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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시장은 얼고, 꽃은 시들다
[머니] 시장은 얼고, 꽃은 시들다
  • 이정환
  • 승인 2001.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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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연구 1년 결산… 예상 빗나간 10개 기업 원인 분석
투자연구 마지막회를 맞아 투자기업들의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무분별하게 불어닥쳤던 화려한 벤처투자 열풍의 뒤끝은 씁쓸함만을 남겼다.
떠들썩한 전망은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기 일쑤였다.
터무니없이 부푼 기대였을 뿐 시장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공허한 메아리로 끝난 잘못된 전망들을 되짚어본다.



애플웨어, 자금부족으로 사업 연기
온라인게임 개발업체인 애플웨어는 용감무쌍하게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망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은동 사장은 2만개에 이르는 PC방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온라인게임만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 전용 망을 만들어 온라인게임 사업자와 PC방을 직접 연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수익사업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이 사장은 한해 1조4823억원에 이르는 시장에서 겸손하게 35%만 먹겠다고 했다.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서비스 품질에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나 문제는 엄청난 투자금액이었다.
시설투자비 100억원을 포함해 적어도 170억원 이상이 필요했지만 그때는 산은캐피탈 등에서 겨우 20억원 가량을 끌어모았을 뿐이었다.
애플웨어는 추가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고 사업계획은 무작정 늘어졌다.
이 사장은 결국 사업계획을 크게 뜯어고칠 수밖에 없었다.
“외부 자금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던 사업계획에 문제가 있었지요. 당장은 온라인게임 ‘머그삼국지리믹스’를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고 다시 기회를 엿볼 계획입니다.
게임 전용망 사업은 내년 이후로 늦출 겁니다.
” 머그삼국지리믹스는 오는 7월 유료화를 앞두고 있다.
쉬즈클릭, 원가가 너무 올랐다 풋풋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반찬거리 재료들을 팔았던 쉬즈클릭은 얼마 전에 가격을 크게 올려잡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만8800원이면 2명 일주일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5만원을 내야 한다.
야채와 과일 등 음식재료 원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가격변동이 이렇게 심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어요. 가격을 올려놓고도 수익성은 더욱 나빠졌지요. 원가 비중이 35%에서 40%로 뛰어올랐어요.” 최병원 사장의 전망은 곳곳에서 빗나갔다.
회원은 7만명을 넘어섰지만 실제로 반찬거리를 사먹는 회원은 평균 2천명을 조금 넘어서는 정도였다.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첨단 자동화설비를 갖추는 데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느라 홍보 비용을 따로 떼놓지 못한 것도 실수였다.
“생각보다 시장이 빨리 열리지 않았어요.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인데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죠. 좀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어찌됐든 사용자를 늘려나가는 일이 관건인데 결코 만만치 않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입소문만으로 사용자를 늘려가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스타코리아웹캐스팅 오프라인 진출 실패 연예 전문 인터넷방송국을 운영하는 스타코리아웹캐스팅은 회원만 크게 늘어났을 뿐 실속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억원 매출에 2억원 적자를 냈다.
돈 안 되는 온라인 사업은 제법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수익을 가져다줄 전자상거래나 오프라인 사업은 손도 못 댔기 때문이다.
“사업을 마구 벌일 엄두가 안 났어요. 든든하게 현금을 가지고 갈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김형태 사장은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느라 다급한 표정이다.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도 큰 폭의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놓았던 다양한 수익모델은 하나같이 벽에 부딪혔다.
MP3 파일 판매도 생각만큼 신통치 않았고 교육사업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광고수익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달부터 시작한 전자상거래도 아직까지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
스타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음반이나 티셔츠를 판매하겠다는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지 두고볼 일이다.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인터베스트 조일현 심사역은 지난해 “적어도 3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가 끊긴 지금은 모든 전망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험에 놓여 있다.
한국디지털이미지뱅크, 빗나간 시장예측 사진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벤처인 한국디지털이미지뱅크는 얼마 전 사업모델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한국디지털이미지뱅크는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3차원 이미지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제작단가가 30만원을 넘어서는 3차원 이미지를 월 1만5천원에 빌려준다고 나선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부동산중개업소, 여행사 등이 목표 고객이었다.
배영주 사장은 한해 시장규모를 200억원으로 계산하고 그 가운데 70% 가량을 집어삼키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은 3차원 이미지를 크게 반기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몰 등은 자체적으로 준비하던 3차원 이미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배 사장은 “생각처럼 시장이 빨리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의 수익원은 크게 이미지 제작 서비스와 이미지 대여 서비스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은 이미지 제작 서비스에만 힘을 쏟고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갈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데 보통 한장에 10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수익성도 낮다.
물론 성장성도 크지 않다.
“경기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내년부터나 본격적으로 매출이 일어날 겁니다.
크레이터, 경영권 분쟁으로 주춤 인터넷 노래방 사업을 계획했던 크레이터는 어처구니없게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수차례 주주총회를 거듭한 끝에 조두금 전 사장이 물러나고 2대 주주인 이왕주 사장이 들어섰다.
한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다가 조 전 사장은 최근 다시 최고기술책임자로 경영에 복귀했다.
그 가운데 경쟁업체들이 나타났고 크레이터는 경쟁력에서 훨씬 뒤지게 됐다.
스타맥스 등 든든한 제휴업체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1년은 좀처럼 쉽게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슈퍼보드닷컴, 커뮤니티는 돈 안된다 무료게시판 서비스로 엄청난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는 슈퍼보드닷컴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루 페이지뷰는 1년 전 1300만뷰에서 3896만뷰로 세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기는 여전하다.
오히려 운영비 부담만 잔뜩 늘어났을 뿐이다.
