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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벤처신화를 창조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10
[머니] 벤처신화를 창조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10
  • 박종생
  • 승인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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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이 단연 1위로 선정됐다.
2위는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 3위는 김영준 LG벤처투자 사장(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이 뽑혔다.
이어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4위)과 이민화 메디슨 회장(5위)이 뒤를 받쳤다.
연병선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사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사장은 공동 6위에 올랐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8위)과 강세중 기은캐피탈 사장(9위), 이강덕 동원기술투자 사장(공동 10위), 방한정 한국기술투자 부사장(공동 10위)도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 10'에 들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한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1위에 뽑힌 서갑수 사장과 연병선 사장, 곽성신 사장 등은 한국 벤처캐피터 업계의 산증인들로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 1세대들이다.
이들은 심사역으로 출발해 벤처캐피털을 이끄는 사장으로까지 성장한 전형적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갑수 사장과 연병선 사장은 1981년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 발족하면서부터 벤처투자에 나선 사람들이다.
곽성신 사장은 1984년 한국개발투자금융(KDIC) 시절부터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했다.
1세대, 서갑수 사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다" 이 세사람은 제각기 독특한 성격들을 갖고 있다.
서갑수 사장은 상당히 모험적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유명하다.
그의 투자철학은 경영진이 능력이 있고 기술이 독특하면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80년대 국내에 벤처캐피털이 막 뿌리내릴 무렵 이런 철학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초기 벤처에 투자를 많이 했다.
이거다 싶으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는 스타일이다.
`하이리턴 하이리스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실리콘이미지는 그의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96년 창업한 이 회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이 개발한 디지털 전송기술을 가진 업체로 기술이 독특했다.
그래서 그는 초기에 과감히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주당 2달러로 들어간 이 회사는 99년 나스닥에 상장돼 주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서 사장은 7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서 사장 스타일은 벌면 크게 벌지만, 시장상황이 악화해 잃으면 크게 잃기도 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술투자가 휘청거린 것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연병선 사장은 서 사장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평소에도 조용한 성격인 그는 성격에 걸맞게 신중하게 투자하는 보수적 투자가다.
그래서 서 사장처럼 실패한 경우가 많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버는 경우도 많지 않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초기 벤처에 투자한 뒤 기업가치를 키워서 수익을 올리는 쪽이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에 투자한 뒤 유통차익을 노리는 쪽이 있다.
연 사장은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연 사장은 “남들은 올드패션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통적이고 장기적 투자가 벤처캐피털리스트 본연의 임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한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돼 주가가 급등하면 곧바로 팔아치우는 국내의 다른 벤처캐피털과 달리 그 기업이 안정적으로 갈 때까지 투자금액을 회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병선 사장은 이민화 메디슨 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KTB 근무 시절 서갑수 벤처부장 밑에서 심사역으로 일할 때 대학 동기인 이 회장에게 투자를 결정했다.
그 결정이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을 낳은 셈이다.
연 사장은 다우기술에도 1992년에 1600여억원을 투자한 뒤 5년만에 6743억원을 회수했다.
한국아이티벤처투자에 와서는 한아시스템과 제이스텍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남겼다.
연 사장의 현재까지 수익률은 연 41% 수준이다.
곽성신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하버드대 MBA를 땄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점은 업계에서조차 인정할 정도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단기로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초기 벤처에도 투자하지만, 1년 안에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 30% 정도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연 사장이 벤처기업 입장에 서있다면 서 사장은 일정정도 주주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는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가기 전에 장외에서 매도를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최근 생명공학 업체에 투자하면서도 막대한 투자비용을 피하기 위해 대학연구소에서 이미 나온 성과물을 상용화하는 곳만 선택하는 것도 그의 이런 합리적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곽 사장이 투자한 대표적인 회사는 메타랜드, 사람과기술, 싸이버텍홀딩스, 어필텔레콤, 웰링크, 아이빌소프트 등이다.
권성문 사장, 이인규 사장, 이강덕 사장 등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벤처캐피털 업계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이다.
이들은 왕성한 에너지와 빠른 판단력을 소유한 인물들로 공격적 투자를 자랑한다.
벤처투자 경력이 3년에서 5년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영역을 구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사장은 미래와사람 사장 시절인 1997년부터 인터넷 기업에 투자해왔다.
