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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성공적 매각협상을 위한 제언
[리드칼럼] 성공적 매각협상을 위한 제언
  • 오관치/ 포스코경영연구소 소
  • 승인 2002.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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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하이닉스, 서울은행 등의 성공적 해외매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정부나 채권단은 협상교착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자성해봐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하이닉스의 경우 양측은 인수가격을 놓고서 논란을 벌이고 있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하이닉스와 같이 매각 및 매수 양측 모두 다양한 이해관계 또는 관심사가 걸려 있고, 이해관계별 우선순위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인수가격 하나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매우 미숙하기 그지없는 협상자세다.
협상문제가 무엇이든간에 상호이익이 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측의 이해관계를 정리해보고 그 우선순위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의 제안, 즉 협상입장 아래에 숨어 있는 그들의 이해관계를 살펴보고 그 우선순위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협상쌍방의 이해관계와 그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한 후, 상대방에게는 우선순위가 높으나 우리측에게는 우선순위가 낮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대신, 그 반대인 경우의 현안에 대해서는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도록 협상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협상 당사자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게 되므로 윈-윈 협상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협상 당사자들이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와 우선순위를 가진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협상문제가 어떤 것이든간에, 협상 당사자들은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차이는 (1)협상 당사자들이 처한 상황이 다를 수 있고, (2)미래에 대해 달리 전망하며, (3)위험감수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4)시간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으며, (5)자금사정, 조세, 미래관계, 후원자들에 대한 상이한 입장 등에서 연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6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가진 하이닉스 채권단은 매도가격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더라도, 마이크론이 현금으로 40억달러 이상은 지불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나머지 20억달러의 회수는 다른 방법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인수된 후, 경영정상화에 성공하여 신용있는 고객이 되었을 때의 거래관계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편 마이크론은 인수가격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추가부실 발생에 따른 손실을 회피할 수 있을지와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신규여신을 획득할지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와 그에 대한 우선순위가 이와 같이 서로 다르면, 예를 들어 채권단측은 (1)추가부실의 70% 보전, (2)신규여신 5억달러 제공 및 (3)인수가격 60억달러(현금 40억다러, 주식 20억달러)와 같은 협상안을 제의할 수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추가부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추가부실에 대한 손실보전 약속은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반해 추가부실 발생여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마이크론의 입장에서는, 추가부실에 따른 손실보전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인수가격의 3분의 1을 주식으로 지불함으로써 마이크론은 대금지불을 상당기간 유예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식지불은 채권단이 장차 원금과 함께 하이닉스의 이윤분배에도 참여하는 것이므로, 현금지불보다는 못하나 없는 것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채권단의 지분참여는 마이크론에게 하이닉스의 성공을 위해 채권단도 동참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측과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판단한 후, 이를 기초로 포괄적인 협상안을 제의하고, 상호주의에 따른 양보과정을 거쳐 서로가 만족하는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채권단은 마이크론과 인수가격에 관한 본계약 체결 후에 마이크론이 요청하는 11억달러 규모의 신규자금지원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채권단은 매우 현명치 못한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이크론이 매우 중요시하는 신규자금지원이라는 협상수단을 인수가격을 높이는 데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서울은행, 대한생명, 현대증권 등의 해외 매각협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만족하는 효과적인 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측과 상대방의 이해관계와 이들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괄적인 협상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협상 테이블에서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양보하면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자세를 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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