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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론] ⑥ 디지털 상품도 질이 경쟁력
[디지털경제론] ⑥ 디지털 상품도 질이 경쟁력
  • 윤기호(서강대 교수)
  • 승인 2001.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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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들, 선점효과 노리기보다 품질 개선 노력해야 디지털 경제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로 흔히 네트워크 효과가 지적되곤 한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디지털 경제에서는 승자독식(winner-take-all)의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된다.
또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것, 즉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트워크 효과는 실제로 인터넷을 포함한 IT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디지털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네트워크 효과가 승자독식 현상 및 선점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네트워크 효과에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와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각 소비자의 효용이 증가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전화나 경매 사이트 이용자 네트워크가 좋은 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이와 달리 시장중재적 효과인데, 어떤 제품의 사용자가 증가함으로써 그 제품의 보완재가 더 용이하게 제공되거나 또는 그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윈도우 사용자 네트워크가 커짐으로써 윈도우용 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그리고 더 싼 가격에 제공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 측면에서의 특징으로서, 이를 생산 측면에서의 특징과 혼동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수확체증의 법칙 또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는 경제학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을 때는 양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 효과로 인해 한 쪽으로의 급격한 쏠림(tipping)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에서 두 포털이 경쟁한다고 하자. 두 포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슷하다면,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 있는 포털에 가입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효과는 승자독식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승자독식은 사람들의 선호가 매우 유사하며 또한 두 포털 서비스의 질이 거의 같을 때에나 성립할 수 있는 현상이다.
제공하는 서비스에 차이가 있고, 또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서비스에 관심이 있을 때에는 둘 이상의 포털이 공존할 수 있다.
승자독식이 디지털 경제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최근에 리눅스가 윈도우에 대체적인 운영체제로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선점효과는 더욱더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물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은 마케팅이나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마치 전투에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쪽이 공격하는 쪽보다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전투에서 고지탈환이 일어나듯이, 기업간의 전쟁에서도 후발주자가 선점기업을 따라잡는 경우는 많으며 이는 디지털 경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진실이다.
선점효과에 대해서는 리보위츠(Liebowitz)와 마골리스(Margolis) 두 경제학자의 실증분석 결과가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을 대상으로 과연 시장을 선점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지켜나가는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미국 과 <바이트> 등 컴퓨터 전문잡지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소프트웨어 품질평가 결과치를 조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제품의 시장점유율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시장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누가 시장에 먼저 진입했느냐보다는 누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느냐가 디지털 경제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산업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우리나라 기업환경은 미국의 기업환경과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인터넷산업에 선점효과가 있는지는 반드시 한번 실증 분석해봐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적어도 위의 논의에 비추어볼 때, 현재 기업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쏟는 돈과 노력의 상당 부분을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쓰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기업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재미있게 구호로 표현하자면 ‘선점효과 믿지 말고 제품 품질 개선하자!’가 되겠다.
이상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품질이 비슷하고 소비자의 선호가 동질적인 경우에는 시장의 선점 및 초기의 시장전략이 중요할 수 있다.
특히 제품 특성상 전환비용이 있을 때, 즉 소비자가 한제품을 사용하다가 다른 제품을 사용하려고 할 때에 시간 및 금전상의 비용이 들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전환비용은 소비자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묶어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것을 잠금효과(lock-in effect)라고 부른다.
현재 인터넷에서 무료 e메일 계정이나 무료 홈페이지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잠금효과를 노린 시장선점 전략인 것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잠금효과가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항상 자신의 전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한 둘 이상의 공급자와 거래하면서 협상우위를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공급자는 자신 및 경쟁기업이 확보한 고객의 가치를 전환비용에 기반하여 정확히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광고 및 마케팅 전략 또는 인수합병 전략을 수립할 때 정확한 비용편익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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