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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중국 부동산 투자 바람
[커버스토리] 중국 부동산 투자 바람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2.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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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우물 안 개구리식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중국 시장은 독이 든 사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맛보고 싶은 유혹에 빨려든다.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중국에 발을 담그지 않는 것은 왠지 수영을 못해 개울 앞에서 옷을 벗지 못하는 아이의 부끄러움 같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은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보따리 장사에서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너나없이 앞다퉈 중국으로 달려가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국내 기업들도 뒷짐만 지고 앉아 있을 수 없다.
대형 건설회사는 물론이고 건자재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건설과 관련한 기업들이 중국으로 달음박질하고 있다.
1970~80년대 강남 개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기억하고 있는 중소 건설회사들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은행이나 보험회사들도 부동산을 발판 삼아 중국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섰다.
아직 성적을 내기는 이르지만, 이들은 중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부동산 투자 열풍은 아주 간단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과 베이징 올림픽 등으로 부동산 수요가 폭증할 것이고 자연스레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발자나 건설회사 입장에선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고, 개발 뒤 세를 놓아도 짭짤한 임대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참 부동산 시세가 치솟고 있어 투자수익률이 20~30%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



대우건설 다롄에 콘도 지을 예정

중국 부동산 진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으로는 대우건설을 꼽을 수 있다.
대우건설은 베이징 올림픽 때 골프 시범경기가 열리는 다롄에 콘도 150세대를 짓기로 결정하고 이미 부지 선정까지 끝낸 상태다.
현재 중국에는 상류층을 위한 별장만 있을 뿐 ‘콘도’라는 개념은 아직 없다.
대우는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레저에 대한 일반인들의 욕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병욱 해외사업팀 이사는 “서민형 콘도를 지을지, 고급형 콘도를 지을지만 결정하면 된다”고 말한다.


대우건설은 이 외에도 베이징 근처에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 빌라 개발에 나섰다.
시장 구매력이 있는 부유층을 집중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70~100평 규모의 고급 빌라 400~500세대를 짓기 위한 부지 선정작업을 마쳤다.


사실 대우건설만큼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기업은 없었다.
대우건설은 94년 베이징 조양구에 켐핀스키호텔을 완공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대우 몰락’으로 해외자산 매각 방침이 결정돼 지금은 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투자규모가 크고 자금회수 기간이 긴 대형 건축물 대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상품 개발에만 집중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대우는 탄탄한 중국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도로나 공장 등 주로 중국 정부와 외국계 기업의 수주 공사에만 치중해왔던 삼성물산 건설사업부문은 최근 들어 주택부문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종의 중국 건설부문의 사업 다각화인 셈이다.
삼성이 전략 변화를 모색한 것은 최근 중국 정부의 발표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2005년까지 중국 전역에 사이버 아파트 2천만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이버 아파트에 관한 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4~5월에 시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은 93년부터 진행해온 LCD 공장이나 반도체 공장, 제약 공장 등 하이테크 건설시장에 특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은데다, 삼성전자의 첨단 이미지를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석유화학 공장이나 외국계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할인마트는 삼성의 새로운 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중국 부동산과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교보생명이나 한빛은행 등 금융권 기업들도 만리장성 공략 채비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들 금융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직접적 부동산 투자는 아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열기는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교보생명은 지난 2월27일 권경현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 내국인 전용 주거단지 등을 돌아보고 왔다.
3월13일에도 임원 16명이 시장 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국내에서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적극 참여했던 교보생명은 중국에서도 엇비슷한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중국에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교보생명의 궁극적 목적이 ‘중국 보험업 진출’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재 중국 시장에 들어가 있는 국내 보험회사는 삼성화재 하나뿐이다.
교보생명은 아직도 1국1사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보험시장을 우회로를 통해 공략해보겠다는 심산이다.



