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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인피니밴드, 네트워크 개념 바꾼다
[IT] 인피니밴드, 네트워크 개념 바꾼다
  • 박재곤(정보기술 기고가)
  • 승인 2001.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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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I버스보다 빠르고 유연한 환경 구성 가능… 내년 하반기 실용화될 듯 IT 분야의 속도전쟁이 점점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처리속도의 1GHz 시대 돌입을 두고 인텔과 AMD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이 어제 같은데, 사람들의 관심은 벌써 1.7GHz CPU에 몰리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도 다를 바 없다.
10Mbps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이더넷을 아직도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앞서가는 기업들은 그 100배에 달하는 1Gbps 속도를 제공하는 기가비트 이더넷을 데스크톱 PC까지 연결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여기다가 허브와 같은 공유 네트워크 장비 시대는 지나가고 각각의 사용자에게, 한단계 더 발전한 10기가비트 이더넷이 구체적인 표준과 사양, 그리고 앞선 업체들의 제품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위치 구조로 병목현상 해결 이런 어지러운 속도경쟁에서 뒤로 처져 있는 것이 하나 있다.
486급 PC가 부상하던 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해 아직까지 버전업 몇번으로 버티고 있는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버스가 그것이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컴퓨팅 환경은 옛 모습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바뀌어왔는데, 특히 인터넷을 필두로 한 네트워크 환경이 대두되면서 속도와 용량 면에서는 과거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지경에 있다.
PC에서 CPU와 메모리에서 처리된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PCI 버스는, 이미 기가비트 이더넷이 등장하면서 서버 입출력 시스템으로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돼왔다.
1.064Gbps나 2.128Gbps 정도의 대역폭을 제공하는 PCI 버스는 속도만으로 보면 그리 느린 입출력 시스템은 아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PCI 버스는 대역폭을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하나의 트래픽이 대역폭 전체를 다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단방향으로만 데이터를 전송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이런 구조는 양방향 통신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흐름 전체에서 적지 않은 병목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유 구조의 특성상 하나의 요소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이것이 곧 전체적 시스템 다운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업의 주요 데이터를 처리하는 웹 서버나 데이터베이스 서버 등은 처리 속도와 용량, 그리고 안정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PC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피니밴드’(InfiniBand)다.
인피니밴드는 ‘무한 대역폭’(Infinite Bandwidth)의 줄임말로, 컴퓨팅 업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IBM, hp, 인텔, 컴팩컴퓨터,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델컴퓨터,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입출력 시스템 표준이다.
인피니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스위치 구조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현재의 전화 시스템과 같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각자가 원하는 사람과 서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한번에 수백 수천의 데이터를 컴퓨터 안팎의 정확한 목적지에 전달해준다.
따라서 한꺼번에 연결할 수 있는 주변기기나 관련 장비 수를 매우 유연하게 늘릴 수 있으며, 스위치 구조의 특성상 이렇게 시스템을 확장해도 일정한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인피니밴드는 기존 PCI 버스 속도를 비롯한 여러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몇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에 따라 서버의 기본적 구성, 더 나아가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ITA(InfiniBand Trade Association)에서 발표한 인피니밴드 표준사양 1.0 버전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느린 구성에서도 양방향 각각 2.5Gbps 속도를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구성에 따라 최고 30Gbps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의 개발작업이 가속화할수록 이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인피니밴드는 입출력 시스템으로는 엄청난 거리를 연결할 수 있다.
PCI 버스는 cm 단위를 넘지 않는 컴퓨터의 메인보드 정도를 연결할 수 있지만, 인피니밴드는 일반 구리선을 이용할 경우 17m, 광케이블을 이용할 경우 100m 이상을 연결할 수 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사무실 전체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안의 모든 서버를 하나로 묶어 그야말로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다’란 말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IPv6 기반·TCP/IP와 호환 이런 장점 때문에 인피니밴드는 기존 네트워크에 새로운 하위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따라 서버의 위상과 구성방식 또한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피니밴드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미칠 곳이 바로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컴퓨팅 파워가 밀집되는 곳이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 서버들은 면적 최적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설치면적을 줄이는 장점으로 한때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슬림형 서버들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아무리 최적화한다 해도 기본 구성요소의 부피 이하로는 줄일 수 없었다.
하지만 서버 시스템이 인피니밴드를 지원하면, 굳이 하나의 서버에 CPU와 메모리 외에 하드디스크 등이 있을 필요가 없다.
서버가 CPU와 메모리만으로 이뤄진 메인보드처럼 바뀌고, 저장장치와의 연결은 인피니밴드를 통하면 기존 PCI 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피니밴드는 인터넷 프로토콜인 TCP/IP 어드레스와 호환되고 차세대 IP 어드레스 체계인 IPv6를 기반으로 한다.
한대의 인피니밴드 스위치는 최대 6만4천개의 장치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인피니밴드 스위치와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여러 대의 서버를 한대의 서버처럼 사용하는 클러스터링 기술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위칭 구조를 갖고 있고 서버간 연결이 표준화되기 때문에 10대 이상의 서버를 클러스터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피니밴드는 그 속도와 확장성, 유연성으로 속도와 용량 수요 증가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의 IT 관리자와, 여기에 드는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 경영자에게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주요 업체들이 인피니밴드를 차세대 입출력 시스템 표준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들 7개 업체는 내분만 없다면 인피니밴드를 업계 표준으로 만들 수 있는 마케팅력과 자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인피니밴드 개발에 투여하고 있다.
또한 인피니밴드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한 신생업체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피니밴드가 구체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칩셋과 스위치, 라우터,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의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2002년도 하반기에는 인피니밴드가 초보적인 실제 사용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첫번째 형태는 서버의 PCI 슬롯에 장착하는 인피니밴드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제품개발이 추진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 완성도 높은 인피니밴드 환경이 이뤄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시장조사 회사인 IDC는 인피니밴드 기술이 빠른 발전속도를 보여 2004년까지 약 500만대의 서버가 인피니밴드 아키텍처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피니밴드는 단지 기존 PCI 버스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핵심은 오프라인 시대의 입출력 시스템을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온라인 시대로 진입시키는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용어 설명>
PCI 버스 PC의 고속 운영을 위해 CPU와 가깝게 위치해 있는 확장 슬롯에 부착된 장치들끼리 접속하는 시스템. 인텔이 설계한 초기 PCI는 VESA 로컬버스와 비슷했지만, PCI 2.0부터는 CPU 디자인에서 독립해 설계되었다.
20~33MHz 범위의 CPU 클럭속도에 동기화하도록 설계됐다.
클러스터링 가변적인 업무 부하를 처리하거나, 서버 한대가 고장났을 때도 운영이 계속되도록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 둘 이상의 컴퓨터를 마치 하나의 컴퓨터처럼 행동하도록 해, 병렬 처리나 부하 배분, 고장 대비 목적에 이용된다.
클러스터링은 기업이 PC와 워크스테이션 등에 이미 집행한 투자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병렬처리 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한 보편적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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