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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역경제 현장을 가다 7회-대전
[기획] 지역경제 현장을 가다 7회-대전
  • 대전=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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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현재 대전광역시의 전체 벤처기업 수는 776개다.
2000년에 500개였으니, 1년새 5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덕밸리의 지난해 추정 총매출액은 1조2천억원 정도로, 대전시 지역총생산(GRDP)의 약 10%를 차지한다.
벤처기업 수출 신장률도 전년대비 28%로, 울산광역시에 이어 전국 2위다.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GRDP가 전국의 2.3%에 불과한 대전시의 여건을 감안하면, 벤처산업이 대전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전시 경제과학국의 손성도 경제정책과장은 대전시의 경제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대전은 연구단지 안에 석·박사 인력이 설립한 대덕단지 벤처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육성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내외 인지도를 넓힌 업체들이 대전 경제를 움직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마케팅 역량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교통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여건에 맞게 물류유통 산업도 발달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속속 입주해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중소 재래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는 형편이다.
대덕밸리, 지역경제 청신호 밝혀 손성도 과장의 지적대로 대전은 전통적으로 IT와 BT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성된 ‘대덕연구단지’가 지역경제를 주도해왔다.
이는 대전의 기형적인 산업구조에서 파생된 결과다.
대전의 산업구조를 보면 서비스업 중심의 3차산업이 전체의 78.2%를, 2차산업이 22%를 차지하는 반면,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는 1차산업은 0.8%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구에 비해 GRDP가 낮을 수밖에 없다.
대전의 지역적 강점을 활용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해진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가 선택한 중점사업은 3가지다.
첨단과학기술 산업과 지식정보 산업 그리고 물류유통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대전은 제조업 기반이 약한 대신 대덕을 중심으로 대규모 연구단지를 안고 있다.
여기에 1만7천명의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데다 국제과학박람회를 개최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특허법원과 특허청, 정부종합청사, 3군본부 등이 입주해 있고, ‘전국을 1일 생활권에 묶을 수 있는 교통의 요지’란 지역적 강점도 가지고 있다.
교통과 행정, 군사와 관광, 과학기술 도시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대전이 ‘3대 중심산업 육성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지리적 여건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3대 중심산업 육성을 위한 대전의 밑그림은 지난 2000년 9월28일에 내놓은 ‘대덕밸리 선포식’에서 출발한다.
대덕밸리는 “첨단 기술력을 지닌 하이테크 제조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벤처산업의 요람을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대전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점산업 육성 특성화 지구이다.
좁게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대전과학산업단지, 대전3·4산업단지, 유성관광특구, 둔산행정타운 등을 포함한 지역을 가리키며, 넓게는 대전을 중심으로 충남의 천안과 아산테크노파크, 충북의 청주와 오창과학산업단지 그리고 전북 전주와 익산의 신벤처육성지구를 아우르는 중부권 삼각지대를 가리킨다.
이 지역의 벤처기업 수를 합하면 1200여개에 이른다.
대전시 기업지원과의 벤처산업 담당 김성철 사무관은 “3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대전이 1·2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한 벤처타운 조성이 필수적이다.
30년 정도의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3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경제의 중심 단지로 조성할 것”이라며 대덕밸리 육성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각 육성산업별 추진계획도 무리없이 진행중이다.
첨단과학기술 산업을 특화 발전시키기 위해서 대전시는 94년부터 128만2천평 규모의 대덕테크노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와 대전시, 산업은행이 각각 65%, 20%, 15%의 자금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했다.
자본금 500억원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26만5천평 부지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2월초 현재 86%의 협의보상이 끝난 상태며 43%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은 10만평 규모의 엑스포과학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 기본계획 수립을 끝내고 국비 550억원을 지원받은 상태다.
여기에 비교우위 산업 집중육성을 위해 정보통신, 생물, 정밀화학, 신소재, 영상 등 5대 신산업을 발굴했다.
지금은 1단계로 고주파부품지원센터와 바이오벤처타운, 국제로봇테마파크 등 3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과학기술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대전시는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지난해 30만3천명의 관람객과 7억650만원의 수입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0% 이상의 수입증가율을 보였다.
올해 10월에는 지역내 군수산업 관련 벤처기술 업체의 판로를 개척하고자 육군본부와 협약을 맺고 군수산업 전시회인 ‘국방마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 143업체 2만8천명이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발명특허박람회나 세계과학도시연합(WTA) 테크노마트를 대전시 주도하에 개최하는 것도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물류유통 산업에 쏟는 대전시의 애정도 각별하다.
이는 대전이 사통팔달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 내륙기지인데다, 국내 어느 지역이든 1일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수도권과 대전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됐고 새로 뚫린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는 영남권과 수도권을 연계하는 중심지로서 대전의 입지를 탄탄히 굳혀주었다.
내륙 물류기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지난해 7월 대전시는 물류표준화와 전자상거래를 확대할 목적으로 수도권 이남 광역 거점 시장을 구축하고자 12억8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을 개장한 바 있다.
올해 1월18일에는 안연동 농산물유통센터를 개장해 소비자 편익 위주의 시장을 제공함으로써 유통업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물류센터를 균형있게 갖추게 됐다.
