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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주식투자 심리전에서 승리하기
[재테크] 주식투자 심리전에서 승리하기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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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큰손들은 시장의 군중심리 역이용… 분위기 타지 않는 소신파가 돈번다 지난해 9월 추석연휴, 오랜만에 만난 일가친척들은 술자리 안주로 주식투자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미국 테러 직후 주가가 급락한 것에 분개하고 주가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데 공감하면서 주식 투자의 도박성과 폐해를 오징어 다리 씹듯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470포인트대에 머물러 있었다.
올해 2월 설연휴에 다시 모였을 때, 이들은 주식의 ‘주’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들 손 털고 나와 관심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3월초, 종합주가지수가 840포인트를 넘어가자 친척과 지인들의 질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2천만원 대출 받아 주식투자를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무슨 종목이 좋을까?” “펀드에 가입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하지만 난다긴다 하는 투자가, 전문가들도 수십가지 경제지표와 차트를 참고하면서 살얼음 걷듯 움직이고 있는 지금 같은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투자 지망생을 밀어넣는 것은 참 불안한 일이다.
주가가 기술적 저항선들을 무시하고 하루가 다르게 마구 올라가고 있는 이런 장에선 어느 누구라도 내일의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
이럴 때 주식 전문가들은 유명한 증권가 격언 하나를 인용한다.
“시세는 시세한테 물어보세요.” 개미는 왜 항상 ‘꼭지’만 잡나? 이 말은 결코 대답을 교묘하게 회피하려 내놓는 변명이 아니다.
주가에는 거시경제, 산업 성장성, 기업 내재가치 등 객관적 변수뿐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개입한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혼자냐 여럿이냐, 배부르냐 배고프냐 하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제각각 다른 심리와 행태를 보인다.
그런 사람이 수천, 수만명이 모여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런데 수만, 수십만의 사람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공통 패턴이 나타난다.
의심, 탐욕, 공포, 혐오같이 감정의 아주 기본적인 요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고급 양복을 입었을 땐 세상에서 제일 가는 신사였던 사람이 예비군복을 입고 예비군들 속에 묻히면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거나 노상 방뇨를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주가가 천천히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과연 이것이 대세상승장일까” 의심을 품고 심사숙고한다.
그래도 주가가 견조하게 올라가면 차차 사람들은 대세상승쪽으로 마음을 바꿔먹는다.
거래량과 주식 소유자, 즉 시장 참여자 수는 점점 더 많아진다.
주가의 월봉 그래프가 5, 6개월 연속 양봉을 그리면서 본격적으로 상승장을 타면 사람들은 대세상승을 확신한다.
거래량와 주식 소유자는 폭증하고 현금은 주식으로 전환된다.
주가가 꼭지점에 다다르면 낙관적인 장기 예측이 쏟아져나온다.
사람들은 올라가는 주가를 보면서 “이번 상승장은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고 주식시장은 높은 주가를 정당화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수익모델이 지배한다.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 집단최면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수요-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주식을 팔려고 내놔도 더이상 팔리지 않는 상태가 온다.
시장 참여자들은 공황상태, 패닉에 빠져 더욱더 많은 주식을 내놓는다.
주가는 폭락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가에 두려움을 느끼며 매도물량을 쏟아놓는다.
순식간에 주저앉은 주가가 바닥에 이르면 사람들은 이제 주식의 ‘주’자에도 진저리를 치며 “더이상은 희망이 없다”고 외면한다.
대중심리와 주가의 시소게임은 계속된다.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주식시장이 처음 생겼을 때도 그랬다고 하니 참 기묘한 게임이다.
일반대중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주가는 튀어올라가고 주가가 떨어지면 일반대중은 시장 바깥으로 튀어나간다.
주식시장의 집단 히스테리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시장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뉴욕 증시에서, 20세기 말 한국의 코스닥에서 반복해 나타났다.
이때 대중은 65달러하던 튤립 줄기를 800달러에, 10달러하던 제너럴일렉트릭 주식을 200달러에, 1천원하던 골드뱅크 주식을 3만원에 사고도 싸게 샀다고 기뻐하곤 했다.
17년 동안 세번의 주가순환을 지켜본 대신경제연구소 장석희 사이버연구실장은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가장 큰 특징은 망각”이라고 말한다.
설사 과거의 과오를 기억하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다.
사람들이 같은 오류를 한두번도 아니고 수없이 반복하는 데 대해 프랑스의 군중심리학자 구스타프 르봉은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과거의 지혜보다도 오히려 그때그때의 기분에 크게 영향을 받을 뿐이다.
”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인 인간이 집단을 이룰 때엔 특이한 집단사고와 군중심리를 보인다.
“개인이 군중으로 변하면 사람은 각자 고립된 상태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향, 즉 집단사고에 빠지게 된다.
군중 속의 개별 구성원은 만약 혼자 있게 되면 더 많은 수의 사람들 속으로 구속되려고 하는 강한 본능을 느끼게 된다.
” 그러나 전문투자가 등 소위 ‘큰손’들은 다르다.
그들은 본능적 ‘고립감’을 거스른다.
남들이 희망을 잃고 주가 상승을 불신할 때 이들은 희망을 걸고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이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슬며시 시장으로 들어오고 주가가 올라가면 잽싸게 시장 바깥으로 튀어나간다.
그들은 주가를 따라 움직인다.
그들은 시장이 어떤 사람들 손에 있는가, 시장 참여자 수는 어떠한가를 보고 투자 타이밍을 잡는다.