그는 “해외여행 도중 벤처 투자가 큰 흐름을 이루는 것을 보고 국내에 들어와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권 사장은 돈냄새를 맡는 뛰어난 후각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최근 칸영화제에도 다녀오는 등 영화쪽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인규 사장은 은행과 증권사 출신으로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다.
이 사장도 서갑수 사장처럼 극단을 추구하는 스타일로 결단력을 갖췄으며, 돈이 생기면 곧바로 투자하는 편이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그를 `에너지 덩어리'라고 표현했다.
이런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확연히 구분된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주로 인터넷 기업에 많은 투자를 한 탓에 최근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고전을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서갑수 사장은 그를 “벤처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무한기술투자 창설 이후 4년여 동안 135개 회사에 모두 1052억원을 투자해 4500여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다.
그가 투자한 주요 회사는 네띠앙, 세원텔레콤, 와이드텔레콤, 코스메틱랜드, 인츠닷컴, 메리디안 등이다.
이민화 사장은 전문성, 박현주 사장은 후각 뛰어나 이강덕 사장은 빠른 판단력의 소유자다.
투자를 결정할 때 짧게는 하루, 늦더라도 일주일 안에 가부를 선택한다.
물론 그가 잘 아는 분야에 주로 투자한다.
그는 386세대로 동원창투에 대리로 입사한 뒤 4년3개월만에 대표에 취임하는 기록을 남겼다.
또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봉 최고액을 200억원(확정연봉 10억원)으로 책정해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사장은 특히 통신장비쪽에 강하다.
인터넷 업체에서도 서비스 업체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업체들을 선호한다.
이 사장은 “작년 봄에 남들이 모두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투자할 때 나는 솔루션쪽에만 투자했다”며 “하반기가 되니까 다른 창투사들이 솔루션쪽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투자한 대표적 회사는 팬택, 주성엔지니어링, 인터링크, 테라, 기산텔레콤, 케이엠더블유, 카스 등이다.
팬택은 수익률 300%를 기록했고, 기산텔레콤에는 10억원을 투자해 200여억원을 회수했다.
이민화 회장과 박현주 사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본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 못지않은 감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심사역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
이민화 회장은 의료장비 업체들을 발굴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각자 전문분야에 특화해 투자하는 것에 비춰보면, 이 회장의 이런 모습은 나름대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박현주 사장은 1998년 아무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하지 않을 때 제일 먼저 투자를 결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남다른 후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이 성공의 경험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
간혹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투자원금을 날리는 때도 있다.
서갑수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투자한 회사 중 부도나 화의로 넘어간 업체가 20여개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한글과컴퓨터, 서울시스템, 두인전자 등이 포함됐다.
투자한 회사들의 부실화로 자신이 경영하는 투자회사마저 휘청거렸다.
다행히 작년 봄부터 코스닥이 활황세를 타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곽성신 사장은 반도체 회사인 진일특수라는 업체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냈으며, 연병선 사장도 세방정밀 등 5개 회사에서는 실패를 경험했다.
이들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대부분 사람을 최우선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갑수, 이강덕 사장이 이런 경향이 강했다.
이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이들 회사에 투자를 과감하게 하는 것도 경영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이런 회사에 투자해 성공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강덕 사장은 “처음에 뭔가 꺼림직하면 나중에도 계속 골치를 썩인다”고 털어놓았다.
이 사장은 기산텔레콤이 연구개발만 하고 있던 창업초기에 엔지니어 출신인 사장의 개발능력만을 믿고 투자를 했다.
결국 이 회사는 매출이 크게 신장되고 코스닥에까지 등록돼 이 사장에게 엄청안 수익을 안겨줬다.
연병선 사장도 사람을 중요시하지만 그는 기술력보다는 사업수행능력을 더 따진다.
왜냐하면 벤처기업이라는 것은 기술 연구를 하는데가 아니라 이것을 사업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공하는데는 제품을 만들고 어떤 전략으로 팔아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는 기술이나 판단력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로 본다.
선정 인물 대부분 벤처기업 발굴에 탁월 10위권에 들어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대부분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근본적 한계인 전문성 부족은 스스로도 자인하는 형편이다.
한국의 벤처캐피털들이 증시가 좋을 때는 호황을 구가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부침이 너무 심한 것이다.