경쟁사인 노브레이크닷컴과 달리 슈퍼보드닷컴은 철저하게 무료 서비스를 고집해왔다.
노브레이크의 수입원이 게시판을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 판매수익이었다면 슈퍼보드닷컴의 수입원은 무료게시판에 끼워넣는 광고수익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슈퍼보드닷컴은 노브레이크닷컴을 뒤늦게 따라가고 있다.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시도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판매쪽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광고시장이 너무 안 좋았어요. 커뮤니티도 돈벌이가 안 됐고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죠.” 남형욱 사장은 지난해 광고수익 73억원을 포함해 모두 110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턱없이 못미쳤다고 한다.
투자심사를 맡았던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 이강훈 심사역은 슈퍼보드닷컴의 커뮤니티 사업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는 “최악의 경우 광고수익만으로도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커뮤니티 사업이 이 회사의 성장성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년이 지난 지금 커뮤니티 사업은 물론이고 광고수익도 보장할 수 없는 ‘최악의 경우’가 됐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목표가 너무 높았나?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조이시티는 1년이 넘도록 시험 서비스를 계속하다가 지난 4월에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계획보다 꼬박 10개월 가까이 늦춰진 것이다.
최양신 사장은 지난해 조이시티의 월 회비를 3천원으로 잡고 100만명까지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고와 전자상거래까지 포함하면 조이시티에서만 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조이시티의 회원은 65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유료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잡혀 있지 않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조이시티에 한껏 욕심을 부렸다.
3차원 가상현실을 큰 주제로 잡은 조이시티는 단순한 온라인게임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탐색기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이시티에서는 아바타(분신)를 이용해 쇼핑은 물론이고 정보검색, 게임, 커뮤니티 등을 즐길 수 있다.
“일을 크게 벌이는 바람이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유료로 옮겨가기에 조심스러운 때죠. 3천원의 월 회비도 지금은 무척 부담스러워요.” 온라인게임의 성장성에 대한 부푼 기대만 있었을 뿐 정작 유료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계획보다 훨씬 줄어든 49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불확실해 보인다.
조이인박스, 시장이 죽었다 꽃시장에 뛰어든 조이인박스도 힘든 싸움을 치렀다.
자금확보가 계획보다 늦어져 사업에 차질을 빚은데다 경기불황으로 꽃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은 목표했던 19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15억원에 그쳤다.
2004년까지 7조원 규모로 성장할 거라는 장밋빛 시장전망은 접은 지 오래다.
꽃가게들을 가맹점으로 끌어안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30% 정도를 확보해야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20%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냥 버티기도 힘들고 투자를 더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김신홍 사장은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연기하고 우선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시장이 살아나야겠지만 당분간 가장 큰 변수는 시장의 관행이죠. 부딪혀볼수록 유통업자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낍니다.
” 올해 매출목표는 900억원에서 훨씬 줄여잡은 150억원 수준. 코리아와이즈넛, 제품 언제 나오나 “구글을 넘어서는 검색엔진을 만들겠다”고 큰소리 쳤던 코리아와이즈넛은 1년이 지나도록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로운 검색엔진은 6월이나 돼야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이름을 떨친 윤여걸 사장의 유명세 덕을 톡톡히 본 코리아와이즈넛은 이제 시장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검색엔진은 어느 곳에서도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정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검색엔진의 열배에 가까운 15억개의 웹페이지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이 맞더라도 그동안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데다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시험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컴, 재미 못본 유료화 스포스닥을 운영하는 스포츠컴은 뜻밖에도 매출을 초과달성했다.
스포스닥은 스포츠와 코스닥의 합성어로 스포츠 스타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사이버 증권시장이다.
스포츠컴은 지난해 8월 스포스닥의 유료화를 시도했다.
이를테면 5천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에게 10억원의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면서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큰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스포츠컴은 곧 회비를 1만원까지 올렸다.
스포스닥의 유료화는 성공적이었지만 큰돈이 안 됐다.
“회비 수입만 가지고는 큰 재미를 볼 수 없어요. 커뮤니티를 다듬으면 오프라인으로 뛰어들 겁니다.
” 전수 사장은 스포츠컴이라는 상표를 가진 스포츠용품점을 만들어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자유치에 거듭 실패하면서 스포츠용품점 사업은 결국 시작도 못했다.
지난해 스포츠컴의 매출은 수익성 없는 전자상거래와 유지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얼마 안 되는 회비 수입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투자금액 1조4387억원
지난해는 많은 기록을 낳은 한해였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은 모두 2377개 기업에 1조5942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지난 86년부터 99년까지 14년 동안 투자한 1조6428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투자시기를 놓고보면 1분기에 6217억원, 2분기에 5436억원으로, 상반기에만 73% 가량이 투자됐다.
코스닥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반기 들어 투자규모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 분야가 65%, 부품소재 분야가 13%, 바이오 분야가 13%, 기타 분야가 15%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정보통신 분야에 자금이 몰렸고 하반기 들어서면서 부품소재 분야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벤처캐피털의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차입금을 합쳐 4조5250억원이다.
이 밖에 투자조합 결성 총액 2조3422억원이 있다.
그동안 투자금액은 모두 3조8064억원이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아직까지도 3조608억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벤처캐피털협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모두 2433개 기업에 1조438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계획만 놓고보면 지난해와 얼추 비슷한 규모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분야가 55%, 부품소재 분야가 21%, 바이오 분야가 12%, 기타 분야가 12% 정도 계획이 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정보통신 분야가 조금 줄고 부품소재 분야가 늘어났다.
눈여겨볼 부분은 전체 투자자산 가운데 투자조합이 출자한 금액의 비중이다.
지난해에는 34%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58%까지 투자조합에 의존할 계획을 잡고 있다.
지난해보다 투자조합 결성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계획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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