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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PB시장 놓고 은행, 증권사들 한판 승부
관련기사1. PB시장 놓고 은행, 증권사들 한판 승부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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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PB시장 규모 80조원으로 성장...은행, 증권사간 경쟁 치열할 듯 “PB(프라이빗 뱅킹) 시장은 전세계 금융권에 남아 있는 유일한 황금시장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PB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UBS의 아더 드커틴스 이사는 앞으로 PB시장이 가장 역동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으로 아시아를 지목한다.
아시아 가운데서도 한국은 PB시장의 잠재력이 특히 큰 지역으로 손꼽힌다.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 PB시장의 잠재력을 3위로 평가한 바 있다.
맥킨지가 우리나라 PB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PB시장의 잠재적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다.
메릴린치가 2000년에 추정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PB 대상고객인 금융자산 100만달러 안팎의 부유층이 8만6천가구가 있고, 그들의 자산규모는 270조원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2001년 6월 현재 5억원 이상 계좌는 전체 정기예금 계좌 수의 0.1%에 지나지 않지만, 금액 기준으로 4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자산의 편중 현상은 IMF 사태 이후 가속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PB시장의 토양이 되는 고액의 자산가들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늘어난다는 것만으로 PB시장의 잠재력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고액 자산가들이 종합적인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PB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과거 은행 금리가 높았을 때는 거액의 금융자산이 대부분 은행 예금에 집중됐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만으로도 10% 이상의 이자 수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거액 자산가들도 수익성 높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주목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일반인이 수천개에 달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효과적인 자산운용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발 앞서가는 은행권 수요가 확대되면 그에 맞는 서비스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PB사업 확대 열풍이 불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PB시장 선점에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곳은 은행이라고 평가한다.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서도 고액자산가들의 비중이 높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PB영업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IMF 이전부터 VIP고객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하나은행은 보람은행 시절인 1994년부터 VIP프로그램의 일환으로 PB영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PB영업점 운영과 인력 부문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
현재 하나은행은 PB영업만 전담하는 13개 PB센터와 일반 영업점 내에 별도로 설치한 50개의 PB영업점을 갖추고 있다.
또 80여명의 직원을 PB(프라이빗 뱅커)로 발령내고 고액자산가들을 집중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PB 1인당 평균 150~200명의 고객을 상대로 15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돌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PB점포를 20개 정도 늘리고 PB요원 충원을 위해 ‘예비 PB제도’를 운영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능력을 갖춘 PB를 적극 선발할 계획이다.
기존의 PB영업 대상 고객들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까지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PB지원팀 김성엽 차장은 “금융자산 규모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며 “1~3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사실상 PB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10억원 이상의 고객은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하나은행은 2월20일 선진국형 PB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골드클럽’을 출범시켰다.
하나골드클럽은 5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은행, 증권, 보험, 투신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 세무 컨설팅, 골동품 구입 등 자산운용과 관련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을지로 본점과 선릉점 2개 점포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작한 뒤 향후 2~3개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하나은행과 비슷한 시기인 95년부터 PB영업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주로 고액 계좌가 많은 영업지점을 중심으로 VIP 고객관리 차원에서 9개의 PB점포를 설치했다.
하지만 99년부터 신한은행의 VIP 고객관리의 중심은 PB점포에서 일반 영업점포에 설치된 VIP 코너로 옮겨졌다.
신한은행은 올해 안에 전국 240개 점포에 VIP 코너를 설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VIP 고객관리는 프라이빗 뱅킹이라기보다는 퍼스널 뱅킹(개인금융)이라고 설명한다.
프라이빗뱅킹팀 이흥섭 팀장은 “국내 은행에서 PB영업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선진국 은행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VIP 마케팅 혹은 퍼스널 뱅킹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실제 91년 우리나라 최초로 VIP 마케팅을 실시한 시티은행은 현재 2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을 대상으로 ‘시티골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티은행 관계자는 “시티골드는 일대일 서비스라는 점에서 퍼스널 뱅킹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한편 시티그룹은 미국, 홍콩 등지에서 100만달러 이상을 맡긴 고객을 대상으로 PBG(프라이빗 뱅킹 그룹)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7월 가칭 ‘VIP멤버스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PB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타깃으로 강남지역에 특화 점포를 준비하고 있다.
이흥섭 팀장은 “퍼스널 뱅킹이 1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과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프라이빗 뱅킹은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운영과 관련된 총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팀장은 “금액 기준을 10억원으로 잡은 것은 PB서비스의 수요는 1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은행에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PB를 양산하고 동시에 세무사, 변호사, 골동품감정사 등 고객에게 필요한 컨설팅을 해주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야 한다”며 “자산과 관련된 총체적인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의미의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실시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PB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1억원 이상 예금고객수가 10만~12만명으로, 2만~8만명 정도인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많다.
국내 은행 가운데 PB영업을 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합병 후 소매금융 분야에서 30~50%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PB영업 부문은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보다 뒤떨어진다.
국민은행 전략기획팀 이상원 차장은 “국민은행도 향후 최대의 수익원으로 부상할 PB분야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힌다.
국민은행은 PB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해외 금융회사와 브랜드와 상품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이 차장은 “올해 중 PB영업을 위한 전담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국민은행 PB영업의 주 타깃은 3억~10억원 정도를 예금한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 우량 은행들이 PB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PB사업이 향후 최대 수익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김성엽 차장은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마진율이 0.2~0.3%에 불과해서 1억원의 자금을 돌려도 1년 수익이 20~30만원 정도”라고 말한다.
또 김 차장은 “작년 은행 수익구조 개선에 효자 노릇을 한 가계대출과 카드 부문도 곧 포화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은행권에서는 PB가 은행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도 하나은행의 경우 1억원 이상을 예금한 VIP 고객이 은행 수신 수익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 한편 증권사들의 PB시장 진출 욕구는 은행보다 더 절실하다.
증권사의 불안정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현재 삼성, 현대, 대우 등 주요 증권사의 수익 중 60~70%는 증권 수수료 수입이다.
올해 상반기처럼 증시가 뜨면서 주식거래가 활발할 때는 많은 수익을 올리지만 증시가 좋지 않은 시기에서는 수익이 급격히 떨어진다.
더구나 사이버거래가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PB영업의 경우 일정한 규모의 자산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 수익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PB영업은 금융상품을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예탁 자산의 규모에 따라 일정한 비율의 관리비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증권사로서는 증시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증권사 가운데 PB영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의 자산관리영업 수탁고는 22조원이 넘으며, 특히 가입금액 1억원 이상인 ‘fn아너스클럽’은 10개월 만에 수탁고가 1조5천억원에 육박했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강남, 청담동, 압구정동, 광화문 등 4곳에 수탁자산 5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삼성증권 fn아너스클럽’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2000년 3월부터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현대증권 리치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리치그룹은 가입 조건은 까다롭지 않지만 고객 1인당 평균 예탁금은 10억원이 넘는다.
대우증권, LG증권도 각각 ‘씨저스클래스’, ‘골드넷멤버스’라는 PB영업점을 개설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01년 한국의 PB시장 규모는 1조원에 불과하지만 2005년까지 운용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약 8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BCG는 “보수적으로 예측하더라도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PB 잠재고객의 자산규모가 연평균 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융권에서는 황금시장을 놓고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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