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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늘려야 경제 산다”
[호주] “이민 늘려야 경제 산다”
  • 시드니=권기정 통신원
  • 승인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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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서미트’서 인구 수혈론 논란… 성장 위해선 노동력 확충·자본 유치 필수 호주의 경제성장을 위해선 인구증가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일명 ‘인구 수혈론’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호주 사회가 떠들썩하다.
한편에선 인구증가를 통해 기본 규모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호주 경제의 살 길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인구 증가정책이 자칫 이민쿼터를 늘리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인구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2분10초 간격으로 아이 한명이 태어나고 사망자는 3분55초 만에 한명꼴이며 5분50초 만에 새로운 이민자가 호주 인구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출생과 사망이라는 자연적 인구 증감과 이민자 유입을 모두 감안하면 호주 인구는 2분38초 간격으로 한명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말 현재 호주 인구는 총 1951만7155명으로 2004년쯤에야 2천만명을 돌파하고 향후 반세기 후인 2051년에야 2500만명 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인구학자들은 물론 산업계에서는 현재의 인구 증가율이 호주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마침 최근 열린 정계와 재계, 학계 등 각계 각층을 대표한 500여 인사들이 참가한 ‘2002 호주 인구 서미트’(Population Summit)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불거져나왔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2002 호주 인구 서미트’는 인구문제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인구 논쟁’에 기폭제가 된 셈이다.
일부 인구문제 전문가들은 유아 한명당 매주 120달러 안팎으로 정해져 있는 현행 육아 수당과 6살 이하 어린아이 한명당 주간 170달러 안팎으로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유아원 보조금’ 등을 큰 폭으로 늘리는 것을 유력한 인구증가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경제적 유인을 통해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펴자는 논리이다.
이와는 달리 많은 경제학자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출산장려정책보다는 비용대비 효과가 빠른 시간 안에 나타나는 ‘이민자 인구 수혈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민자 유입은 고용 창출과 주택 경기 활성화에 필요조건이라는 것이 이들 경제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번 ‘인구 서미트’에서 경제학자들은 이민자 한명이 호주 경제에 지출하는 기본 정착비가 1만5천달러나 되고 이민자 10명이 들어오면 호주 경제에 11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 유입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극히 드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현재 2%대인 연간 국내 총생산량(GDP) 증가율을 4%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외자본의 유치가 필수적이고, 이는 곧 이민과 연계시켜서 풀어야 할 숙제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정책을 통해 노동 인구와 해외자본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이민 쿼터 증가를 통한 인구 증가론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필립 러독 이민성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인구 증가를 위해 더 많은 이민을 받아들이라는 산업계의 요구에 대해 “현재의 이민 쿼터와 난민 쿼터를 늘릴 계획이 없음”을 못박았다.
이같은 정부의 이민정책은 특히 현 자유당 하워드 정부의 정치적 색깔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 노동당 출신의 폴 키팅 총리 집권 시절만 해도 이민자 유입을 통한 양적인 인구 성장만이 호주 경제의 살길이라는 시각이 정부의 주요 모토로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상당한 규모로 이민자가 유입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보수 중간층에 기반을 둔 자유당의 하워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민자 유입을 통해 부족한 경제인구를 메우는 실리적 입장보다는 호주 중산층의 배타적인 명분주의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호주에서 인구 문제가 경제 발전과 맞물려 논쟁을 불러일으킨 첫 사례는 이미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46년 당시 호주 인구는 고작 750만명으로 그 당시 총리였던 벤 치플리는 “호주의 경제발전과 국방을 위해 인구 증가는 필수적”이라고 선언하면서 “호주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2000년까지 호주 인구를 최소 2천만명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치플리의 이같은 전망은 지금에 와서 비교적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호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현재의 인구가 과연 얼마만큼 어떤 방법으로 채워질지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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