초 사업계획에는 새만금 간척지에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91년 농림부가 ‘새만금 종합개발 사업’을 발표할 때 2만7500헥타르는 식량, 원예, 수산양식단지로 하고 800헥타르는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방조제 공사가 진행중이던 97년에는 전라북도가 산업연구원 용역 결과를 근거로 전체 농지의 절반 정도를 산업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시화호 사건이 터지고 새만금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란 국민들의 우려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사업 자체가 중단 위기를 맞았다.
논란 끝에 지난해 5월 정부에서는 새만금 지역을 농지로만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주무부서인 농림부에서는 새만금 간척지는 농지로만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만금 사업이 국책사업인만큼 전북도는 새만금 내부 개발사업에 대한 정책결정권이 없다.
더욱이 지난해 전국적인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어렵게 사업이 재추진된 만큼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복합산업단지 조성을 요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전북도청 관계자는 “도 입장에서는 농림부 안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내부 개발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도에서는 16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공약 대상사업 가운데 새만금 내부개발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미 사업 추진이 결정된 새만금 신항만 건설의 경우 대중국 교역량 증가에 대비해 사업을 조속히 착수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군장산업단지 기업 유치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 새만금 간척지는 지역개발 사업에 목말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기회의 땅인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의 땅이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2004년에 완료되고, 농지로만 조성하더라도 내부 개발은 2011년에 끝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만경강 수질 개선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만경강 수질이 끝내 개선되지 않으면 환경단체의 경고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죽음의 호수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새만금 사업 추진으로 전라북도가 개발의 혜택을 보기는커녕, 각종 환경 규제에 옴짝달짝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최형재 사무처장은 “새만금 간척호수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전주권 일대의 그린벨트 7천만평을 계속 규제지역으로 묶어두고 오염총량관리제를 시행해 산업시설의 확장을 막아야 한다”며 “새만금 사업 때문에 전라북도의 지역개발이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최 사무처장은 새만금 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간척지에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6조원의 사업비가 10조원 이상으로 늘게 된다.
바로 옆에 있는 군장산업단지의 기업 유치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만금에 대규모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 새만금 간척지가 불확실한 미래의 땅이라면 군장산업단지 내 기업유치는 전라북도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가 지난 1월17일 발표한 ‘지역산업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북도의 전략산업은 자동차부품, 기계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1566억원(국비 1143억원)을 들여 군장산업단지 내에 자동차부품산업 혁신센터, 자동차부품 단지, 기계산업 리서치센터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이전부터 군장산업단지를 자동차부품 및 기계 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도에서는 군산지역이 대중국 전진기지로서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조성이 끝난 1단계 군산국가산업단지는 대우자동차와 대우중공업 등이 입주하면서 대상면적 144만8천평에서 분양률 89.9%를 보이고 있다.
전남 대불공단의 분양률이 30%가 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수치이다.
2006년부터 토지 사용이 가능한 2단계 군장국가산업단지는 현재 매립공사가 진행중이며, 공장 분양계획 면적 177만평 중 51만평이 분양돼 28.8%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전라북도 경제통상국 주종권 국장은 “현재는 공장을 지을 수 없어 기업들이 선 매입을 꺼리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2003년에 조성이 완료되는 군산자유무역지대에 자동차 부품과 기계산업 관련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문제다.
현재 5천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 한건만 체결됐을 뿐 별다른 유치 실적이 없다.
도에서는 170억원을 들여 ‘표준형 공장’을 설립해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기반이 취약한 후발 주자이기는 하지만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과 중국 시장 개방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도에서는 전주-군장광역권을 환 황해권 생산거점으로 개발하기 위해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군장광역권을 전주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만금 간척지 개발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맹목적인 개발 논리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환경파괴가 덜 진행된 만큼 환경 친화적인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연구원 차미숙 책임연구원도 전북이 후발주자인만큼 다른 지역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환경 친화적 균형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다.
“대규모 산업단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농업에 기반한 생물산업, 자연환경과 문화예술 전통을 활용한 문화, 관광산업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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