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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GDP증가, 청신호? 적신호?
[포커스] GDP증가, 청신호? 적신호?
  • 이상재(현대증권)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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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분기 성장률 호전 발표… 통계치 해석 놓고 증시 전문가들 논란 ‘팽팽’
경기바닥 논쟁이 다시 증시를 달구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22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3.7% 증가해, 지난해 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날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간담회’에서 “1분기 GDP가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하반기 경기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해 논쟁의 불을 지폈다.
주가가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GDP 논란을 꽤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가의 몇몇 투자전략가들은 한국은행 발표 직후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번에 발표된 국내총생산 통계치는 경기 급속회복의 신호탄” 또는 “증시에 드디어 파란불이 켜졌다”며 흥분했다.
그러나 몇몇은 “그 내용을 뜯어보면 수치가 좋아졌다고 무조건 좋아만 할 일이 아니며, 경제구조는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관론자들은 특히 1분기 GDP 발표에서 드러난 대외의존도 심화와 정보통신 분야로의 성장 집중을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했다.
미국 경기가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고 정보통신 부문 투자는 날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경제가 자칫 불안한 대외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장기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로 국내 소비·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내수도 그에 따라 회복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닷21>은 낙관론쪽에 서 있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의 논리와, 비관론쪽에 더 가까운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전민규 연구위원의 논리를 지상중계한다.
우려와 희망 가운데 어떤 쪽이 현실화할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적신호 논리| 대외의존도 더욱 심화… 걱정스런 성장 1분기 우리 경제는 성장률 측면에서만 보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은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3.7%에 이른 점은 애초 우려했던 것만큼 경기가 나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전분기 대비로도 0.3% 성장함으로써 지난해 4분기에 기록했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하여 외환위기 이후 줄곧 감소세만 지속해왔던 건설 부문이 미약하나마 증가세로 반전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건설업의 회복추세가 미약하기 때문에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난 1년여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기업부실 문제도 건설업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건설업의 회복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면에서는 부정적 내용들로 가득차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다음 세가지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성장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아직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화되고 있다.
수출은 소비, 투자와 더불어 국내총생산을 구성하는 지표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수출 증가가 전체 국내총생산 증가보다 훨씬 앞섰다.
이는 나머지 구성요소인 소비와 투자가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어 해외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 경우 성장 급락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둘째, 정보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
1분기 중 정보통신 산업이 전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기여율이 7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성장률 3.7% 중 2.6%포인트가 정보통신산업에 의한 것이며, 만약 정보통신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1%에 그쳤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치들은 우리 경제가 한가지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불길한 조짐도 보이고 있다.
즉,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정보통신 투자가 크게 위축되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산 제품에 대한 수요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 시일 안에 미국의 정보통신 투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셋째, 1분기 국내총생산 통계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의 국제가격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을 경우 성장기반이 크게 훼손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총생산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은 3.7%에 이르렀지만 이는 우리나라 주력 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단가 하락을 반영한 지표인 국내총소득(GDI)은 0.6% 증가에 그쳤다.
체감경기는 경제성장률보다 국내총소득이 더 잘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 사이의 이런 괴리는 반도체 등과 같은 주력 수출품목의 국제가격 하락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주력 수출품의 국제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다면, 체감경기 부진이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취약성이 당장 우리 경제를 침체로 몰고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
미국 경제가 4분기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소비자기대지수가 상승하는 등 소비 부문의 회복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주변여건 개선으로 추가 경기하락 우려를 씻어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경제나 정보통신 투자에 대한 낙관적인 예상이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한국 경기는 장기하강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우려가 크다.
이번만은 주변여건 개선으로 경기 하강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대외의존, 특정산업 의존은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곳에서 우리 경제를 한순간에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런 경제구조는 수십년간 지속돼온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개선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경기하강기에 또다시 심각한 침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내수 부문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전민규/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junmk@iflg.com 청신호 | 침체 장기화 우려 감소… 경기회복 가능성 실물경기의 수준이나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종합지수,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은행 등이 작성하는 경기실사지수(BSI),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국내총생산(GDP)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실질GDP가 실물경기를 판단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 중 전년동기 대비 3.7%, 전분기 대비로는 0.3%의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난해 4분기 중의 4.6% 성장에 비해서는 실질GDP 성장률의 하락추세가 이어졌지만, 하락속도가 둔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0.4% 하락에서 0.3% 상승으로 반전되었다는 점에서 급격한 경기침체를 우려하던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위안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중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높게 나타났으나,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1분기 중 실질GDP가 소비와 투자 등 국내수요의 회복이나 큰 폭의 수출증가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지난 98년과 비슷하게 수출 증가세는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감소해 이른바 순수출에 의지한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실질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는 올해 1분기 중 전년동기 대비 0.9% 증가에 머물러 지난해 4분기 중 3.2% 증가했던 것보다 크게 위축됐다.
또 한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에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중 8.8% 증가에서 올해 1분기에는 3.7% 감소로 반전됐다.
소비와 설비투자가 동시에 위축된 점은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성이나 활력이 둔화됐음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중에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3년간에 걸친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소폭 증가세로 반전됐으나, 주택보급률이 94%에 이르고 있고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 활성화도 힘들기 때문에 건설투자가 경기회복을 주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은 1분기 중 전년동기 대비 8.4% 증가하여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4분기의 전년동기 대비 16.4% 증가에 견주면 그 증가세가 크게 위축됐다.
특히 올해 3월 중 통관기준 수출이 9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감소로 반전된 데 이어, 4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9.3% 감소하여 수출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2분기에도 견조한 수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다행히 수입이 1분기 중 전년동기 대비 0.7%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나, 길게 보면 재고 감소에 따른 수입 감소는 경기회복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중 진행되고 있는 국내외 여건 변화를 보면 하반기, 늦어도 4분기 중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98년 이후 실물경기 회복은 미국경기 상승에 따른 수출증가에 기인했는데, 하반기 중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역사적으로 금리에 매우 민감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단행된 연방기금 금리 2.5%포인트 인하는 시차를 두고 하반기에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다.
둘째,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올해 1분기 중 크게 위축됐던 가계 소비나 기업의 설비투자를 하반기부터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들어 가계 소비심리와 기업의 체감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수출경기 회복 기대는 하반기 중 소비와 투자지출의 증가를 유도할 것이며, 이는 3분기 중 수출이 부진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늦어도 4분기부터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실질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되더라도 우리나라 수출 증가는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4분기 중 회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국내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한국 경제는 본격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올해 1분기 중 실질GDP 3.7% 성장은 일단 국내 경제주체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상반기 중 대내외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중 한국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된다.
이상재/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경제조사팀장 sangjae.le@hrcvi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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