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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큐닉스 컴퓨터
[IT타임머신] 큐닉스 컴퓨터
  • 유춘희
  • 승인 2000.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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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비트 워크스테이션? 그땐 그랬어요
큐닉스컴퓨터 옴니스테이션 8800. “쌓이는 업무량, 당신의 비즈니스에 알맞은 용량의 컴퓨터를 선택하십시오”라며 구매를 권한다.
“더욱 큰 그릇이 필요할 때입니다”라는 선전문구가 큼지막하다.
옴니스테이션 8800이 제공하는 하드디스크 용량은 무려(?) 40MB. 최대 320MB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큰 그릇'이다.
물론 90년 초의 광고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0MB HDD,25㎒가 850만원 40MB는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만주벌판같은 저장공간이었다.
운영체제로 윈도우가 아닌 MS-DOS가 깔려 있고, 유닉스나 제닉스를 함께 쓸 수 있어 부담도 적었다.
동화상 파일은 꿈도 꾸지 못했을 때이고, MP3라는 건 생겨나지도 않았으니 요새 나오는 인터넷PC의 기본 하드디스크 용량 20GB 못지 않았다.
당시 사용자가 타임머신을 타고와 인터넷PC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답답함을 느꼈을 법하다.
그냥 `32비트 컴퓨터'라는 소박한 광고문구를 내세우기에는 성능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큐닉스는 옴니스테이션 8800 모델을 `32비트 워크스테이션'이라고 우겼다.
사양을 설명하는 데도 자신감이 넘쳤다.
“25㎒ 클럭속도의 인텔 80386 프로세서를 채용했고, 64컬러를 지원해 다양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으로 사용하는 데 조금도 손색없다.
” 요즘 같았으면 과장광고로 걸려들었을텐데.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컴퓨터에 밝은 감시자가 많지 않았나보다.
클럭속도 25㎒면 당시를 풍미하던 286 AT급보다 속도가 5~6배나 빨라진 것이지만, 지금 일반화한 펜티엄Ⅲ 600㎒ PC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CPU 성능은 18개월마다 두배씩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적용하면, 지금 것의 성능이 120배 정도 좋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PC 성능이 워크스테이션보다 나았다는 희한한 계산이 나온다.
옴니스테이션 8800의 가격은 얼마였을까? 놀라지 마시라. 우수리를 떼고 890만원이다.
게다가 14인치 컬러모니터는 50만원을 주고 따로 구입해야 했다.
물론 부가세는 별도였다.
“IMF에 꺾인 한국 최초의 벤처기업 ”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에 사라진 기업 큐닉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출신의 이범천 박사가 81년에 세운 큐닉스는 삼보컴퓨터와 함께 국내 벤처기업의 효시로 꼽힌다.
큐닉스가 출범할 당시 한국의 컴퓨터 시장은 애플컴퓨터의 애플Ⅱ와 IBM이 개발한 PC(IBM 호환기), 일본 아스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설계한 MSX 계열(게임단말기로 유명), 삼보컴퓨터와 삼성전자가 텔레비전 수상기를 모니터로 개조해 조립한 교육용 컴퓨터가 혼전을 벌이고 있었다.
큐닉스는 MSX 진영에 포진해 있었다.
그런 인연 탓이었는지 큐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한국 시장에 공급하는 최초의 총판사가 됐고, 이범천 박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어 초대사장으로 변신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3년 이범천 사장이 갖고 있던 지분을 전량 인수해 정식으로 한국지사를 세웠다.
이범천 사장은 큐닉스로 돌아와 회장 자리에 앉는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토종 컴퓨터 기업'이라는 찬사를 듣던 큐닉스는 97년말 IMF 바람 앞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프린터와 PC, CAD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큐닉스는, 계열사를 잇따라 세우면서 자금압박을 받았다.
특히 주종목이 아닌 금융업체 '큐닉스파이낸스'를 설립한 게 몰락을 재촉했다.
이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해 있던 종금사로부터 130억원에 이르는 단기자금을 끌어썼고, 그 바람에 모기업 큐닉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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