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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김영란 / 라이나생명 인터넷사업팀 대리
[사람들] 김영란 / 라이나생명 인터넷사업팀 대리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2.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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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돕기 e메일, 감성 e메일

“아파트 입구엔 벌써 목련 꽃망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엊그제 눈발이 몹시도 사납게 불어오더니…. 그나마 철모르고 피어 있는 목련 꽃망울이 얼어죽을까, 오가는 길 목련 끝 자락에만 눈이 갔습니다…. 때때로 희망은 아주 드물지만, 현재의 고통을 앞질러 예상보다 일찍 찾아오는가 봅니다.


이렇게 감성을 듬뿍 담아 보내는 e메일이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상업적인 e메일이라도 다시 한번 곰곰이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라이나생명 www.lina.co.kr 인터넷사업팀 김영란(33) 대리는 지난해 9월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리니’라는 이름의 ‘감성 e메일’을 발송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여는 따뜻한 세상”이란 제목이 붙어 있는 e메일에는 생명보험에 가입하라는 권유도 없고, 새로 나온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글 따위는 더더욱 없다.
메일의 마지막에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보고 라이나생명에서 보낸 것이구나 하는 것을 겨우 알 수 있을 뿐이다.


감성 e메일 이외에도 한달에 한번씩 57만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보내는 ‘맛있는 e메일’은 훨씬 더 감동적이다.
성공회 푸드뱅크와 손잡고 매달 한명씩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엔 폐휴지를 주워파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결식아동 일용이의 사연을 소개했고, 2월에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늘 누워 있기만 하는 손자와 함께 사는 어느 할머니의 기구한 운명을 알렸다.


김 대리는 ‘리니’에 들어가는 감성적인 글을 직접 쓰는 것은 물론이고, ‘맛있는 e메일’에 들어갈 사연을 정해 직접 취재와 사진촬영에 나선다.
물론 처음엔 다른 회사와 뭔가 차별화된 e메일 편지를 보내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빠져드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정성과 땀이 들어간 이야기인지라 네티즌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일용이의 사연을 읽은 네티즌들들의 도움으로 한달 동안 3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걷혔다고 한다.
이 후원금은 성공회 푸드뱅크에 전해져 ‘이웃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제가 하는 일은 취재하고 글쓰는 아주 작은 일이지요. 실제로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사람들은 작은 정성을 보태는 네티즌이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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