이와 함께 건교부의 유통단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전국 최초로 유성구에 종합유통단지를 조성중이다.
95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14만평 규모의 이 유통단지는 올해 말 완공될 예정으로 이미 80% 분양이 완료됐다.
여기에는 복합화물터미널, 도소매단지, 창고와 지원시설 등이 자리잡을 예정이다.
대형 유통 할인점이 많은 것도 대전이 ‘유통의 도시’라는 점을 입증해주는 지표이다.
대전시의 대형 유통업체는 까르푸와 롯데백화점, 월마트 등 11곳이며 현재 2곳이 추가로 건립중이다.
일반적으로 인구 20만명당 대형 할인점 1개가 자리잡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140만명의 대전시에 13곳의 대형 유통 할인점이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유통산업의 춘추전국시대인 것이다.
대형 업체들이 속속 입점하는 것은 대전의 물류영업 전망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진입하면서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서비스업 편중현상 해결될까 다른 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대전시 또한 대덕밸리를 기반으로 한 경제발전 청사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장벽에 직면해 있다.
첫번째 고민거리는 대덕연구단지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다.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은 대부분이 연구원 창업기업이다.
따라서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마인드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내수 마케팅에서는 서울지역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내 벤처기업 가운데 서울에 사무소를 둔 기업은 60~70개에 불과하다.
전체 기업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수출신장률이 높은 만큼 내수 마케팅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력과 투자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대전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꼽힌다.
대덕지역 내 연구 인력들이 IMF 사태 이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창업으로 전환한 탓에 대덕연구단지 내 벤처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서울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연구인력 수도 늘어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내 150개 벤처캐피털 가운데 대전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곳은 5개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의 지원과 민간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균형있고 안정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 벤처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대덕밸리 조성사업이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메워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덕밸리 조성사업을 중심으로 자치단체가 민간단체와 함께 벤처기업 육성사업에 매진한 결과, 99년까지 12.9%에 불과하던 광공업 비중이 2000년에 14.2%로 성장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조금씩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84%가 넘는 서비스업 비중은 균형 잡힌 산업발전을 위해선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대덕밸리 조성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해 기존 산업을 벤처산업과 접목하려는 시도가 성과를 거두면 기반산업의 터도 점차 닦일 것이다.
” 경제과학국의 손성도 경제정책과장은 산업구조 변화의 전망을 제시했다.
대형 할인점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재래시장이 위축되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전시의 재래시장은 모두 26개로, 3300개 점포가 이곳에 들어서 있다.
그동안 서민경제를 움직이던 재래시장은 백화점·할인점이 등장하고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낙후된 시설과 부족한 편의시설은 이용고객 감소로 이어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산자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방중소유통업 활성화 대책’에 따라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1단계 사업으로 중앙, 문창 등 5개 시장을 대상으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시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3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총 94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으며, 이중 행정자치부가 특별교부세 형식으로 3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2002년 대전시는 IT·BT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과, 중부권 교통요충지로 유통물류의 허브가 되겠다는 두가지 꿈을 꾸고 있다.
대덕밸리의 우산 속에 자리잡은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종합유통단지가 대전경제 활성화의 책무를 떠안은 가운데, 사업 진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대전 경제 발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벤처 아낌없이 지원하련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대덕밸리를 조성하기 위해 대전시는 5단계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창업, 자금, 기술, 판로, 인력지원이 그것이다.
창업지원은 대덕연구단지 내 창업보육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전시는 대학교와 연구소 등이 주축이 된 22개 센터 592개 보육실과 연계해 벤처닥터제, 창업스쿨 등을 운영하는 등 벤처기업 창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업체들이 성장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산관, 장영실관, 벤처영상관 등을 별도로 운영중이다.
또한 민간 투자로 건립된 벤처 집적시설 11곳에 입주한 벤처업체를 대상으로 임대료의 50%까지 자치단체에서 지원해준다.
이와 함께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업체들을 위해 6만3천평 규모의 협동화단지 6곳을 별도로 조성할 계획이며, 1단계로 4곳의 단지 조성이 완료돼 55개 기업이 입주했다.
자금지원을 위한 대덕밸리 벤처투자조합도 결성됐다.
2차에 걸쳐 4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 벤처투자조합은 대전에 본사나 공장이 있는 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지금까지 120억원을 투자했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최고 5%까지 자치단체에서 2차보전을 해주는 정책자금 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
기술지원은 10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해외특허출원지원과 신기술·신상품발표회로 나뉜다.
3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해외특허를 출원하려는 기업에 건당 1억원 범위 내에서 연 3%의 장기융자를 지원하면서, 관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 2회에 걸쳐 신기술과 신상품 발표회를 개최하고 자금지원 우선대상으로 선정한다는 게 기술지원사업의 핵심이다.
이밖에 벤처기업 제품의 인터넷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대전사이버마트’를 운영하고 군수관련 벤처기업을 위한 시장을 조성하고자 ‘국방마트’를 연 1회 개최하고 있다.
인력지원을 위한 사업으로 대덕밸리와 지역내 대졸 미취업자를 연계해 고용촉진을 강화하는 공동채용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62개 기관 33개 직종 866명을 대상으로 훈련비를 지원하는 고용촉진훈련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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