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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미국 UPS '닷컴혁명' 신화
[e비즈니스] 미국 UPS '닷컴혁명' 신화
  • 신동호(한겨레)
  • 승인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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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 www.ups.com는 한해 30억개가 넘는 소포와 서류를 배달한다.
500대의 비행기, 14만9천대의 트럭을 보유하고, 200개가 넘는 나라에 1700개나 되는 창고와 분류시설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아침마다 3분 동안 운전사의 옷차림을 검사한다.
또 시간을 아끼기 위해 운전사에게 안전띠를 반드시 왼손으로 끼우고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트럭의 시동을 켜라고 교육한다.
관리자들은 구두약과 솔을 반드시 책상 아래에 두어야 한다.
10년간 기술투자 결실 맛봐 이렇게 전통을 고집해온 회사가 요즘 전자상거래의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운전사로 시작해 UPS 사장이 된 짐 켈리를 지난 1월 ‘99년의 최고경영자’ 25명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했다.
이 잡지는 “그가 UPS 배달원을 닷컴혁명의 보병부대로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잡지 <포브스>도 같은달 이 회사를 ‘99년의 회사’로 선정하면서 “UPS는 기술을 가진 트럭회사에서, 이제는 트럭을 가진 기술회사가 됐다”고 극찬했다.
지난달에는 메사추세츠공대 슬로언경영대학원도 UPS에 ‘클릭 앤드 모르타르’란 이름의 e비즈니스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을 잘 융화시켜 성공적인 e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회사에 주는 것이다.
“포드가 1914년 컨베이어 벨트로 모델T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10시간 걸리던 자동차 조립시간이 93분으로 줄었다.
오늘날의 공급망은 상품과 서비스를 실어나르는 글로벌 컨베이어 벨트다.
이 컨베이어 벨트는 고객이 주문한 바로 그 순간에 부품과 상품의 이동이 시작되고, 국경이 없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 짐 켈리는 자신의 회사가 바로 이 글로벌 컨베이어 벨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UPS는 지난 10년 동안 110억달러를 메인프레임, 개인용 컴퓨터. 손바닥 컴퓨터, 무선 모뎀, 셀룰러 네트워크, 4천명의 프로그래머와 기술자에게 쏟아부었다.
이 회사의 셀룰러 타워망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설 셀룰러 네트워크다.
이런 막대한 투자 덕택에 요즘 하루에 배달되는 1300만개의 소포 가운데 900만개를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추적(트래킹)할 수 있다.
또 올해 말이 되면 모든 소포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된다.
배달중인 소포의 현재 위치 언제든지 파악 예를 들어 산간벽지를 도는 세일즈맨이 어떤 샘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자. 이 세일즈맨은 3Com의 ‘팜Ⅶ’ 손바닥 컴퓨터를 눌러 UPS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UPS가 부여한 추적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즉시 그 물건이 어디쯤 와 있는지 위치가 확인됐다.
세일즈맨은 다시 팜Ⅶ에 물건이 배달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빨리 찾으러 가겠다고 입력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꾸로 셀룰러 타워가 세일즈맨의 위치를 알아내 샘플을 실은 차량이 들르게 될 가까운 하차장을 가르쳐준다.
고객이 전화로 위치를 확인하려면 전에는 1건당 2달러가 들었으나 지금은 10센트면 된다.
UPS의 홍보 담당자는 “요즘에는 하루 200만명이 추척을 요청하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배가 늘어난 숫자”라고 말한다.
나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산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UPS를 통해 시카고 회사로 반품한 적이 있었다.
UPS의 웹사이트에서 반품할 상자의 크기와 무게, 내 주소와 상대편 주소를 입력하고 서비스 종류 가운데 한가지를 고르면, 바로 도착시간과 요금이 계산돼 나온다.
그날 우리집에 온 UPS 배달원은 소포를 받아가면서 나에게 일종의 컴퓨터 필기판인 배달정보획득장치(DIAD)에 서명을 하게 했다.
순간 이 장치는 무선통신을 통해 내 소포의 목적지와 현재 위치를 본사의 컴퓨터에 알렸다.
그 뒤 소포는 공항터미널과 분류장치, 트럭을 통과할 때마다 스캐너를 거치면서 자신의 위치를 UPS의 컴퓨터에 보고했다.
