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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투자칼럼] 한국 ‘주가독립’ 아직 아니다
[김영익의 투자칼럼] 한국 ‘주가독립’ 아직 아니다
  •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
  • 승인 2002.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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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달 동안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1% 정도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 종합주가지수는 7.8%나 올랐다.
이를 보고 일부에서는 “우리 주가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했다”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필자의 대답은 장기적으로 ‘예’이지만,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아니오’다.
우선 단기적으로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미국이 세계 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이콥 프렝켈 메릴린치 사장은 “올해 세계의 이야기는 미국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1997~98년의 경제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99년에 전체 수출이 8.6% 증가했으나 미국 수출은 20.5%나 늘었고 이러한 추세는 2000년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한 수출의 비중이 97년 15.9%에서 2000년에는 21.8%, 2001년엔 20.8%까지 올라 미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비록 지난해 이후 수출이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가 가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위주로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임을 고려하면 수출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경기는 더 좋아질 수 없다.
그래서 아직도 미국 경제와 미국 수출은 우리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좀더 멀리 내다보면 우리 주식시장은 점차 미국으로부터 독립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의 장기호황 과정에서 누적된 불균형을 보면 미국 경제는 더이상 세계경제에서 기관차 역할을 하기가 힘에 겨운 상황이다.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미국의 가계와 기업은 빌린 돈으로 소비와 투자를 너무 많이 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들의 부채를 재정 흑자와 해외에서 들어온 돈으로 보충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해외로부터 자금유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미국 경제는 성장률이 낮아지게 될 것이다.
또 앞으로는 90년대의 기술혁신에 따른 미국의 높은 생산성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일본, 유로 지역 경제가 회복되고 중국 경제도 높은 성장을 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줄어들 것이다.
이제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다.
최근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펀드매니저들은 앞으로 미국 투자비중은 줄이고 신흥시장 투자비중은 늘리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주가가 떨어져도 우리 주가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고 엔론 같은 기업 파산이 또 나오면서 우리 주가는 미국 주가와 더불어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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