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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역경제 현장을 가다 - 강원도
[기획]지역경제 현장을 가다 - 강원도
  • 강원=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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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총면적 대비 16.7%(2위), 전국 총생산 대비 2.7%(13위), 재정자립도 32.4%(13위). 강원도 지역경제의 현재를 냉정하게 말해주는 각종 수치들이다.
그럼에도 강원도 지역경제의 미래를 밝게 바라보는 목소리들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특히나 올해 들어 지역경제가 부쩍 나아지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적어도 주요 경제지표만을 놓고 살펴보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흔적들은 쉽게 발견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지역경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해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각각 확장, 개통된 것을 계기로 관광객 유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비금속광물인 시멘트산업이 수도권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비수기임에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쌍용양회, 현대시멘트 등 도내 주요 업체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건축허가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도내 건설업의 호황도 눈에 띈다.
도내 건축허가면적은 지난해 7월 이후 300%나 늘어나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 선행지수가 통상 6개월 후의 경기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의료전문 벤처기업 메디슨의 부도 여파로 원주, 홍천에 자리잡은 상당수 의료기기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제조업 분야의 전반적인 회복세를 되돌려놓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만도기계 등 도내 주요업체들의 매출도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의 지표들이 강원도 지역경제를 특징짓는 구조적 조건을 온전히 가려줄 수 없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홍경식 한국은행 강원본부 기획조사과장은 “강원도 지역경제를 언급할 때는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특이하게 높다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2000년 기준으로 강원지역의 1인당 소득(868만원)은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9개도 가운데 최하위인 반면, 1인당 소비지출(617만원)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전국 평균 및 8개도(강원도 제외)에서는 총소득 가운데 가계소비 비중이 계속 감소하는 데 반해, 강원지역에서는 소비지출이 지역내총소득(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말은 곧 강원도 지역경제에서 지속적인 축적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재화와 서비스 ‘수입(=이입)’이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이출)’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달리 말하자면 강원도 내에서 발생한 매출은 강원도 내에서 축적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타지역의 소득으로 이전되고 있는 셈이다.


이 점에서 강원도 내 지역경제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의미도 새롭게 되새겨볼 만하다.
홍경식 과장은 “관광산업의 매출은 수입이 아닌 수출항목에 속하는데도 지역경제 전체적으로 수입이 월등하게 많다는 얘기는 곧 관광산업의 실질적 연관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여타 제조업 기반이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잘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강원발전연구원이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 1인당 관광비용 구성을 조사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음식비나 기타 특산물 구입비 항목보다는 결국 타지역 소득으로 귀속되는 항목(교통비, 콘도 숙박비, 대형 할인매점 쇼핑비 등) 구성이 월등하게 높은 걸 알 수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자랑하는 강원도가 전국에서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뜻밖의 사실은 강원도 관광산업의 이면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례이다.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폐광지역에 들어선 강원랜드 역시 아직까지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지노 시설 등 새로운 관광 인프라 구축이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지역경제 차원의 안정적 소득원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유통부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내 주요 내구재 소비는 크게 늘었지만 그 혜택은 주로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둔 대형 유통업체의 몫이며,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상권은 크게 위축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춘천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잡담만을 나누고 있을 뿐, 하나같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걸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는 한 상인은 “인근에 자리잡은 미도파, LG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상권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며 “어차피 번 돈은 다음날 모두 서울로 가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사실은 결국 강원도 내에 연관효과가 큰 산업부문이 자리잡고 있지 못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차별화, 특화한 관광산업 육성, 고부가가치 산업분야 육성 등을 강원도 지역경제의 대안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강원발전연구원 최승업 박사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청정산업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원도가 장기 발전전략으로 마련한 ‘3각 테크노밸리 프로젝트’는 그 좋은 예이다.


3각 테크노밸리 프로젝트란 춘천-강릉-원주를 잇는 3각을 거점으로 21세기형 지식기반산업인 생물·애니메이션·멀티미디어(춘천), 의료기기산업(원주), 해양생물산업(강릉)을 집중 육성하자는 계획을 말한다.
춘천시 후평동에는 바이오타운을 조성해 바이오산업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의 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 가장 앞선 지난 97년부터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이곳 바이오타운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는 이미 상품화에 성공해 코스닥에 등록한 BT(생명공학) 업체도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조성된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는 지역 내 산·학·연을 연결하는 구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지난해 3천만달러 이상 수출실적을 기록한 신생업체가 등장했으며, 이미 상당한 정도로 산업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강릉시 사천면 과학산업단지에는 해양생물산업 지원센터와 해양생물자원 파이롯 플랜트가 들어설 예정인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3각 테크노밸리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원도청 지식정보기획관실 이복수 팀장은 “최소한 10년은 지나야 본격적 투자성과가 나타나는 지식기반산업의 특성상 지속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고급인력을 유치하는 데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 이후 본격적 마케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는다.


과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당시 경제개발의 발전축으로부터 벗어나 있었고 수도권 상수원 보호지역에 묶여 이렇다 할 제조업 기반을 육성하지 못했던 강원도는 일찍부터 바이오산업 등 지식기반형 청정산업에 눈을 돌린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너도나도 BT산업에 뛰어드는 현실에서 제한된 정부재원을 타지역과 나눠가질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강원도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상당히 크다.
이복수 팀장은 “후발지역에 추월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충실해 강원도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로망, 정보망 등 주요 사회간접시설 기반이 아직 미약한 것도 강원도 지역경제의 앞날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최근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원주, 홍성, 홍천지역 등에 입주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달 개항하는 양양국제공항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서울-춘천-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전철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 경제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발전연구원 최승업 박사는 “지역 내 고정수요만으로는 절대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그 성패는 결국 동남아, 일본 등 타깃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장기적 관점에서 차별화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뷰| 강원도 투자유치기획단 함영기 단장
외자 유치 속속 성과 거둬

* 투자유치 현황은? 강원도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대체에너지 개발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이 분야에서는 독일 합작법인이 설립돼 있다.
천연가스자동차 합작법인이 올해 6월 춘천에 설립될 예정이다.
동서고속전철 춘천-속초 구간 건설에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싱가포르 회사와 현재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밖에 설악 테마파크 내 경전철 건설사업도 캐나다 업체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도시자를 단장으로 한 강원도 대표단이 미국에 방문해 화천 간동명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외자 10억 달러를 유치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 투자유치 과정에서 주로 겪는 어려움은? 전통적 제조업부문과는 달리 관광산업이나 지식기반산업부문에서는 자본회수 기간이 너무 길다.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기다려야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선뜻 투자를 꺼려한다.
* 정부에 바라는 점은? 외국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게 세계적으로 공신력있는 기관이 내놓은 사업성 검토보고서다.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맡기자면 건당 최소한 2억은 들어가는데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현재 정부가 컨설팅 용역비를 지원하고 있는 게 1년에 전국적으로 4건에 불과한데 최소한 10개 정도로 늘려 광역단체당 1개씩은 혜택이 돌아가게끔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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