교보생명, 한빛은행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획

지난해 7월 직원 7명으로 중국팀을 꾸린 한빛은행도 국내 기업의 중국 부동산 열기를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진출 기업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대신 융자를 통해 예대마진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빛은행도 조만간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빛은행 김범수 중국팀장은 “2~3년 안에 수익성이 검증되면 금융권이나 개발회사들이 리츠나 부동산신탁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실이 가는 곳에 바늘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개발은 사실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개발이 시작되면 건자재나 인테리어 등이 자연스레 따라붙기 때문이다.
국내 건자재 회사들이나 인테리어 회사들이 가슴을 설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2위의 인테리어 업체인 풍진아이디는 지난해부터 시안 풍엽 신도시 아파트 109세대의 인테리어를 시공하는 등 주택부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금은 국내 부동산 개발회사인 ‘SR개발’과 손잡고 선양시 훈남신구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다.
풍진아이디는 올해 들어 두달 동안 수주한 공사만 따져도 2천만위안(약 3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밝힌다.
풍진아이디 관계자는 “특히 1㎡당 5천위안(약 75만원) 이상의 중·고급 주택 시장의 전망이 밝아 매출이 급신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95년부터 중국의 외국인 전용 고급 아파트에 부엌가구를 공급해온 한샘키친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건자재 시장에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한샘키친은 무엇보다 중국 현지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산 건자재가 워낙 저가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던 기존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샘쪽은 또한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 음식의 특성을 고려해 부엌에 고성능 후드를 장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박석준 상무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중국 시장뿐 아니라 한샘의 수출 대상국 전체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투자에서 개발을 빼놓을 수가 없다.
부동산 개발은 부동산 투자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도착점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금융조달과 관리를 담당하는 개발 분야와 건설만을 담담하는 시공 분야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다.
개발사들은 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권을 얻어 시공사에 건설을 맡기고 매매차익이나 임대수입을 얻는다.
중국의 인건비가 워낙 싸기 때문에 한국 기업으로서는 시공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
대신 개발자로 나서 중국의 시공사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게 일반적인 중국 시장 공략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중소 부동산 개발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베이징과 상하이는 물론, 선양, 청두 등 주택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쉴새없이 돌아다닌다.
시장조사와 부지물색이 곧 부동산 개발의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개발상들은 중국의 최근 부동산 환경이 한국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토지 사용권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이 한국의 절반밖에 안 될 정도로 싸다.
대출이자율도 국내보다 훨씬 낮다.
중국인민은행의 고시금리는 5.31%이지만 위아래로 30%의 가감이 있다.
조달금리 싸움에서만 이긴다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집 마련 열풍과 부유층들의 재테크 마인드가 강해지면서 아파트 미분양률도 2.5%에 지나지 않는다.



개발상들 “중국 부동산 환경 우호적”

국내 부동산 개발회사인 SR개발은 중국 선양시 훈남신구에 신규 아파트 5154세대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양시가 랴오허강 남쪽에 대규모 IT 산업단지와 최신식 주거단지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 이 회사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SR개발은 이 지역 10만평을 선양시로부터 50년간 장기 임대받아 내년 초에 1차로 1200세대를 분양할 예정이다.
안교정 전무는 “서울에서는 80%가 분양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만, 선양에선 현지 땅값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53%만 분양돼도 개발이익이 남는다”고 말한다.


국내 중견 개발회사인 CKMG도 베이징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부터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왕진’ 지역에 1460세대의 고층아파트를 짓는다.
CKMG는 중국인들이 소음에 민감한 점을 고려해 철저한 방음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양재완 사장은 “왕진 지역은 88올림픽 때 강남에 불었던 부동산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사실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부동산 관련 기업은 수도 없이 많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라면 한두번쯤은 중국 진출을 생각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진출을 했거나 진출을 준비중인 기업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수익성과 시장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계속 뒷덜미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중인 수많은 기업들이 선도 기업들의 발걸음을 한편으로는 불안감으로, 다른 한편으로 기대감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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