나는 이틀 동안의 배달과정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고, 배달이 됐는지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소포가 거쳐간 시카고의 UPS 분류시설은 무려 축구장 37개를 합친 크기의 어마어마한 건물로, 하루 130만개의 소포가 트럭이나 기차에 실려 이곳을 지나간다.
곳곳마다 첨단 스캐너와 분류장치가 설치돼 시카고 분류시설에 들어온 소포가 전국 각지로 향하는 터미널까지 가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UPS는 이런 시설을 루이스빌에도 건설했으며 타이페이, 홍콩에도 세워 아시아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주식공개 역사상 최대액수 기록 고객이 소포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회사도 배달시간을 정확히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대한 투자가 마무리돼가면서 UPS는 98년 5월부터 배달시간 보증제도를 시작했다.
배달시간은 특히 기업간 거래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포드는 UPS와 연계해 매년 공장에서 출하되는 400만대의 자동차를 딜러에게 가져다주는 데 걸리는 시간을 40%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UPS의 최대 경쟁자는 항공기 배달회사로 출발한 페덱스(FedEx)였다.
페덱스와 UPS는 1~3일만에 배달되는 서비스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최근 들어 이메일 사용이 급증하면서 서류 배달을 주로 해온 페덱스는 큰 타격을 입은 반면, UPS는 전자상거래로 오히려 소포 배달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배달 서비스의 종류도 UPS는 미국 국내 서비스의 경우 다음날, 이틀 뒤, 3일 뒤, 5~7일 뒤 배달 등 9가지나 있지만, 페덱스는 종류가 5가지에 불과하다.
값이 저렴한 보통 배달서비스는 아예 없다.
UPS의 다음날 배달 서비스는 전년도보다 15%, 보통배달 서비스는 12%가 늘었지만 페덱스의 증가율은 한자리 숫자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UPS의 주가가 올라가자 지난해 11월 이 회사는 관리자, 직원 그리고 퇴직한 직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공개해 미국 역사상 최대액수인 55억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짐 켈리는 “지난 97년 15일 동안의 파업이 이 거대한 회사가 변화하게 된 전환점이 됐다”고 말하곤 한다.
이 회사의 파업은 당시 수천개의 기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기간 중 경쟁 회사인 페덱스와 미국의 우체국인 US 포스털 서비스는 3억5천만달러의 반사이익을 올렸다.
UPS의 지난해 매출액은 스트라이크 직전인 96년보다 21% 늘어난 270억달러였다.
순이익도 23억달러로 96년보다 2배가 늘었다.
이 회사의 지출은 대부분이 인건비인데, 그 비율도 96년 59.6%에서 99년에는 56.6%로 떨어졌다.
현재 UPS는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의 55%를 배달하고 있다.
매일 UPS는 델, 아마존 등 180만개의 판매자를 700만명의 구매자와 연결시켜주고 있다.
“쉽게 통합되는 상거래 모델 개발” UPS는 택배회사로 만족하지 않고 전자상거래의 보증인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UPS는 30억달러를 투자해 98년에 UPS 캐피털이란 신용보증회사를 만들었다.
이 신용보증회사는 UPS와 온라인 컴퓨터 판매회사인 게이트웨이가 현금 배달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준다.
UPS는 배달을 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수표를 받아 이를 게이트웨이의 은행에 집어넣는다.
주로 저가품 컴퓨터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게이트웨이로서는 신용카드가 없는 고객을 구매자로 끌어들일 수 있어 좋다.
또한 소비자들은 카드로 결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반품해버릴 수도 있다.
UPS는 배달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업체의 포장, 자재 공급도 맡는다.
UPS는 나이키의 신발과 운동복을 루이스빌 창고에 쌓아두고, 주문받은 물량만 트럭에 실어 허브로 보낸다.
UPS 전화센터는 나이키닷컴 고객의 주문까지 받는다.
이 때문에 나이키는 비용을 줄이고, 자금회전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최근 만들어진 패션 웹사이트인 Boo.com의 경우, UPS는 원자재 공급부터 물건의 검사·포장·선적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UPS는 또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전자상거래 솔루션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4만여개의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UPS의 전자상거래 마케팅 책임자인 로스 맥컬로우는 “UPS의 전자상거래 전략은 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기술 솔루션을 자신의 사업과 쉽게 통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미 매일 발송하는 1300만개의 소포들 가운데 900만개 이상이 전자적으로 UPS와 연결된 고객에게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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