고립감, 두려워할 것 없다 70여년 경력의 전설적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시장이 소신파 투자가의 수중에 있을 때 주식을 산다.
이때 좋은 소식은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지만 나쁜 소식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이 군중심리에 부화뇌동하는 다수 대중의 손으로 넘어가면 반응은 거꾸로 나타난다.
나쁜 소식에는 화들짝 놀라 주식을 팔고 좋은 소식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군중심리를 지켜보며 투자하는 소신파 투자가들은 한번 투자에 큰 돈을 버는 대박투자가들이 대부분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미국 테러가 터지고 나서 사흘 뒤 삼성전자 주식을 1억원어치 샀다.
그의 투자원칙은 딱 세가지이다.
첫째, 절대 남의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주가가 대출받은 원금 아래로 떨어지면 마음이 조급해져 후회할 판단을 내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란다.
둘째, 1등 기업 주식만 산다.
1등 기업의 주가는 지금은 싸더라도 언젠가는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란다.
셋째, 주식매매는 1년에 두세번 이상 하지 않는다.
그는 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주식을 사지 않고 장이 완전히 뜨지 않으면 주식을 팔지 않는다.
이 원칙으로 그는 지난해 9월에서 올해 초까지 1억원으로 1억5천만원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일부 소신파 투자가는 지금 이미 시장 바깥에 나가 있다.
한발 떨어져서 대중의 투자심리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들고 있는 주식은 기껏해야 잘나가는 장외주식 정도이다.
투자경력 6년의 한 직장인은 국세청이 조세 투명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 장려 정책을 펴는 것을 보고 장외시장에서 삼성카드 주식을 5천만원어치 샀다.
아파트를 구입하느라 여윳돈이 없어서 더 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세배 가까이 오른 주가를 보면 저절로 입이 벌어진단다.
그는 삼성카드 주가가 10만원 정도 되면 모두 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지난해 미 테러 직후 매수했던 다른 주식들은 다 매도한 상태다.
그러면 지금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면 남 좋은 일만 하고 쪽박을 차게 되는 걸까? 이제 일반 대중한테 돌아올 과실은 없는 걸까? 투자고수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아직은 시장 참여자들이 투기적으로 주식에 매혹되는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은 대세상승에 대한 신념, 희망과 더불어 추가상승에 대한 의구심과 망설임이 뒤섞여 있다.
그러면서 시중자금은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수급과 투자심리로 보건대 상승기의 초입을 약간 지나 상승중기를 향해 가고 있는 셈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로 보면 시장은 열심히 상승운동을 하고 있다.
시장참여자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지금 주식을 들고 있는 시장 참여자들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 테러 뒤 주가가 바닥을 찍은 지난 9월24일부터 올해 3월6일까지 외국인은 증권거래소에서 3조3675억원을, 코스닥에서 1조1938억원을, 선물시장에서 1조4118억원을 순매수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증권거래소에서 7746억원, 선물시장에서 1646억원을 순매수했고, 보험은 선물시장에서만 3052억원, 개인은 코스닥에서만 125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금액이 압도적으로 크다.
소신파 투자가들의 손에 있는 이런 장은 상승 여력이 더 있다.
투자가들 사이에 ‘미스터 문’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전문투자가 문양호 인포션 대표는 “매수가 부담스러워 보이는 지수 830포인트대 이상에서 외국인들이 계속 매수를 하고 있다”면서 “상승장이 조금 더 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개인이 파는 물량을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받아주는 것은 상승신호라는 것이다.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들이 조정을 두려워해 주춤거리는 동안 계속 매수했다.
문 대표는 “외국인이 주가 목표치를 좀더 높은 곳에 두고 있는 모양”이라면서 “적어도 800대는 외국인의 목표치가 아니다”고 내다본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이 강한 매수세를 유지하자 사채시장의 ‘큰손’들도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심리게임에 자신없다면 시장 떠나라 상승장의 신호는 선물시장에서도 보인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서 상승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시장에 강한 상승세가 나타날 때 현물주식과 선물을 동시에 사들였다.
지수가 약간 주춤하면 현물을 팔면서 선물, 즉 미래의 지수를 산다.
기관 투자가들이 일정 수익률을 올리도록 프로그래밍한 프로그램에 매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프로그램은 매수에 들어가고 외국인이 내놓은 현물을 소화한다.
반대로 현물을 사고 싶을 때 외국인은 선물을 팔면서 현물을 사들인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매매를 하는 기관 투자가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일정 수익률을 올리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돈을 잃는 것은 부화뇌동하는 대중들뿐이다.
주식시장, 특히 지금처럼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시장 참여자 수가 많아지고 심리게임이 복잡해지는 장에서는 공부하는 투자자가 돈을 번다.
이제부터는 좋은 실적을 올리는 기업을 먼저 찾아내 주가가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들고 있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지금 같은 실적장세에선 실적이 좋은 기업, 주가가 오른 기업이 더 오른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 사이의 심리전을 일일이 따지고 계산하기가 어렵고 머리가 아픈가? 그렇다면 주식투자나 재테크에 머리를 쓸 시간에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것이 낫다.
연봉 5억원을 받는 한 외국계 보험사의 영업이사는 주식투자를 비롯해 어떤 재테크도 하지 않는다.
재테크에 머리를 쓸 시간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을 구상하는 게 더 큰 투자이기 때문이다.

심리 투자가 지망생들의 필독서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미래의 창 펴냄 <주식투자는 심리전쟁> D.N.드레만 지음, 증권서적출판부 펴냄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심리의 법칙> 이철우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주가학 원론> 정의석 지음, 무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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