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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경력관리의 새장, 온라인 포럼
[경력관리] 경력관리의 새장, 온라인 포럼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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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경력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전문 포럼과 커뮤니티에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인맥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보 흐름이 제한돼 있거나, 마케팅이나 영업 분야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명함을 모으는 일이 업무의 핵심인 사람들일수록 인터넷에 기반한 각종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이 많고 관련 포럼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삼성경제연구소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된 ‘M&A연구회 seriecon.seri.org’는 현재 45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포럼은 2000년 7월 현 운영자 김종태씨의 개인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리스회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우연한 기회에 골드만삭스와 기업인수합병(M&A) 업무를 진행하게 된 김종태씨는 당시 국내에 M&A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도 그에 대한 정보가 널리 공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터넷상에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당시 개설돼 있던 사이트는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동호회들이 대부분이라, 그가 만든 포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토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간에 알맞은 모임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로 주소를 옮기고, 동문회 등 자신이 소속돼 있는 조직에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택에 얼마 뒤 회원이 500명 가량으로 늘었다.
김정태씨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포럼 성공의 핵심이 될 거라는 생각에 소모임을 활성화하고, M&A 관련 강좌도 마련하는 등 회원들의 오프라인 접촉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전문성 높이고 인맥도 관리 M&A 관련 정보는 다른 분야에 비해 폐쇄적인 편이라 “업계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는 괜찮은 모임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M&A연구회 회원들은 각종 기업 CEO와 임원급이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학자와 관료, 그리고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김정태씨는 “회원들이 올려놓는 생생한 정보가 업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회원간의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사’가 이루어지는 일도 있어 오프라인 모임이 무척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M&A 전문인력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보니 산자부나 정통부 등 정부부처에서 관련 정책을 입안할 때 포럼 운영진측에 사전 테스트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포럼의 도움을 누구보다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은 운영자인 김정태씨다.
그는 M&A 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회사로 자리를 옮겼고, 회원들로부터 쏟아지는 각종 문의와 모임 주선, 밀려드는 강의 청탁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김씨는 “초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을 얻었다”며 “네트워크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시대니만큼 이러한 작업들이 미래의 자산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같은 사이트에서 e마케팅지식그룹을 운영하는 홍성준씨 역시 포럼의 활성화와 더불어 안팎으로 전문가 대접을 받게 된 경우다.
대학원에서 e마켓플레이스를 전공한 그는 대기업에 입사해 일하면서 한편으로는 온라인상에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 준비를 했다.
99년 출범 당시에는 국내에 e마케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별로 없었던 터라, 학술교류에 중점을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현재 6천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인 e마케팅지식그룹은 여전히 오프라인 모임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교류에 치중하고 있다.
덕택에 홍성준씨는 물론 포럼에 자료를 올리는 회원들이 강사로 초빙되거나 원고청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홍성준씨는 “포럼을 운영하고 강의를 하는 등 e마케팅 분야에 대한 외부 활동이 사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HR코리아 서형준 부장은 이런 모임들 덕택에 ‘대어’를 낚았다.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 비슷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가 자신이 몸담았던 대기업 OB 모임을 통해 적합한 사람을 추천한 것이다.
서형준 부장은 “그 기업 OB 모임뿐 아니라, 관련 분야 포럼에 가입하고 각종 교육과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정보와 인맥면에서 탁월한 전문가급 인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헤드헌팅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활발하게 활동중인 각종 온라인 포럼에는 해당 분야의 우수한 인력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서형준 부장은 이들 포럼에서 주최하는 오프라인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모임을 십분 활용하면 헤드헌터로서 적합한 사람을 제때 추천할 수 있는 개인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공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은 개인의 경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커뮤니티라고 해도 여러 군데 동시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인맥이나 정보의 깊이를 고려해 한두 곳 정도를 골라 꾸준히 활동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
김정태씨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모임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가입 당시 기대했던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속 보이는 행동을 삼가는 것”이다.
서형준 부장은 “인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지는 것인데, 빨리 사람들과 친해져서 비즈니스에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만으로 모임에 참여하면 다른 회원들에게 호감을 사기 힘들다”고 했다.
커뮤니티 활동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의식을 먼저 갖기보다는 그 모임을 즐기고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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