물론 한국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취약해서 벌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한 산업에 대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근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한국의 벤처캐피털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군소 벤처캐피털들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에 상당히 높은 가격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번에 베스트10에 선정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군소 벤처캐피털과 같은 치명적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업계 1, 2위인 인터넷 업체들에 투자했기 때문에 아직 실패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는 자신이 투자한 인터넷 기업이 올 연말까지 수익모델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 사장은 “내가 투자한 인터넷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의 나침반과 같은 존재인데도, 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대부분 한개 분야에 특화해서 투자를 하는데 반해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5개 이상의 분야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사업을 하는 벤처기업인보다 오히려 해당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고있다.
그래서 벤처기업인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비즈니스에 들어가는 방법부터 경영진을 구성하는 것까지 사업의 80-90%를 해결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한 분야에 대해 그렇게 알지 못한다.
” 이번 베스트 10에 선정된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솔직한 고백이다.
도덕성 문제도 이들이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상당수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한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한 뒤 주가가 급등하면 곧바로 팔아버린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개인투자가들이나 벤처기업 경영자들만 곤경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벤처캐피털이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을 이끄는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벤처캐피탈을 이끄는 대표적 인물 베스트10”
1위-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108점) 2위-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53점) 3위-김영준 벤처캐피털협회 회장(LG벤처투자 사장)(34점) 4위-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23점) 5위-이민화 메디슨 회장(16점) 공동6위-연병선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사장(11점) 공동6위-박현주 미래에셋 사장(11점) 8위-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8점) 9위-강세중 기은캐피탈 사장(6점) 공동10위-이강덕 동원창업투자 사장(5점) 공동10위-방한정 한국기술투자 부사장(5점) (심사역 70명 대상으로 각자 1, 2, 3순위를 응답하게 했음. 점수는 1순위 3점, 2순위 2점, 3순위 1점으로 계산.)
“능력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 서갑수”
서갑수(54) 한국기술투자 사장은 성격이 상당히 급해 보였다.
질문을 하면 받아적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냈다.
나이가 지천명을 넘어섰지만 20대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그의 투자 스타일은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서 그는 `맥시멈 플레이어'로 통한다.
극한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 서 사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벤처투자는 원래 그런 것인데, 괜한 소리를 한다는 투였다.
“벤처투자는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어떤 벤처기업이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된 뒤에 들어가면 이미 늦습니다.
기차를 놓치는 셈이죠. 불확실할 때 들어가야 우리도 돈을 벌 수 있고, 투자를 받는 벤처회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 올해로 그는 벤처캐피털리스트 경력 20년째에 접어든다.
그가 아직도 어려워 하는 부분이 아무 것도 없는 무명회사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작업이다.
그는 그 가능성을 탐색할 때 가장 먼저 사람을 본다고 한다.
A급 프로젝트를 B급 매니저에게 맡기는 것보다 B급 프로젝트를 A급 매니저에게 맡기는 게 낫다는 벤처의 금언을 그는 믿는다.
그의 이런 심사기준은 어느덧 벤처에 대한 투자철학으로까지 자리잡았다.
투자철학을 묻는 질문에 그는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서 사장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고 한다.
서울대 화공학과를 나온 서 사장은 호남석유화학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81년 5월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응시원서를 낸 게 투자자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KTB는 당시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프로젝트 자금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반민반관의 회사였다.
KTB는 그의 산업계 경력을 높이 샀다.
그에게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부장 자리를 대뜸 맡겼다.
초기엔 투자에 실패하는 일이 많았다.
개구리가 된 지금 돌아보면 그야말로 올챙이 시절이었다.
그러다 83년 스탠포드대학 연수를 통해 그는 벤처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투자한 기업이 지금의 메디슨이다.
메디슨은 96년 기업을 공개했고, 그에게 10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줬다.
그는 한국에 벤처캐피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데도 한몫했다.
85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제정하고 창업투자회사 등을 만들 때, 그는 벤처투자는 융자가 아니라고 떠벌였다.
벤처투자는 아무 조건이 없는 순수한 투자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법에 의해 만들어진 게 한국기술투자였다.
그는 이곳에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업계에서는 그를 '없는 시장을 만든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는 한국기술투자 사장 시절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터보테크, 마크로젠 등 국내 벤처기업의 대표선수를 발굴해 키웠다.
