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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역경제 현장을 가다(8)/ 충남
[기획]지역경제 현장을 가다(8)/ 충남
  • 충남=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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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제조업 대신 관광산업 육성 팔 걷어… 천안밸리 중심 중소·벤처 지원도

지난해 12월18~19일 이틀간 충남 안면도에서는 100여명의 시·군 공무원과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이 개최됐다.
매년 충남지역에서 개최되는 각종 지역축제의 성과와 문제점, 개선과제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역축제가 충남 도정에서 갖는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충청남도에서 개최된 지역축제는 모두 41건이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7개월 동안 개최된 크고작은 축제들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39억1천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6억3천만원을 제외한 32억8천만원이 중앙정부의 보조를 받은 자치단체 예산으로 집행됐다.
지역내 관광산업 육성에 자치단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충청남도의 올해 목표는 ‘환황해권 중추거점지역 구축’이다.
‘서해안지역을 아우르는 중심지’란 특성을 살려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대체하는 사업을 집중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충남이 선택한 사업은 ‘관광’과 ‘벤처육성’이다.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고 제조업 기반시설이 취약한 충청남도가 경제활성화의 돌파구로 관광산업을 선택한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말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충남지역은 수도권에서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편리한 교통환경을 갖췄다.
또한 올해 안에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동서간 연계를 위해 보령-조치원간 내륙철도인 충청선 철도를 건설한다.
또 경부선과 호남선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확충사업을 추진해 전국을 도내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충남도청 문화관광과 나창호 과장은 “그동안 서해안은 동해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지로 각광받지 못했다.
올해 안으로 사회적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하고, 풍부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험관광 이벤트와 올해 열리는 2002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대전월드컵 특수를 활용하면 관광객 유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광업 부흥 대표주자 ‘안면도꽃박람회’

올해 충청남도 관광산업 부흥의 대표주자는 ‘2002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다.
관람객 72만명 유치를 목표로 오는 4월26일부터 5월19일까지 24일간 안면도 꽃지지구에서 개최되는 이 박람회는 모두 283억원이 투입돼, 240평 규모로 치러지는 국제행사이다.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공인하는 국내 최초의 국제박람회인 이번 행사가 열리는 행사장은 2월말 현재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31개국 167개 기관 및 업체의 참가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충청남도는 더 나아가 안면도를 국제관광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청남도는 총 사업비 1조1190억원을 배정하고 지난 90년에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115만여평 규모의 관광지를 지정,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1단계로 공공기반시설 확충에 주력해 지금까지 1250억원을 들여 도로포장과 주차장 확보, 하수종합처리장 건설 등을 마쳤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향토축제도 눈에 띈다.
특히 올해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4대 축제를 중심으로 각종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이벤트성 축제를 연중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건양대학교 지진호 교수의 ‘지역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충남의 지역축제는 산업형 축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최 목적이 불분명한데다 봄·가을에 집중돼 있고 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없었다.
이 때문에 지역축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소비성 축제로 그치고 말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충청남도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상품을 육성하는 한편 ‘보는 관광’에서 ‘체험관광’으로 축제의 성격을 바꿔 관광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문화관광부에서 전국 최우수 축제로 3년 연속 지정된 금산인삼축제를 비롯해 보령머드축제, 한산모시문화제와 강경전통맛깔젓축제 등이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여기에 축제와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문화유산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대전월드컵 경기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지역축제 관광객으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1개 지역축제를 통해 얻은 경제적 효과는 10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충남도청은 분석하고 있다.



벤처 자금지원정책 가시적 성과 미비

‘천혜의 관광자원에 사회적 인프라를 추가해 서해안권 관광 중심지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충청남도의 계획이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데 비해, 자치단체가 역점을 두고 있는 벤처기업 육성 사업은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충청남도는 올해 ‘전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풍토 조성’이란 구호 아래 5대 분야 116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5대 분야중 하나로 충청남도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기술·인력·판로 등의 지원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이러한 충청남도의 밑그림은 98년 설립한 충남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충남테크노파크는 중부권의 강점으로 꼽히는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천안·아산시를 중심으로 조성된 정보기술(IT) 특화지구다.
충남도청은 도내 247개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육성과 발전을 위한 벤처요람으로 충남테크노파크 내에 5만6천평 규모의 ‘천안밸리’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1단계로 도로와 네트워크, 건물 설립 등 인프라 구축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창업단계인 벤처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육성하기 위한 창업보육센터와 창업단계를 벗어난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돕는 포스트BI 플랜트, 종합지원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입주업체가 8개에 머물고 있지만, 올해 8월께 창업보육센터와 포스트BI 플랜트가 완공되면 72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천안밸리 조성사업이 완성되는 2004년쯤이면 도내에서 추진중인 벤처기업 정착지원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전망이다.


충남도청 경제통상국 기업지원과의 조정휘 사무관은 “산업자원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연간 50억원, 30억원의 자금을 출연해 첨단과학단지 조성을 목표로 1단계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천안밸리에 투자하고 있다.
민간출연 자금을 포함해 2004년까지 모두 54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정책도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충청남도의 제조업체 현황을 보면 도내 4735개 업체 중 직원수 300명 이상의 대기업은 44개다.
대신 50명 이하의 소기업이 전체의 89.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청남도는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과 창업자금을 각각 1000억원, 2200억원 규모로 지원하는 한편 300억원의 벤처기업 지원자금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지원 정책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예산 중 자금실행률은 60~65%에 그치고 있다.
기업지원과의 조정휘 사무관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계획을 수립, 실시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도내 기업유치 사업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충청남도가 유치한 도내 기업은 총 632개로 2000년 대비 160%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초 충청남도가 발표한 도정설명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 투자규모는 1조7030억원으로, 1만2천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연간 133억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민간차원의 투자유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관광산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해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고 다양한 상품개발에 주력한 덕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구축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투자회수가 힘든 관광산업에 민간기업이 섣불리 뛰어들려 하지 않아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화관광과 나창호 과장은 “충남은 관광자원은 풍부하지만 숙박시설과 같은 기반시설이 약해 아직까지 경유관광지로 인식돼 있다.
호텔이나 골프장 등 건립기간이 길어 단기적인 투자회수가 어려운 시설은 민간투자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투자유치의 어려움을 말한다.


2002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와 같은 시기에 열리는 고양시 꽃박람회로 인해 자칫 관광객 유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4월24일부터 5월8일까지 15일 동안 개최되는 제10회 한국고양꽃전시회는 수도권 인접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충청남도는 ‘단순한 꽃 전시 차원이 아닌 AIPH 공인 대규모 종합박람회라는 점을 차별화시킬 계획이며,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문제도 해결돼 관람객 유치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밖에 10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장항·석문 국가산업단지 개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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