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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로봇 전쟁
[테크놀로지] 로봇 전쟁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
  • 승인 2002.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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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명피해 ‘0’으로 줄이는 로봇 전쟁 구상… 무인전투기는 물론 병사도 로봇이 맡아 미국은 최근 차세대 무인전투기 ‘X-45’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무인전투기는 사람이 모는 기존 전투기와 비교해도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은 미 공군의 주장이므로 100% 믿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 공군이 처음에는 X-45를 일종의 ‘총알받이’로 개발하려다 실전용 전투기로 용도를 변경했다는 점에서 무인전투기의 성능이 어느 정도 유인전투기에 견줄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래 미 공군은 X-45를 적 기지에 투입해 적의 방공망을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했다.
공격 과정에서 적의 대공미사일에 맞아 상당수의 X-45가 파괴되더라도 무인전투기이므로 조종사가 죽거나 다칠 염려가 없다.
그 다음에는 조종사가 탄 유인전투기가 적 기지에 침투해 주요 시설을 파괴한다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X-45는 적의 비행기와 공중전은 물론 본부의 조종을 받아 2차 폭격까지 할 수 있는 비행기로 전환됐다.
무인전투기 성능이 예상밖으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가 “2020년에는 무인전투기가 전체 전투기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무인전투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쯤되면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도 무인전투기로 대체해야 할지 모르겠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전쟁을 치르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얘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로봇 전쟁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쪽에서 보자면 익숙하지 않은 적진에 침투해 인명피해를 거의 0으로 줄인 혁신적 전쟁이었다.
미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명피해를 완전히 줄일 수 있는 로봇 전쟁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군 지휘부는 전쟁의 위험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만, 이들이 전쟁 현장을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 지휘본부가 미군에서 현재 개발되고 있다.
옆에서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3차원 영상으로 적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홀로그램 기술과 결합하면 적의 장군에게 미군 장군이 허공에서 말을 건네는 3차원 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손안에 들어오는 초소형 로봇 비행기가 적진을 뚫고 온갖 정보를 물어올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병사들조차 로봇으로 바꿀 계획이다.
영국 신문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군은 10년 안에 로봇 병사를 지상전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전쟁 계획을 위해 보잉, 제너럴다이내믹, 록히드마틴 등이 입찰에 나섰으며 그 규모는 1억540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로봇 병사는 특수부대처럼 적의 은신처를 찾아내 공격한다.
한명 한명이 마치 겁 없는 람보이자 끈질긴 터미네이터다.
더구나 로봇 병사는 적에 붙잡혀 고문을 당해도 대답하지 않고, 훈련시킬 필요도 없으며, 연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들에게 ‘인간을 죽거나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무의미할 뿐이다.
로봇이 모는 전투차는 덩치 큰 탱크를 대신해 시속 100km로 달리면서 레이저포나 마이크로웨이브 대포를 발사한다.
로봇비행기들이 적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인공위성은 더욱 정밀하게 미사일을 조종한다.
취사 로봇은 밥 대신에 석유나 건전지를 들고 다닐 것이다.
로봇이 주름잡은 전쟁터에서는 기자 역시 로봇이다.
지난 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전송하는 취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이름은 ‘아프간 익스플로러’다.
아프간 익스플로러는 몸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다.
앞으로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로봇과 인터뷰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기자로선 로봇 때문에 해고될 걱정부터 해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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