또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실리콘이미지에 투자해 50배의 차익을 내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서 사장은 최근 인터넷 거품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가능성만 믿고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기업들이 난립한데다 매출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해 투자자들을 실망스럽게 한 게 주 요인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많은 M&A가 있을 겁니다.
인터넷 기업들이 오프라인의 강자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 그는 주식시장이 이런 상태를 지속한다면, 연말이 오기 전에 인터넷 기업 가운데 20~30%가 도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터넷 공모를 통해 10억 미만의 자금을 끌어모은 업체들이 차가운 겨울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 투자에 주력할 분야로 4가지를 꼽았다.
정보통신, 생명공학, 인터넷, 환경 등이다.
인터넷 분야에서는 분야별로 1등기업만은 산다는 확신을 갖고, 아이디어가 새로운 업체에는 투자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실무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10”
현재 심사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 중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사람은 누구일까. 벤처캐피털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런 조사를 한 곳은 거의 없다.
은 한국 벤처산업을 이끌어 가는데는 이들 현장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인물들을 선정했다.
국내 60여개 벤처캐피털 소속 심사역 7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위는 인터베스트의 정성인 부사장이 선정됐다.
2위는 한미창업투자의 이영민 부장이 뽑혔으며, 3위는 연병선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사장이 벤처캐피털을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에 선정된 데 이어 이 분야에서도 뽑혔다.
이어 장만준 LG벤처투자 상무(공동 4위), 정태흠 현대기술투자 팀장(공동 4위), 강대연 무한기술투자 이사(공동 4위), 이창수 플래티넘기술투자 사장(공동 7위), 신장철 인사이트벤처 이사(공동 7위), 남기승 동양창업투자 이사(공동 7위), 남인준 넥스트벤처투자 상무(공동 10위), 전양우 ADL파트너 이사(공동 10위) 등이 10위권에 올랐다.
1위로 뽑힌 정성인 부사장은 실무자로서는 가장 오래된 사람으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78년 입학) 출신으로 4학년말인 81년에 한국종합기술금융(KTB)에 공채1기로 입사한 뒤 97년 6월까지 이곳에서 일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단기와 장기, 업종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복이 없다.
투자를 받는 회사 입장에서는 믿음직한 파트너로 소문이 나있다.
이론과 실제에 모두 능통해 업계에서는 문무를 겸비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2위인 이영민 부장은 37살의 젊은 나이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이어 앤더슨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포항제철 종합기획실에서 재무 일을 하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벤처기업을 선택하는 데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시스템 씨엔아이 엠케이전자 와이드텔레콤 등에 투자했다.
장만준 상무는 KAIST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원으로 중소기업 기술개발 정책연구를 하다가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상당한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4년 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로 투자했다.
그가 4년 전에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당시 아무도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한글과컴퓨터,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 퓨처시스템, 이코퍼레이션, 코네스, 비테크놀로지 등 유명 회사들이 포함돼 있다.
정태흠 팀장과 강대연 이사는 바이오쪽에 강하며, 이창수 사장은 경력이 16년으로 정보통신 바이오 반도체쪽에 가치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인준 상무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거다 싶으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에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심사역'이라고 부른다.
이는 투자대상으로 올라온 회사를 심사해서 투자를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상당히 수동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본래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기업의 파트너로서 자금, 전략, 기술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대표적인 `심사역'들은 스스로 그 명칭을 능동적으로 바꿔가는 선두주자들이다.
실무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 10 1위 정성인 인터베스트 부사장(11점) 2위 이영민 한미창투 부장(10점) 3위 연병선 한국아이티벤처투자 사장(10점) 공동4위 장만준 LG벤처투자 상무(9점) 공동4위 정태흠 현대기술투자 팀장(9점) 공동4위 강대연 무한기술투자 이사(9점) 공동7위 이창수 플래티넘기술투자 사장(8점) 공동7위 신장철 인사이트벤처 이사(8점) 공동7위 남기승 동양창투 이사(8점) 공동10위 남인준 넥스트벤처투자 상무(7점) 공동10위 전양우 ADL파트너 이사(7점) (심사역 70명 대상으로 각자 1, 2, 3순위를 응답하게 했음. 점수는 1순위 3점, 2순위 2점, 3순위 1점으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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